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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인사이드아웃

영화 리뷰

by 이아무개


군인 때 봤던 기억이 있다. 또 보는 이유는 내용이 기억 안 난다. 다들 대작이다, 명작이라고 말했던 건 기억나는데, 어떻게 전개가 흘러갔는지 생각이 안 난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얼마나 성장한지 궁금해서. 예전에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는 그냥 멍~때리며 봤었다. 아 이렇게 해서 저렇게 끝났구나. 하고 끝! 그래도 최근엔 책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설레는 맘으로 시청한다.


디즈니와 픽사, 지브리를 좋아한다. 일차적으로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만화영화는 재밌다. 어린이들에게는 재미를 어른이 된 내게는 평소에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건드린다. '인사이드 아웃'은 내가 잊고 있던…… 아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슬픔과 성격 형성 그리고 내면에 대해 마주 볼 용기를 갖게 해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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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영화의 주인공은 라일리지만 우리는 라일리의 뇌 정확히는 '감정'들의 시점으로 시청한다. 감정은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가 존재한다. 상황에 알맞은 감정이 나가고 감정은 기억이 되어 돌아온다. 대부분 기억 저장소를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 옅어지고 퇴색되면 스르르 잊혀진다. 그 기억들 중에서 특별한 기억을 '핵심 기억'이라 칭하고 그 기억들이 모여 성격을 형성한다.


라일리의 감정 대장은 기쁨이가 맡고 있다. 그래서 라일리의 대부분의 시간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가끔씩 버럭이와 소심이, 까칠이가 끼어들 때도 있지만 조화롭게 지낸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그 문제는 슬픔이라는 존재다. 기쁨이는 슬픔이를 불편해하고 슬픔이는 의도치 않게 사고를 치며 겉돈다.


겉돌던 슬픔이가 큰 사고를 치고 기쁨이와 슬픔이는 본부(뇌)에서 벗어나 기억 저장소에 떨어지게 된다. 기쁨이가 없어진 본부, 다른 감정들이 평소처럼 라일리를 기쁘게 만들려 하지만 버럭이와 소심이, 까칠이라는 감정으로 가능하겠는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라일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난한 도시로 이사까지 간다. 외부에선 라일리의 방황이 내부에선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겪는 기쁨이와 슬픔이. 그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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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장면이다. 어릴 때의 라일리의 기억은 노란빛(기쁨)으로 가득했는데 성장하면서 다른 색의 기억들이 가득하다. 세상을 경험할수록, 알아갈수록 우리가 발을 딛는 이 세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모르는 게 약'이란 문장이 떠오른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경험하는 세계(사회)의 단위가 커질수록 불행은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1차 사회인 가정을 보자. 평범한 부모라는 전제하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테니 좋은 기억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더 넓은 사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같은 또래를 만나며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를 떠올려 보자. 세상 만물이 신기했던 그때, 사물을 사물 이상을 보던 시절. 청소기를 큰 소리 내는 괴물로 보고, 수화기를 보며 내 목소리가 선을 타고 상대에게 가는 건가? 이런 의문들이 있을 때. 삼라만상이 호기심이었고, 내가 발을 딛는 곳 모두가 놀이터였다. 신호등의 하얀색은 천국이고 나머지 부분은 용암인 것처럼.


나 역시 어릴 땐 라일리처럼 노란색 기억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나이가 먹다 보니 노란색보단 다른 색의 기억이 많이 남는다. 여러분은 어떠한 가요? 기쁜 기억이 많아요? 아니면 부정적인 기억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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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의 어머님과 아버님의 감정들이다. 어머님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슬픔이, 아버님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버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쁨이를 시작으로 성장했다면 성격 형성 이후 기쁨보다는 다른 감정들이 우선적으로 나온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됐다.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만드는 걸까? 나 역시 기쁨보다는 다른 부정적 감정이 앞선다. 내 뇌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소심이다.


영화에서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문득 나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만 무섭다, 정말 많이 무섭다. 내가 한 생명을, 내 아이를 사람답게 키울 수 있을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내가 잘 한다 해도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이런 나쁜 의문들이 계속 든다. 그럼에도 혹시나 정말 혹시나 아기를 키우게 된다면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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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이 있으며 무의식중에 그 결핍 채우려 한다고. 예를 들면 엄마나 아빠에 대한 결핍이 있으면 이성한테 집착하거나 심할 정도로 의지를 한다. 애인에게 욕을 먹고 맞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가만히 있는다. 맞는 것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떠나는 게 무서워서……. 가족애에 대한 결핍이라면 좋은 가정을 만들려고 애쓸 것이고. 생각하고 있진 않아도 무의식이 작용한다.


나도 그렇다. 가족에 대한 결핍 때문일까? 학생 때 최종 목표가 지방에 땅을 사서 고아원과 양로원, 학교를 짓고 그 사람들을 내 가족으로 만드는 게 꿈이었다. 핑봉덕분에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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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역경을 겪는다. 작은 시련 한두 개를 시작으로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것도 만날 수 있다. 모든 의욕이 꺾일 때,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을 때 '꿈'을 생각하자.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을 생각해내자. 그럼 넘어갈 수 있을 거야.(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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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란 감정은 다른 부정적 상황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듯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있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큰 소동을 겪은 후 기쁨이는 슬픔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변화가 생겼다. 한 가지 색만 가졌던 기억들이 다른 색과 합쳐 나오기 시작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며, 까칠과 분노가 같이 있는 기억들. 그렇다. 감정이랑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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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기쁨이가 슬픔이를 받아들이는 다시 말해 내가 또 다른 나를 받아들인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이해하고 인정하는 순간 내 삶을 다채로워지고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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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의 머리색이 왜 파란색일까? 한 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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