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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Oct 18. 2021

끝을 보고 시작한 건 아닌데 끝이 보이려 한다.

심심할 때 글쓰기

and를 바랬는데 end가 될 것 같아.



최근 들어 여자친구와 자주 부딪힌다. 결이 안 맞는 기분이랄까? 그녀는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관계도 슬슬 종착역이 보인다는걸. 아쉽고 서운하기보단 그냥 그렇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 그것은 자연의 섭리니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사람이 어떻게 '딱' 맞을 수 있겠나, 당연히 이리저리 싸우고 하다 보며 맞춰가는 거지. 그런데 그 맞추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 이렇게 맞추는 것보다 그냥 각방을 쓰는 게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맞지 않는 것을 맞춰가며 서로의 감정을 소비하는 것보단 차라리 각방을 사용하거나 내가 다른 집을 구한다거나, 왜 요새 주말부부라고 해서 주말만 만나는 부부도 있다잖아. 연인이라고, 부부라고 해서 하루 종일 항상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내가 양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렇게 상대를 위해 포기하고 헌신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은 남아있을까? 내가 없는 나는 과연 나일까? 내 감정 혹은 상대의 감정이 거세되고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의 나는 대체 무엇일까? 상반된 생각이 교차되며 머리가 지끈거린다. 답은 없다. 



요 근래 여자친구와의 상태는 '냉전'이었다. 말 그대로 얼음장같은 분위기. 그 분위기가 싫어 오죽하면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찌하겠는가? 나는 맨몸으로 대구에 내려갔고 이곳엔 여자친구를 제외하곤 지인이 아예 없다. 다른 곳에 묵고 싶어도 선택지는 모텔뿐. 그래도 내 돈 주고 모텔을 갈 수 있단 걸 생각하면 학생 때보단 나은 건가? 하며 어이없이 웃는 나를 보니 참으로 웃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물어봤을 때 딱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진 않았다. 원인이 단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의 서운함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이렇게 된 거겠지. 여자친구는 아무렇지도 않다지만 그녀의 말투와 행동,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너무나도 다르다. 아 이런 뗀뗀한 공기 너무 싫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약간의 용기를 갖고 여자친구에 말한다. 



"혹시 서운한 게 있어?"



"……딱히 없어."



지금의 상태가 싫어 용기내 물었지만 이렇다 할만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예민한 걸까? 그녀가 참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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