오래전에 했던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결과가 업데이트되었다고 해서 간만에 접속했다.
내 안에 어떤 슈퍼파워가 숨겨져 있을까?
라고 쓰여진 카드를 클릭하니,
첫 번째 슈퍼파워 - 타고난 술고래
두 번째 슈퍼파워 - 담배보다 강한 나
세 번째 슈퍼파워 - 단맛 상궁
이것 참. 술, 담배를 해야 하나?
그것 대신 단맛에 올인하고 있으니까, 뭐.
다음은 하찮파워.
첫 번째 하찮파워- 뱃살 동산
두 번째 하찮파워 - 푸우근한 인상
세 번째 하찮파워 - 물만 마셔도 살찌는 기분
내 기억으로는, 예전 결과와 달라진 게 없다.
아무튼, 다시 결과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껴본다.
첫 번째 하찮파워는 복부비만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평생 살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회사 들어오기 직전까지 내 허리둘레는 29인치를 넘긴 적이 없으며,
지금도 31인치(78cm)다.
두 번째 하찮파워, 푸우근한 인상. 푸우처럼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하하. 내 BMI가 제일 높았을 때가 23 정도다.
숫자만 보면 과체중이다.
그러나 그때도 체지방률은 13.8%였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그냥 나눈 것.
즉 몸의 밀도 근사치다.
저 23은 지방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23도 아니긴 하지만.)
세 번째 하찮파워, 물만 마셔도 살찌는 기분. 기초대사량이 낮아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찮파워 세 개가 모두 비만 이야기라니.
비만 얘기는 그만하고, 기초대사량 이야기를 해보자.
많이 쓰이는 해리스-베네딕트 공식으로 계산하면, 내 BMR은 1470이다.
내 나이, 키, 체중이라면 기초대사량이 1470 정도 예측된다는 이야기.
나는 기초대사량이 낮은 유전적 기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저것보다도 낮게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체질량계(인바디)로 측정한 내 BMR은 1580이다.
종합해보자.
내 하찮파워와 실제 상태의 괴리를 설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가 아주 의심스러운 수준이라는 설명.
둘, 내가 운동과 생활습관으로 유전자의 저주를 이겨냈다는 설명.
당연히 나는 두 번째 설명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