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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May 29. 2021

내 안의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인사이드아웃

영화 리뷰


군인 때 봤던 기억이 있다. 또 보는 이유는 내용이 기억 안 난다. 다들 대작이다, 명작이라고 말했던 건 기억나는데, 어떻게 전개가 흘러갔는지 생각이 안 난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얼마나 성장한지 궁금해서. 예전에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는 그냥 멍~때리며 봤었다. 아 이렇게 해서 저렇게 끝났구나. 하고 끝! 그래도 최근엔 책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설레는 맘으로 시청한다. 


디즈니와 픽사, 지브리를 좋아한다. 일차적으로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만화영화는  재밌다. 어린이들에게는 재미를 어른이 된 내게는 평소에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건드린다. '인사이드 아웃'은 내가 잊고 있던…… 아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슬픔과 성격 형성 그리고 내면에 대해 마주 볼 용기를 갖게  해준 영화다.


줄거리 : 영화의 주인공은 라일리지만 우리는 라일리의 뇌 정확히는 '감정'들의 시점으로 시청한다. 감정은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가 존재한다. 상황에 알맞은 감정이 나가고 감정은 기억이 되어 돌아온다. 대부분 기억 저장소를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 옅어지고 퇴색되면 스르르 잊혀진다. 그 기억들 중에서 특별한 기억을 '핵심 기억'이라 칭하고 그 기억들이 모여 성격을 형성한다.  


라일리의 감정 대장은 기쁨이가 맡고 있다. 그래서 라일리의 대부분의 시간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가끔씩 버럭이와 소심이, 까칠이가 끼어들 때도 있지만 조화롭게 지낸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그 문제는 슬픔이라는 존재다. 기쁨이는 슬픔이를 불편해하고 슬픔이는 의도치 않게 사고를 치며 겉돈다. 


겉돌던 슬픔이가 큰 사고를 치고 기쁨이와 슬픔이는 본부(뇌)에서 벗어나 기억 저장소에 떨어지게 된다. 기쁨이가 없어진 본부, 다른 감정들이 평소처럼 라일리를 기쁘게 만들려 하지만 버럭이와 소심이, 까칠이라는 감정으로 가능하겠는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라일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난한 도시로 이사까지 간다. 외부에선 라일리의 방황이 내부에선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겪는 기쁨이와 슬픔이. 그들의 이야기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어릴 때의 라일리의 기억은 노란빛(기쁨)으로 가득했는데 성장하면서 다른 색의 기억들이 가득하다. 세상을 경험할수록, 알아갈수록 우리가 발을 딛는 이 세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모르는 게 약'이란 문장이 떠오른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경험하는 세계(사회)의 단위가 커질수록 불행은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1차 사회인 가정을 보자. 평범한 부모라는 전제하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테니 좋은 기억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더 넓은 사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같은 또래를 만나며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를 떠올려 보자. 세상 만물이 신기했던 그때, 사물을 사물 이상을 보던 시절. 청소기를 큰 소리 내는 괴물로 보고, 수화기를 보며 내 목소리가 선을 타고 상대에게 가는 건가? 이런 의문들이 있을 때. 삼라만상이 호기심이었고, 내가 발을 딛는 곳 모두가 놀이터였다. 신호등의 하얀색은 천국이고 나머지 부분은 용암인 것처럼.


나 역시 어릴 땐 라일리처럼 노란색 기억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나이가 먹다 보니 노란색보단 다른 색의 기억이 많이 남는다. 여러분은 어떠한 가요? 기쁜 기억이 많아요? 아니면 부정적인 기억이 많아요?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의 어머님과 아버님의 감정들이다. 어머님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슬픔이, 아버님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버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쁨이를 시작으로 성장했다면 성격 형성 이후 기쁨보다는 다른 감정들이 우선적으로 나온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됐다.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만드는 걸까? 나 역시 기쁨보다는 다른 부정적 감정이 앞선다. 내 뇌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소심이다.


영화에서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문득 나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만 무섭다, 정말 많이 무섭다. 내가 한 생명을, 내 아이를 사람답게 키울 수 있을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내가 잘 한다 해도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이런 나쁜 의문들이 계속 든다. 그럼에도 혹시나 정말 혹시나 아기를 키우게 된다면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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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이 있으며 무의식중에 그 결핍 채우려 한다고. 예를 들면 엄마나 아빠에 대한 결핍이 있으면 이성한테 집착하거나 심할 정도로 의지를 한다. 애인에게 욕을 먹고 맞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가만히 있는다. 맞는 것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떠나는 게 무서워서……. 가족애에 대한 결핍이라면 좋은 가정을 만들려고 애쓸 것이고. 생각하고 있진 않아도 무의식이 작용한다. 


나도 그렇다. 가족에 대한 결핍 때문일까? 학생 때 최종 목표가 지방에 땅을 사서 고아원과 양로원, 학교를 짓고 그 사람들을 내 가족으로 만드는 게 꿈이었다. 핑봉덕분에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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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역경을 겪는다. 작은 시련 한두 개를 시작으로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것도 만날 수 있다. 모든 의욕이 꺾일 때,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을 때 '꿈'을 생각하자.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을 생각해내자. 그럼 넘어갈 수 있을 거야.(아마?)


기쁨이란 감정은 다른 부정적 상황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듯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있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큰 소동을 겪은 후 기쁨이는 슬픔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변화가 생겼다. 한 가지 색만 가졌던 기억들이 다른 색과 합쳐 나오기 시작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며, 까칠과 분노가 같이 있는 기억들. 그렇다. 감정이랑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기쁨이가 슬픔이를 받아들이는 다시 말해 내가 또 다른 나를 받아들인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이해하고 인정하는 순간 내 삶을 다채로워지고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기쁨이의 머리색이 왜 파란색일까? 한 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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