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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y 29. 2023

둔필승총 230529

세키 히로노, <글로벌리즘의 종언>

실패할 것이 확실한 자본주의를 그만 멈추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자급 경제로 돌아가자는 과격하지만 참신한 주장. 경제성장의 허상을 좇는 것을 그만 두자는 책은 몇 권 봤지만, 이 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까지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에 나온 것처럼 시골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정전된 도시는 멈췄지만 시골은 잘만 살아남았다. (물론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이 드라마가 왜 인기 있는지 알겠다. 흐름이 매우 빠르다. 21세기에 맞는 템포.



채정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내용은 별 거 없지만, 따뜻한 어조가 치유에 도움이 될 듯.



에릭 클라이넨버그,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원제는 <사람들을 위한 궁전>.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 깨진 유리창을 보기 전에, 왜 유리창이 깨졌는지 생각해보자. 깨진 유리창이 문제가 아니라, 버려진 건물이 문제다. 복구해야 한다. 그게 도서관이나 공원이라면 더더욱.


- 십대들이 SNS에서 모이는 이유는 달리 모일 만한 공공장소가 없어서다.


- 일반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은 범죄 감소와 연결된다. 그러나 흑인 거주 지역에서 대대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질 경우, 지역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고 원 거주민들은 쫓겨난다. 그래서 오히려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 미국 대학에 널려 있는 프래터니티는 범죄율을 증가시킨다. 원래부터 끼리끼리 모여 배타적으로 놀겠다고 만든 것이니 당연하다.


- 오늘날까지도 미국 흑인들은 수영을 할 줄 모를 가능성이 두 배 높고, 익사할 가능성이 세 배 높다. 공공 수영장에서 흑인들을 배척한 결과다.


- 페북, 구글, 애플의 사내 <인프라>는 해당 지역의 사회적 인프라를 오히려 감소시킨다.


- 카네기는 돈벌레였지만 수많은 도서관을 세웠다. 실리콘밸리 갑부들은 말만 번지르르할 뿐, 비슷한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김현지,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진지한 전반부와 달리 늘어지는 후반부가 책 전체의 질을 떨어뜨린다. 예전에 (훨씬 문장이 뛰어난) 남궁인에게서도 느꼈던 점. 후반부를 잘랐다면 훨씬 훌륭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폴 갤리코,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들. 고양이 집사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이국종, <골든아워>

이국종 교수의 삶은,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가 없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람으로 푸는 방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강신몽,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솔직히, 무섭다. 너무 디테일하다. 법의학 배우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 될 듯. (그런데 끝에 가서 갑자기 웬...)



최용범, <하룻밤에 읽는 고려사>

이성계와 조선을 비판하는 시각은 매우 마음에 들지만, 아주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기존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도식적인 설명이라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면 삼별초를 비판한 부분. 삼별초는 그냥 도적 집단이었을 뿐인데, 그걸 아주 잘 지적했다.



양젠예, <과학자의 흑역사>

우주상수를 도입했던 아인슈타인이나 플로지스톤을 끝까지 믿었던 프리스틀리 같은 경우는 유명한 <흑역사>이니 그렇다고 쳐도,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누구나 하는 실수에 관한 것이다. 과학은 기존의 믿음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해왔는데, 그걸 흑역사라고 하는 것은 역시 마케팅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책 제목의 숙명인가. 물론 누가 논문만 발표하면, 내가 예전에 발견했던 것이라고 주장한 가우스의 인성이나, 국가적 사기극이라고 할 만한 N선 사건은 흑역사가 맞다.


책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 풍선껌 같은 제목의 책에 cp 대칭이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하겠는가. 아무튼 현재 윌라에 존재하는 중국 작가의 책은 전부 훌륭한 것 같다. 일본 작가 책은 그야말로 불쏘시개까지 싹싹 긁어 모아 출판하고, 중국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무시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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