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이상님은 사진 왜 찍어요?"
"……돈 벌려고요."
"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꽤나 당황스러운 걸까? 아마 멋진 대답을 기대하길 바랐던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의 난 부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부끄러운 대답이다. 돈을 번다고 말해놓고 정말로 돈을 잘 벌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그렇다면 난 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가? 다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다.
처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쯤으로 기억한다. 거창하게 카메라를 가져와서 찍은 건 아니고 그냥 핸드폰으로 찍었다. 당시의 목적은 '지금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서. 좋은 모습이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든. 그저 그 순간의 모습을 남기고 훗날에 보여주고 같이 추억하는 걸 좋아했다.
"그땐 그랬었지", "와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같은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름 뿌듯하더라. 아마 그 무렵쯤 사진에 관심이 조금씩 생겼다.
19년 3월, 우연치 않게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다. 일반적인 스튜디오는 아니고 베이비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것보단 아기와 노는 법을 배웠다. 다시 시간이 지나 가끔씩 카메라를 잡을 때가 있었고, 반강제로 카메라에 대한 이론 책을 읽었다. 구도에 관한 것들. 이후엔 노출을 비롯해 카메라의 이론에 대한 것을 뇌에 집어넣었다.
덕분에 사진 실력은 조금이나마 늘었다. 찍기 전에 구도를 생각하거나 과연 피사체와 배경이 어울리는지 같은 작은 요소들을 신경 쓰고 있기에. 그런데 그런 사진이 재밌진 않더라. 분명 결과물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가장 중요한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되는가? 돈이 되지도 않는다. 그럼 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일까?
사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된 사진.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상업사진을 찍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잘 찍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심지어 잘 찍는 사람조차 낮은 가격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럼 이게 돈을 버는 걸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조금 오래 걸리지라도 나만의 감성을 사진에 녹여내는 것.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보단 사진만 봤을 때 '아! 어떤 작가가 찍었구나.'라고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색을 진하게 담는 것. 아마 내 감성엔 호불호가 꽤나 갈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은 사랑해 주겠지.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시 시작하자. 구도 같은 이론적인 부분은 잠시 배제하고, 내가 진정으로 찍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천천히 찾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