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아무개 May 24. 2021

어른이 된다는 건

심심할 때 글쓰기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철 좀 들어라."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된 게 몇 살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느꼈던 건 스물다섯, 10월 무렵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며칠 동안 집에 처박혀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사람이 그리워 받았다.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만 그 내용은 달갑지 않더라. 수도세랑 전기세가 몇 달간 미납돼서 입금하지 않으면 끊는다는 내용이었다. 아……. 그렇지, 당연히 내야 하는 건데 지금까지 '내'가 내던 게 아니라 몰랐다. 내가 내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할 줄 몰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말로 물이 끊겼다.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은 없기에, 나를 지켜줄 울타리가 없어졌기에 스스로 해야 했다.


많이 힘들었다. 정말 많이 괴로웠다. 지정된 계좌번호에 돈만 입금하면 되는 일인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고 무서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우편함에 있는 고지서를 가져와 인천 가스공사와 수도사업부에 전화한다. 미납된 금액과 입금해야 할 계좌번호를 받아 적고 입금했다. 몇 분 지났을까? 끊겼던 물이 나오고 불이 켜지더라. 고작 몇 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게 참 신기하더라.


며칠 뒤 306호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셨다. 당시의 난 전역한지 얼마 안 된 민간인이었고, 간병을 하느라 집에 있던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나를 왜 찾아오셨지?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곧바로 알게 됐다. 관리비가 미납됐으니 넣어 달라고. 반년의 간병 시간, 밀린 금액은 상당했다. 관리비에 수도세에 전기 그리고 가스비까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군 시절 적지만 조금이라도 적금을 들어놨던 것. 적금을 해지하고 절반의 금액을 공과금 내는데 썼다. 2년간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덧없이 사라진 돈은 참으로 허깨비 같더라.


공과금과 건강보험료를 '내'가 직접 납부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됐다.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사회에 참여한다. 부모님이 해주던 일을 이제 내가 해야 할 때, 아마 그때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사회는 냉정하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설령 부모가 죽었더라도 안타까운 사연일 뿐, 가져가야 할 것은 가져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스무 살 아니, 중고등학생 때랑 바뀐 게 없는데 책임져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솔직히 무섭다. 많이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고 싶다…….

사회의 책임이 내 숨통을 옥죄는 것만 같아 두렵다.




작가의 이전글 꿈을 비웃지 말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