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아무개 Apr 05. 2021

수면제 그리고 부작용

심심할 때 글쓰기


졸피뎀, 수면제다. 보통 단기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한다. 어떤 약이 안 그러겠냐마는, 수면제는 장기간 복용 시 부작용이 발생한다. 졸피뎀은 그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오랜 시간 불면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다른 약을 처방받으시길 바란다. 


나는 19살부터 25살까지 졸피뎀을 복용했고 이후 약으로 바꿨다. 장기 복용이 원인이었을까? 반 알로 시작한 졸피뎀이 어느새 한 알이 됐고, 언젠가부터 한 알을 먹어도 못 자는 날이 잦았다. 결국 일반내과에서 정신과로 옮겨 상담을 받았고 약을 바꿨다. 뜬금없이 수면제랑 부작용 이야기를 왜 하냐고? 근래 들어 부작용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

'블랙아웃'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보통 술을 진탕 마시고 필름이 끊긴 상황을 말한다. 최근에 블랙아웃을 경험했고 빈도가 잦아졌다. 수면제를 먹고 30분 이내로 잠들지 않을 경우 이후의 기억이 없다. 다음 날 아침, 더듬더듬 기억을 찾아보지만 퍼즐 조각만 남아있을 뿐이다. 

문제는 '기억을 못 하는 시간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했는가?'다. 첫 번째 행동은 폭식이다. 분명 두 시간 전에 양껏 밥을 먹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허기지다. 뱃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기분,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던가 과자를 먹던가 눈에 보이는 음식을 계속 넣는다. 이 공허함은 뱃속의 공허함일까 감정의 공허함일까? 음식을 넣어도 넣어도, 우겨넣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이후 약기운이 심하게 올라오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두 번째 겪은 건 억눌러왔던 감정의 '해방'이었던 것 같다. 솔직함이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안 해도 될 말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고, 좋지 않다. 그런데 약을 먹고 잠을 못 자면 숨겨둔 말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나는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고, 내 감정받이가 되는 건 여자친구다. 그렇게 내 입으로 소중한 사람을 난도질한다. 다음 날 극한의 후회와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빠진다.

이런 내가 싫지만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기에 계속 복용한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복용량이 증가한다. 그렇게 천천히 내 몸을 갉아먹는다. 수면제를 끊으려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끊고 싶은데 끊을 수 없고 중독되는 것이 담배를 연상케 한다. 

-

약 없이

잘 자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파워블로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