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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03. 2023

위화, 손절 각

[책을 읽고] 위화, <원청>


위화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라는 두 개의 소설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라는 산문집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람 냄새 물씬 나고, 눈물 나는 이야기들이죠.


당장 노벨 문학상 줘야 된다고 생각하던 작가였는데, 

몇 년 전에, 뒤통수, 아니 명존쎄를 제대로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형제>라는 소설을 읽게 된 것이죠.


전반부는 나쁘지 않습니다.

또 다시 문화대혁명을 우려먹은 걸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문화대혁명으로 소설을 열 권, 백 권 쓴다해도, 잘 쓰기만 하면 나쁠 게 뭐 있나요.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이 소설이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위화라는 작가, 아니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런 소설을 세상에 내던져서는 안 됩니다.

그냥 자기 혼자, 재미 삼아 써봤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위화는 장난으로 한번 그냥 휘갈겨본 소설을 무려 출판을 한 것입니다.


그게 번역까지 돼서 저에게 왔죠.

어이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이니까, 돈이 되니까, 워낙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니까, 기본도 안 되는 소설이 세상에 나온 겁니다.


이 소설에 대해서라면 딱 한 마디 정도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위화 씨, 장난 삼아 한번 끄적거려본 글이라면 그냥 혼자 보시죠. 



이제 <원청>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형제> 다음에 위화가 낸 소설, <제7일>이 그나마 괜찮았기 때문에 <원청>을 읽기 시작하기는 했습니다만,

<형제>에 워낙 심하게 데었기 때문에, 저는 나름 고민을 거듭하다가 책을 펼쳤습니다.


다행히도, 책의 전반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책의 후반부입니다.

어찌 보면, <형제>와 같은 패턴이군요.


이 책은 <원청>과 <또 하나의 이야기>라는 두 개의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분량은 7 대 3 정도 됩니다.

<원청>에서 그냥 끝냈다면, 별 네 개 정도는 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조금 갑작스럽게 소설이 마무리되어 아쉽지만, 그런대로 선방한 소설입니다.

<제7일>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적어도 <형제>처럼 무책임한 글은 아닙니다.


그런데 위화는 후반부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추가하는 우를 저질러 버립니다.

도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형제>와 마찬가지 심리 상태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의심입니다.

이왕 쓴 글이니 발표하자는 거죠.

세상이 감히 내 글을 거부하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이었겠죠.


<또 하나의 이야기>는 <원청>의 스토리를 다른 시각에서 살펴봅니다.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결과가 매우 나쁩니다.

<원청>의 스토리 전체를 뼈대처럼 받치고 있는 하나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캐릭터라고 보기에는 상징성이 강합니다.

살아 있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원청>의 주인공에게 부여된 하나의 조건 같은 존재죠.


그런데 그 캐릭터의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기술하겠다?

아쉽게도, 위화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더 절망적인 시나리오라면, 그가 그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대강 썼다고 보는 거죠.


미스터리로 남아야 하는 존재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해야 했으니,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사족이지만, 이 소설은 후반부의 <또 하나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도 위화의 2류 소설로 남았을 것입니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간에서 끊겼기 때문입니다.


위화의 다른 소설들을 생각해볼 때, 이건 위화의 의도라기보다는 게으름의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형제>에 이어, 위화라는 사람의 인격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나는 여전히 <인생>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노벨 문학상 급의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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