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네 글은 잘 읽히는데, 그게 끝이야."
내 글을 꾸준히 보던 선배가 해준 말씀. 음……. 보통이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난 오히려 기분이 좋더라. 잘 쓰진 못하지만 적어도 타인이 봤을 때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더라. 은,는, 이, 가, 을,를 같은 조사를 어디에 넣어야 되는지 몰랐고, 글이 길고 형용사나 사자성어처럼 있어 보이는 단어가 많으면 멋진 글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내 글은 길고 지저분했다. 그래도 앞에 말한 부분을 의식했던 탓일까? 최대한 깔끔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문장을 읽었을 때 없어도 읽을 수 있는 단어라면 과감하게 버렸다. 그래서 글이 깔끔해졌다.
'좋은 글'을 '잘' 쓰고 싶다. 다만 '잘 쓴 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못 잡더라.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사실 많이 안 읽었다.) 생각해 본다, 어떤 글을 봤을 때 내 마음에 와닿았을까? 분명 책만 백 권 넘게 읽었을 텐데, 머리가 나쁜 건지 제대로 안 읽은 건지 기억나는 문장이 없다. 그런 와중에 떠오른 문장,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단문의 대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가 쓴 글은 형용사나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이 아니다. 꾸밈이 없는 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난 걸 보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최소한의 말을 사용하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글이다. 형용사가 과하지 않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 주는 문장, 단출해 보이지만 글만으로도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문장.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문장. 이런 글쓰기가 내가 가야할 방향인 것 같다.
다만 아직 맘처럼 되지 않는다. 최대한 단문으로 쓰려 노력하지만 읽다 보면 밋밋하고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인걸.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던가? 그냥 꾸준히 읽고, 쓰고 더 많이 생각하는 수밖에. 늦었다고 조급해하지 않으련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한 사람의 가슴에 내 마음을 긁어 남기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