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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Nov 01. 2021

노력의 가치

심심할 때 글쓰기


'록리',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캐릭터.

나루토라는 세계관에서 재능 없이 오직 노력으로 강해진 캐릭터.


록리는 노력의 상징이다.

'노력'으로만 강해진 록리가 좋았다. 

순수하고 어린 시절, 정말 극한으로 훈련하면 나도 '팔문둔갑'이란 걸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나는 록리의 팔문둔갑을 꿈꾸며 등하굣길을 비롯해 걷는 일이 생길 때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착용 당시에는 몸이 천근만근된 것마냥 무거웠지만 모래주머니를 푸는 순간만큼은 잠깐이라도 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여튼 당시의 나는 '노력'하는 내 모습을 좋아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력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보며 노력을 멀리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릴 적에는 별다른 노력 없이 공부도 운동도 순위권 안이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1등이었는데…….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조금씩 밀리더라.

전 과목 1등을 놓쳤다. 그래도 괜찮았다. 다른 과목을 잘했으니까.

그렇게 한두 과목씩 만점을 놓지도 스스로를 위안했다.

괜찮아, 수학은 잘 하잖아? 괜찮아, 국어는 잘 하잖아?


내 파이를 뺏기고 있음에도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단 한 과목도 만점을 받지 못했던 날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나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스스로 위로를 했다. "나 그래도 운동은 잘하잖아?"


달리기가 빨랐다. 단거리, 장거리 할 것 없이. 

어릴 적 축구를 하면 아주 멀리 뻥~ 차고 혼자 달려가서 골을 넣었다.

그런데 중학교를 넘어가니 또 뻥 축구가 안 되더라?

그때부턴 막축구가 아니라 각자가 포지션을 담당하고, 전술을 사용하더라.


뻥 축구가 통하지 않은 날, 내가 주인공이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축구도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괜찮아, 달리기는 빠르잖아?라고 생각했는데…… 

단거리 달리기를 측정하던 날 나는 처음으로 2등을 했다.

아, 나보다 빠른 애가 있었네……?

나는 그때부터 공부도 운동도 잘난 게 없는 아이가 됐다.


노력하면 바뀔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만 노력이란 가혹한 성질이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성과는 굉장히 더디게 나오는 것.

결국 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게임으로 빠졌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또래보다 컨트롤이 좋았으니까.

물론 그마저도 현질한 친구한테 발린 이후 접게 됐다.

(이것이 자본의 맛이라는 걸까?)


타인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물론 열등감이란 걸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천지차이지만

나는 열등감을 발전의 계기로 사용하지 못하고 나를 갉아먹었다.

결국 패배가,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해보지 않는 사람이 됐다.


물론 지금은 좀 달라졌다.

지금은 나 자신을 인정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사람' 


아, 갑자기 '노력'이야기를 왜 하냐면,

얼마 전에 정말 노력의 결실을 맺은 사람을 봤다.

그는 작년 이맘때쯤 클라이밍을 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등록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여자였고, 굉장히 못했지. 그에 비해 몸이 가볍고 힘이 좋은 나는 실력이 금방금방 늘었어.

사실 '기술'로 클라이밍을 한 게 아니라 오직 '힘'으로만 했지. 알량한 힘만 믿고 기술을 익히지 않은 결과는 참혹했어.

몇 단계 못 가고 벽에 가로막혔으니까, 기술을 배우면 되는데 배움에 들어가는 노력이 싫어 그만뒀지.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운동을 안 하면 안 될 나이가 돼서 다시 클라이밍을 끊었는데 우연치 않게 그녀를 봤지. 

아직도 하고 있더라. 일 년, 그 사이 얼마나 성장했을까 궁금했는데……

입이 쩍 벌어진다는 표현을 그날 느꼈어.


턱걸이, 매달리 것조자 힘들어하던 그녀가 다섯 개나 하더라.

턱걸이 봉 잡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녀였는데...


"저 이제 진짜 잘하죠? ㅎㅎ"


기분이 묘했다. 아, 정말로 사람이 노력하면 바뀌는구나.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부터 내가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들. 

사실 나는 노력하지 않았던 거 아닐까? 노력하는 척만 했을 뿐.



원래부터 턱걸이를 10개 할 수 있었다면 그 이상을 해야 노력이지, 

그걸 유지하는 건 노력이 아니지 않았을까?

나도 그녀처럼 꾸준히 다녔다면 더 잘했을까? 


존경한다. 그녀를, 그녀의 노력을.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이 다짐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나도 노력이란 걸 좀 해보련다.


-


거북이를 비웃었다. 

내가 토끼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달팽이더라. 


타인의 노력을 비웃지 말자,

결실은 작더라도 언젠가 맺는다. 


그런 의미로 턱걸이를 시작했다.

아직은 열 개밖에 못하지만 백 개를 채우는 그 날까지,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천천히 나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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