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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Dec 21. 2020

자왈 학이시습지불역열호

심심할 때 글쓰기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야말로 기쁘지 않겠는가?

논어 '이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뜻깊은 곳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소정의 저작권료까지 받는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


저는 남들보다 느린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배우는 게 남들보다 빠르다고 느꼈는데 착각이었나 봅니다.


못해도 남들만큼은 아니, '보통'의 사람처럼은 살 수 있겠지라는 제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처럼 날아갔습니다.

군 입대도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대학교 동기들보다 가장 늦게 들어가 가장 늦게 나왔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난하게 졸업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졸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무의식은 계속 불안하다고 외칩니다.

불안과 초조에 잠식되기 싫어 멈춰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가장 먼저 다짐한 것은 '꾸준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었어요.


가볍게 일기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했고,

혹여나 나갈 일이 생기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찍기를 반복했습니다.


겪은 일들을 정리했고,

꾸준히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에게 온 쪽지 한 통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금 옅게 해줬습니다.


내가 걷는 길이 혹시나 틀린 길일까, 막다른 길일까

매일 밤 고민했던 시간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은 기분이었어요.


-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이 넘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다 생각했는데 직접 사진을 찍으려니 머리가 멍-해집니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몸에 밴 습관들이 생겼습니다.


이론이 체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일 년 정도.

배우고 익힌 것을 활용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생에 왕도가 있다면 아마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5살 지학, 배움에 뜻을 두는 나이라는데

스물일곱이 된 지금 저는 이제야 배움에 뜻을 두게 됐습니다.


아마 남은 시간들도 내 친구, 동기, 선배, 후배님들보다 느리게 인생길을 걸어가겠지요.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걷지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제가 걸은 길은 넓은 길이 되겠지요?


오늘도 이리저리 그리고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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