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아무개 Dec 06. 2021

내가 너를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심심할 때 글쓰기

1.



사람이 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좋았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는 

사람 때문에 웃고 우는 것이 내 인생이더라.



어릴 적 따돌림을 당한 탓일까? 

나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어딜 가든 '집단'에 소속되려 했다. 

사람이 좋은 것도 있지만 혼자 있는 게 무서웠던 게 더 컸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내 이십 대의 반은 인간관계에 집착했던 시기다.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 많은 수록 좋다고 생각했고 

내 모든 시간과 마음과 돈을 그들을 위해 사용했다. 



물론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쭉 이어져온 인연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내가 쓰는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자연스럽게 끊기더라. 



인연이란 어느 한 쪽이 발버둥 친다고 이어지는 게 아니었다.

발버둥 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있어도 이어질 사람은 이어지고, 

애써도 끊어질 예정이었다면 끊어지는 것. 

그래, 그게 내가 느낀 인간관계다.



2.



좋아하고 친했던 선배가 있었다. 

그와 같이 자취를 했고, 여행도 가고, 공연도 같이 하고……. 

내게 있어 좋아하는 형이자 선배이고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아쉬운 건 '있었다.'라는 과거형이 된 사람이다. 



군인이었을 적, 상병 때 휴가를 나와 선배를 만났다. 

당시 한창 사람에 치여 힘들었다. 

사람을 공명정대하게 대하고 싶었으나 군대라는 폐쇄집단은 허용치 않았다.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선임, 후임, 친밀도를 떠나 다 똑같이 대했지만 

'짬'이라는 굴레에 살아온 사람들의 반발을 이길 순 없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죽은 사람 취급받았다. 



그런 푸념들을 털어놨다. 

사람이 힘들고 사람이 무섭다. 

한참을 듣던 선배는 입을 열었다.



"준용아, 근데 나는 내가 너를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예?"



문맥에 맞지 않는 대답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너를 만나도 즐겁지가 않아. 지금 이 시간에 차라리 내 인생에 도움 되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너랑 있어도 즐겁지가 않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그 집을 나왔다. 

내 표정이 어땠을지 모르겠다. 

울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 악물고 눈물을 참고 있었을까? 



맨정신에 들어도 충격인 말을 하필 최악의 상황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어버렸다. 

혼란스럽더라. 나라는 사람은 대체 무엇이고, 왜 살고 있는 걸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나는 대체……. 

스스로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의문이 가득 찼다.



내가 바뀐 걸까? 아니면 그가 바뀐 걸까? 아니면 우리 둘 다 바뀐 걸까? 

그냥 이전처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없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계산하고 손익을 따지고 그래야만 하는 걸까? 

나는 그가 밉다. 내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한 그가 너무나도 밉다. 



선배가 한 이야기와 군대에서 만난 사람 덕에 '사람'에 대한 가치관 바뀔 뻔했다. 

오로지 나만 신경 쓰고 살아가기. '도움 되는 사람만 옆에 두고 그게 아니라면 팽하기.' 

물론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 애초에 이십여 년을 사람 자체를 좋아했는데 어떻게 쉽게 버리단 말인가? 

그냥…… 당신과 나의 연은 여기가 끝인가 보오 하고 말았다. 



나의 대학생활을 함께한 사람이라 더 슬프다. 내가 더 쓸모 있는 사람이었다면 저런 말을 안 들었을까……?  



얼마 전에 그에게서 청첩장이 왔다. 

그는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하곤 있을까?       



형, 그래도 나는 형이 좋아요, 좋았어요.

근데 그렇게 매정하게 말한 형은 아직도 미워요.

작가의 이전글 클라이밍, 도파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