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옆 피부가 부은 것이 계기가 되어, 글루텐 프리에 도전해 보았다.
셀리악병 환자들처럼 철저히 배제한 것은 아니고, 밀가루 음식을 배제하는 선에서 했다.
빵이 하나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그걸 먹느라 이틀을 늦게 시작했으니 나도 참...
일주일 시점에서 생각해본 질문들은 이렇다.
- 몸에 변화가 느껴지는가?
- 많이 힘들었는가?
- 탄수화물/칼로리 섭취가 줄었을까?
몸에 변화가 느껴지는가?
첫 번째 질문이자 최종 질문이다. 그만큼 범위가 넓은 질문이다.
짧은 답은, 잘 모르겠다, 이다. 체감되는 건 별로 없다.
증상이 나타난 다음 날, 하룻동안 밀가루 섭취를 안 한 것으로 피부 부은 것은 가라앉았다.
그 다음 날 다시 빵을 먹었음에도 증상이 다시 악화되지 않은 걸 보면, 밀가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피부 증상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토피 역시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약을 계속 발랐으며, 약을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가려움은 지속되었다.
피부 이곳저곳에 출몰하는 발진 역시 줄지 않았다.
stool은 조금 달라진 느낌인데, 어느 쪽이냐 하면 안 좋아진 느낌이다.
수분이 더 많아졌고, 시간도 더 걸린다.
섬유질 문제는 아니다. 섬유질 섭취는 근소하게 늘었다.
많이 힘들었는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견과류 간식으로 버텨보려 했는데, 견과류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떡을 먹었다.
라면이나 피자를 먹지 못하니, 밥을 먹는 날이 많았다.
달걀 섭취도 늘었는데, 달걀 섭취는 만족감을 꽤 주는 듯하다.
탄수화물/칼로리 섭취가 줄었을까?
밀가루 금식 7일과 피부 증상 나타나기까지 밀가루 폭식 7일을 비교해보면,
탄수화물, 칼로리 섭취가 줄었고 섬유질 섭취가 늘었다.
당질 섭취는 4.8%, 칼로리 섭취는 8.5%가 줄었으며, 섬유질 섭취는 8.3% 증가했다.
밀가루는 역시 당질 섭취를 늘리는 주범이다.
섬유질 섭취는 견과류 섭취 증가에 의한 것이다.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계속 할 수 있는가?
없다. 애초에 딱 일주일만 해보자고 생각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다.
생각보다 덜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일주일만 버티면, 빵을 다시 먹을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확 좋아진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체감상 변화가 없었다.
당질 섭취 감소, 섬유질 섭취 증가가 크게 나타난 것도 아니다.
게다가 stool은 조금 나빠졌다.
(결론 미리 정해 놓고 근거를 체리피킹하는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다.)
소결
밀가루 금식을 하는 김에, 땅콩 금식도 병행했다.
땅콩 금식은 몸에 이상이 있어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책과 유튜브에서 하도 땅콩을 까대서 해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땅콩은 내게 아무런 해가 없는 것 같고,
밀가루는 유해하나 크게 유해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우 일주일 밀가루 금식으로 내가 글루텐 민감성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글루텐으로 인한 피부 증상이 사라지려면 글루텐을 몇 달은 끊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몇 달이라니?
절대 못 한다.
후기
"글루텐 프리 그거 일주일로 되겠어요? 적어도 2주일은 해야지."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좋아, 뭐, 2주일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 더 끌고 가는 중이다.
문제는...
글루텐에 의해 형성된 항체의 반감기가 2달이라고 한다.
6개월 지나야 1/8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글루텐 영향을 알아보려면 한두 달 끊어서 될 일이 아니다.
에이, 뭐, 이왕 시작한 거.
2주일만 하고 그만 둬야지.
(2주일 시점에 맞추어 빵을 주문해 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