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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Apr 26. 2021

1인 예술가

심심할 때 글쓰기


"꿈이 뭐예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항상 물어봅니다. 직업적인 꿈을 말해도 좋고 삶의 이상향도 괜찮아요. 그렇게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거든요. 그런데 문득 내 꿈은 무엇이지?라는 의문이 들더랍니다. 추상적으로 '대충 살고 행복하자.'라고 정했지만 직업적인 꿈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25살, 큰 빚이 생겼고, 빚 먼저 갚으려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쓰면서 어떤 걸 업으로 삼고 싶은지 생각하렵니다.


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배우'를 업으로 삼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재밌지 않았어요. 이게 단순 빚 때문인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정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죠. '옥탑방 고양이'를 보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학교에선 주야장천 '고전'만 하니 재밌을 리가 있나요? 전역하고 복학했을 때 배우를 한 번 했습니다. 다만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괴롭다고 느낀 걸 보면 나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의 확신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긴가민가한 상태라 언젠가 한 번 더 해볼 생각입니다.


자 회상은 여기까지! 과거는 과거고 중요한 건 '현재'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꾸준히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뚜렷한 답은 아니지만 한 가지 찾았습니다. '1인 예술가'. 물론 아직 구체적이진 않아요. 1인 예술가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나도 정의를 내리지 못했거든요. 


많고 많은 예술가 중에 왜 '1인'이라고 붙였을까요? 28년, 길지 않은 삶입니다만 또래에 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편의점, 노래방, 식당, 술집, 택배, 호텔, 공연 등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어딜 가든 혼자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일적으로 사람 만나는 건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어떤 직업인들 사람을 안 만날 수 있겠냐만 사람을 최소로 만나는 직업을 택해야겠더라고요. 겉으로 보면 사람들과 무던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 자신을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을 하게 된다면 최대한 혼자서,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의 인원과 작업하는 게 좋아요. 거기에 자택근무라면 최고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로 왜 '예술가'를 골랐을까?인데. 비록 지금은 연기를 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글쓰기나 그림, 영상편집 등 어쩜 이리 '예술'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대학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조금이라도 엇비슷한 걸 찾으려는 무의식일 수도 있구요. 


뭐, 하여튼 그래서 내린 결론은 '1인 예술가'입니다. 얼추 답을 내렸으니 실행해야겠죠? 1인 예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 글, 그림, 사진, 영상, 연기를 해야 하는데 하나하나 파기에는 내 삶이 끝나도 다 못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내린 결론. 기본적인 내 그릇을, 저변을 넓히는 것. 


내가 글을 쓰든 연기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밑바탕에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운이 좋아 한두 번 대작이라 불릴만한 작품을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요행일 뿐입니다. 남들과 다르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기본이 탄탄해야 합니다. 그래서 철학과 인문학, 역사를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다독, 다상, 다작.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끄적이렵니다.


올 한 해는 그렇게 나라는 사람의 토지를 가꿀 생각입니다. 아마 1년으론 부족할 수도 있어요. 2년이 될 수도 혹은 십 년이 넘어도 다 익히지 못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냥 꾸준히 하려고요. 남은 생의 업이다 생각하며 한 장씩, 한 장씩 계속 읽을 거예요. 인문학을 밑거름 삼아 시야를 조금 넓히렵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허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잖아요? 인생길게 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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