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글을 읽기 전 '소향'님의 '언젠가 떠날 거야'를 듣고 오시길 권합니다.
근래 들어 독서가 잘 안됩니다. 분명 어려운 책이 아닌데 머릿속에 안 들어옵니다. 단어 하나, 글자 하나가 낯섭니다. 이럴 때 억지로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켭니다.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보자. 그렇게 '디즈니'의 '모아나'를 봤습니다.
줄거리 : 태초에 세상은 바다로만 이뤄졌다. 어느 날 어머니의 섬 '테피테'가 나타났고, 무한의 힘을 가진 심장으로 만물을 창조했다. 자신의 힘을 나눠준 테피테는 깊은 잠들었고, 그녀의 심장을 노리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중 바람과 바다를 다스리는 반인반신 마우이가 심장을 훔쳤고, 때마침 나타난 용암 괴물 테카로 격전 끝에 변신술의 원천인 갈고리는 바닷속으로 사라졌고, 마우이는 돌섬에 유배됐다. 심장이 사라진 그때부터 어둠이 생겨났고, 어둠은 모든 섬의 생명을 천천히 빨아먹는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들었던 전설 속의 이야기. 이야기를 듣고 자란 모아나는 어른이 되면 바다에 나가 마오이를 찾고, 심장을 되돌리겠다는 꿈을 가진다. 이 영화는 모아나가 반인반신 마오이를 만나며 해적을 비롯한 악당들과도 싸우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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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작성할 때 재밌는 사실을 알았다. 모아나를 보며 단 한순간도 지루했던 기억이 없다.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공연이든 런타임이 길면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흐려질 때가 있다. 특히 2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라면 그런 순간이 한두 번은 찾아오기 마련. 그런데 모아나는 루즈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없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도 좋았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떠나는 '모험'을 다뤄서 그런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모험', '여행'.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는 단어들. 나는 여행이 좋다. 비록 여행에는 고된 여정이 들어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한다. 집을 떠나 낯선 곳을 가는 설렘과 두려움, 타지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더 성장시켜 줄 것을 잘 알기에 나는 여행을 떠난다.
영화 초반 물의 디테일을 보며 다시 한번 디즈니의 이름 석 자의 위엄을 느꼈다. 디즈니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나를 항상 신비로운 동화 속으로 이끈다. 특히 물의 색이나 질감을 표현한 걸 보며 참 많이 감탄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그림. '그림이지만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과 한 편으로 저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갈아 넣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선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참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이상향의 모습은 얼추 그렸지만 지금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아 걱정이 많다. 나는 누구인가, 이상향이 무엇인가? 그걸 위해선 어떤 걸 해야 하는가? 꿈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여러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나요?
"말하고 안 하고는 네 선택이야."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 상황이 어찌 됐든 간에 결국 선택을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아나를 비롯해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학생 때라면 부모의 꿈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선택을, 사회인이라면 하고 싶은 일과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책임에 갈등에 빠지곤 한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선택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다. 어려우면서도 간단한 진리,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진다.
'나'를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스스로 해야만 한다. 돈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언제든 상황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변명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사람은 나아간다. 이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도전하시길, 물론 꿈이란 굉장히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것이라 그곳에 다다르는 건 불과 한 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을 이룬 사람들을 좋아하고 칭송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합리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선택에는 후회가 남는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걸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이왕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좀 덜 아쉽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원하는 길을 걷다 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걸어가 봐요.
살다 보면 종종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잊곤 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책임질 일들이 많아질수록 스스로를 지울 수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 먹히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기 위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마우이'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 하늘을 들어 올리고, 해와 바람을 가져오고……. 초반에는 테피테의 심장을 훔쳐 도망간 악역을 묘사되지만 나중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직 인간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했던 행동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순수한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하더라도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이 극에 치달으면 악이 되고, 악이 극이 치달으면 선이 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마오이는 순수하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 행동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과 생명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줬다. 그렇기에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이 작고 사소한 행동이 어떻게 굴러가 어떤 결과를 낼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린 시절, 모아나는 새들에게 쫓기는 거북이를 구해준다. 그 모습을 본 바다는 세계를 구할 영웅으로 선택한다. 사소한 선행이 뜻밖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다.
영화나 만화, 소설을 읽다 보면 인물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 그 과정과 결과를 볼 때마다 즐겁다. 과거의 마오이는 빈 껍데기였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어떤 짓이든 했던 마오이. 이후 모아나를 만나면서 자신이 했던 행동이 인간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한다.
자신이 영웅 될 수 있었던 건 '갈고리' 때문이라고 말하며, 마오이는 '갈고리'에 집착한다. 갈고리는 허상이고, 마오이는 실체지만 아직까지 인지하지 못하지만 큰 시련을 겪은 후, 갈고리가 없더라도 자신은 영웅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마오이를 영웅으로 만든 건 갈고리의 힘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 마음이었던 것이다.
갈고리(외면) 같은 허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 자신의 누구인지 꿈인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모아나가 바다로 떠나겠다는 말을 했을 땐 아버지는 극강의 반대했다. 물론 부모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누구보다 자식이 안전하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자식이 자신과 다른 뜻을 가졌다면, 그것이 사람에게 폐를 끼치거나 범법이 아니라면 존중해야 한다. 뜻이 없는 아이라면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고, 뜻이 있는 아이라면 믿고 맡겨줘야 한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기에. 물건이 아니고 하나의 생명체다. 부모란 자식을 받쳐주고 지원해야 한다.
+tmi : 타마토아의 목소리가 굉장히 낯익고 매력적이었다. 참 얄밉게, 사람 약올리듯이 노래 부르는데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타마토아의 '빛나'를 한 번 들으면 중독돼서 계속 듣게 될 겁니다. 어떤 분이 부르신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정열 배우님이셨다. 예전에 서편제 할 때 한 번 뵀었는데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기묘하고도 신기한 일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물이 깨끗한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너무 깨끗한 나머지 바닷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는 그런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