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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Nov 15. 2021

클라이밍, 도파민

심심할 때 글쓰기


1.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다, 운동도 안 좋아하지만 운동을 포함해 힘든 것 자체를 싫어한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사실 내 목표 중 하나는 '인생 꿀 빨면서 살기'라서…….

힘든 건 최대한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물여덟, 나이가 들어감을 실감한다. 

체력과 정신력을 조금만 쓰면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아아, '나도 마냥 젊지는 않구나.'라고 느낀 건 버스를 놓칠 때 느꼈다.

학생 때의 나였다면 다음 정거장까지 가방을 멘 채로 뛰어가 탔을 텐데

나는 그냥 포기했다. 포기하고 다음 버스를 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서른이 다 됐을 때까지 운동을 안 하니 가끔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가 생기더라.

사람의 몸은 유리 같으면서도 은근히 튼튼하다. 건강한 게 아니라 튼튼한 거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아파도 죽을 만큼 아프지 잘 죽지 않게끔 설계해놨다.


아마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나는 평균수명대로 살겠지만 

지금처럼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못 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결국 타의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2.


운동은 종류가 참 많다. 운동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헬스'.

하지만 난 헬스를 극혐한다. 노고의 시간을 견뎌야 결과가 보이기 때문에.

세 달 끊어놓고 삼일 다니고 그만둔 게 헬스다. 헬스만큼은 도저히 못 하겠더라.


무술을 배우고 싶었다. 싸움을 좋아하진 않지만 언젠가 싸울 일이 생겼을 때

내 몸 하나는 지키고 싶어서, 더 나아가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합기도장을 찾아갔으나 하필 휴관이었다. 천성이 집돌이인 나로선 나온 김에 뽕을 뽑아야 한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바로 옆에 있는 클라이밍 센터를 갔다.



힘들긴 하지만 클라이밍은 다행히 내게 딱 맞는 운동이었다.

우선 단기적인 결과가 보인다. 짧으면 일 분, 길면 십 분짜리 코스들,

한 코스를 끝내면 완주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둘째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내면적인 부분도 포함이지만 내 몸의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평소라면 절대로 취하지 않을 극단적인 자세를 취해보면서 

안 닿는 홀더도 잡고 하다 보면 내 몸이 생각보다 잘 움직이는구나 싶더라.


마지막으로 어제의 나를 이기고, 못 풀던 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은 장난 아니다.

도파민이라고 하던가? 힘든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풀었을 때 나오는 호르몬.


고된 시련을 견디고 자의로 풀었을 때 나오는 도파민의 쾌락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다.

분명 방금까지 몸을 격하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운동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졸려서 해이했던 정신이 아주 맑다.


니코틴과 담배 각종 안 좋은 것들로 망가진 뇌가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

지금이라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쾌락은 술, 담배, 자위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나 노력을 들여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 

그렇게 값어치가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살려면 해야지…….

혹시나 우울감에 젖어있거나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한 번쯤 운동하러 나가보세요. 힘들면 일로 오세요. 같이 해요.




최근엔 지구력을 기르는 중이다. 

초급벽 기준으로 1~5단계까지 쉬지 않고 왕복한다.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3단계까지 하면 힘에 부쳤는데

이제 5단계까지 완주가 가능하다. 아아, 어제의 나보다 발전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한계의, 한계까지 더 극한까지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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