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이태원 클라쓰’ 제8화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JTBC 제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포스터
장가에 대한 복수를 위해 단밤 포차를 시작한 박새로이. 단밤 포차는 승승장구하고, 장가의 장대희 회장은 단밤 포차를 경계하기 위해 단밤 포차가 임차한 건물을 매입해버린다. 결국 박새로이는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건물에서 쫓겨나게 된다. 사람도, 복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박새로이는 건물을 매입하고 단밤 포차의 영업을 이어나갔고, 결국 장가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한다.
드라마는 쫓겨난 임차인의 설움이 미처 다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건물 매입’이라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제시했지만, 현실에서 이런 반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장사가 잘되고 주변에 좋은 가게들이 늘어나면 마냥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송리단길이니, 경리단길이니 하는 수식어가 붙으면 붙을수록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사랑받던 가게가, 젠트리피케이션과 지가 상승, 건물의 매각, 새로운 건물주의 이익 실현 앞에서, 하릴없이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사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다.
지대, 즉 땅의 가치가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이용자의 숫자이다. 통상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대는 높게 형성된다. 장사를 잘하면 손님이 많아지고, 손님이 많아지면 땅의 가치는 올라간다. 자영업자가 열심히 일구어 놓은 상권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률 규정이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바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요구권’이다.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대인에게 임대차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즉, 임차인이 3회 분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하였다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다시 임대해주었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이렇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총 10년이다. 2018년 10월 16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며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적어도 10년 동안은 안심하고 한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우리 사회가 약속한 것이다.
예를 들면, 2020년 9월 1일 임대차를 시작했고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계약했다면, 2022년 3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 사이에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임대차 계약은 2022년 9월 1일부터 2024년 8월 31일까지 갱신된다. 그리고 이렇게 임차인은 2030년 8월 31일까지 10년 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다.
만약 위 기간 중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괜찮다. ‘묵시적 갱신’이라는 규정이 있다. 만약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대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겠다는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된다. 서로 이전과 같이 임대차 관계를 유지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계약은 그 전에 체결한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1년 동안 계속된다. 1년 사이 임차인은, 임대인과 달리, 언제든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다만 그 효력은 3개월 후에 발생한다. 즉 해지 후 3개월 동안은 계약이 유지되는 것이다), 갱신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시 갱신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당신은 언제까지 그곳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영업의 바다는 엄혹하지만, 성실히 일하는 당신이 오랫동안 그곳에서 행복한 이야기들을 가득 채워나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