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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May 17. 2021

꿈을 비웃지 말아요.

심심할 때 글쓰기

"전 글쓰기가 취미예요."

"아, 그래요!? 뭐 쓰시는데요?"

"일기나, 에세이?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해서  쓰고 있어요."

"아 뭐야, 난 또. 에세이나 일기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거잖아요."

-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정확히는 말하자면 내가 끝을 냈다. 더 이상 대화하기 싫어서. 이 사람과의 대화는 내게 있어 정신적 응원이나 지적인 도움보다는 내 자존감만 갉아먹을 것 같았다. 대화 상대는 문창과 3학년생이었다.  

내 꿈은 '1인 예술가'다. 글, 그림, 사진, 영상, 연기 등 혼자서 작업하고 편집하는 사람. 나 자신이 콘텐츠가 되며 그 콘텐츠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 나는 현재 휴학생의 신분이고 전공인 연기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사실 연기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기도 했고,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놓지 못했다. 다만 졸업은 해야 하고 연기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차선책, 복수 전공과 전과. 현재 관심이 가는 글쓰기나 사진을 조금 더 깊게 배워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복학하게 된다면 사진과나 문창과 전과를 생각했다. 그곳의 생활은 어떤지 나보다 앞서 다닌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3학년부터 들어가면 진도 따라가긴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찰나 상대의 입에선 내가 예상했던 답과는 현저히 다른 말이 나왔다.


"간혹 당신처럼 '1인 예술가'가 목표랍시고 전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문창과에 오는 애들은 대부분 예중이나 예고 출신 애들이에요. 이미 3년, 6년을 하고 입학한 애들이죠. 얘들 앞에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서 "나 '1인 예술가'할래!"라고 하면 좋게 볼까요?"

그제야 이 사람이 내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게 느꼈다. 이 분위기 뭔가 익숙하다. 학교 다닐 때가 떠오른다. 나는 연극과를 다녔고, 일 년에 한두 명 정도 '연기'에 관심을 보이는 타과생이 보인다. 그들은 호기심 때문에 실기 수업을 들어보기도 하고 더 큰 관심이 생기면 전과도 한다. 전과하고 즐겁게 다니면 좋을 텐데…….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는 '연기'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타과생이 전과했을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패턴은 으레 비슷하다. 과반수의 사람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몇몇 사람들은 친절히 도움을 주고, 소수의 몇 명은 선을 긋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배타적으로 사람을 대한다. 감히 네까짓 게 뭔데 '연기'를 하냐고 압박을 준다. 대놓고 주진 않는다. 철저하게 선을 긋고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부끄럽지만 내가 다녔던 곳에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꽤 존재했다. 

자신이 하는 행위는 '예술'이고 '연기'요, 타인이 하는 건 한낱 의미 없는 짓일 뿐. 예술의 예,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게 꽤나 고까웠나 보다. 

그때 느꼈던 차가움을 지금 느끼고 있다. 이 사람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나 보다. '나'라는 존재가 '글'을 쓴다는 게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자신이 예중, 예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투자한 시간을 무시한다고 느끼는 걸까? 그가 느낀 기분은 잘 모르겠다만 확실하게 한 가지 배웠다. 나는 타인의 '꿈'을 절대로 무시하지 말자고, 절대로 비웃지 말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 존경을 표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모르거나, 하고 있더라도 어떠한 이유(이를테면 실력, 경제) 혹은 흥미가 떨어져서 다른 길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나는 나와 같은 그런 사람들에게 멸시보단 응원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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