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아무개 Mar 29. 2021

파워블로거

심심할 때 글쓰기

"저 파워블로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싸하더라.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아, 오늘도 무난하게 끝나지 않겠구나.' 싶더라. 나도 블로그를 하지만 밖에서 '파워블로거'에요, '유튜버'에요 하는 사람을 보면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쩌라는 걸까? 블로그를 하니 잘 신경 쓰라는 의미일까? 뭣도 없으면서 서비스 좀 더 챙겨달라는 사람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어떤 의미로 내뱉은 걸까?


-


아기 사진 특히 100일 촬영의 경우 '터미 타임'연습을 해와야 촬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원체 힘이 좋은 아기는 굳이 안 해도 되지만 대부분의 아기들은 힘이 약하다. 그래서 '터미 타임' 연습을 해주면 좋다. 태생부터 웃음이 없는 아이가 아닌 이상 연습하고 '잘' 놀아주면 대부분 잘 웃고 끝난다. 다만 최근 들어 아기용품이 좋아져 아기들이 기본적인 힘이 부족하고, 튤립이나 사운드북 같은 장난감만 보여주니 아이가 웃을 리가 있나? 그렇기에 연습하며 놀아주는 건데, 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둥가 둥가 하는 사람이었다. 얼추 이해는 간다, 처음이니까. 자식의 역할만 하다 부모의 역할은 처음 해보는 거니까. 근데 모르면 배우면 되는데 왜 하지 않는 걸까? 


터미 타임 연습도 안 하고 아기랑 놀아주지도 않던 어머님. 사진을 보니 아쉽단다. 결국 재촬영을 잡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 애당초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웃는 모습을 담고 싶은 건 대체 무슨 심보일까? 내가 놀아주려 할 때마다 어떤 건 무서워한다, 어떤 건 싫어한다, 뭘 하면 놀랜다. 그러니 하지 말아라. 요구 사항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직접 놀아보시라고 말씀드렸다. 막상 아기 앞에 서니 나직이 이름만 부르던 그녀, 아기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장난감 흔들면 아기 놀라는데……."



"어머님, 아기가 힘들어해서 평소보다 크게 부르지 않으면 쳐다보지 않아요. 그럼 어머님께서 놀아보시겠어요? 집에서 놀듯이 놀아주세요~"



"집에서 안 노는데……."



"그럼 아기가 어떨 때 좋아할까요?"



"그냥 가만히 놔두면 잘 웃어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다. 아기 자신이 기분이 좋아서 한두 번 웃는 것과 놀아줘서 웃는 건 결이 다르다. 특히 혼자 노는데 잘 웃는 아기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혼자'놀려고만 한다. 어머님은 아기 눈도 못 마주쳤고 마지못해 내게 넘겼다. 결국 그날도 그렇게 '찝찝'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다. 


아니다 다를까? 그녀는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 참 잘 쓰더라, 상대방 무안하게. 우리가 했던 대화는 쏙 빼놓고 자신이 유리하게 보이게, 한 아기의 '엄마'라는 점을 부각하며 감정에 호소는 글을 보니 참으로 기분이 뭣하더라. 어쩌다 그녀의 블로그를 보게 됐다. 게시글을 정말 많았다. 천 개가 넘는 게시글, 아마 오랜 시간을 블로그에 투자했으리. 그 정성은 느껴진다만 '파워블로거'는 아니었다. 평균 방문자는 백 명 남짓.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빈 수레가 참으로 요란하더라니. 

작가의 이전글 나는 당신의 가십거리가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