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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Dec 13. 2021

화가 난다.

심심할 때 글쓰기

근래 들어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다. 아, 가끔이 아닌가?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기분이다. 가슴속부터 끓어오르는 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난 정말 많이 화가 난 상태일 뿐. 화는 더하기와 곱하기의 속성을 갖고 있어 다른 화를 부른다. 안 그래도 열불이 나는 내 가슴은 곧 천불이 된다. 모든 것이 밉고 싫고 부시고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화가 가득 차 내 한계치를 넘을 때면 큰 실수를 하곤 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말'로 찢어버린다. '가까운' 사람이라는 게 굉장히 독이다. 가깝기에 남들보다 더 친밀하기에 그의 사소한 약점부터 큰 트라우마까지 잘 알고 있다. 나는 나를 시해하는 동시에 상대를 말로 찌르고 벤다.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은 분명 후회할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내뱉는다. 


그렇게 가슴속에 있는 화를 다 뱉어버렸을 즘 상대는, 상대는…… 처참히 찢겨나갔다. 평소에 욱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면 차라리 나았을까? 화를 꾹꾹 눌러 압축시켰던 게 한 번에 폭발하니 나랑 가까이 지낸 사람은 많이 놀랄 수밖에. 놀라고 기분이 나쁘고 나와 연을 끊고……. 불행이 반복된다.


화가 나고,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고, 그로 인해 돌아와는 결과를 보며 후회하고 스스로를 미워한다. 아, 세상이 싫고 모든 것이 밉다. 나를 이렇게 만든 당신들이, 사회가 밉다. 또한 어떤 것 때문에 화난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멍청한 내 모습이 보기 싫고, 쪼잖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좁은 그릇을 가진 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심하고 한심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화가 지속되다 풀릴 때쯤 굉장히 나쁜 생각을 하곤 한다. '이렇게 불행하게 살게 할 거라면 대체 내 부모님은 날 왜 태어나게 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 화의 원인이 부모님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최종적으로 탓하게 되는 건 가장 만만한 부모님이다. 내가 좀 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아니면 부모님이 지금까지 날 케어해줬다면 조금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말 같지도 않은 망상들. 사실 부모님은 죄가 없다. 그저 그릇이 작고 속 좁은 내 잘못이지. 


아아, 뭐가 뭔지 모르겠다.뭣 때문에 화가 난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항상 열받아 있을 뿐. 잔잔한 호수처럼 살고싶은데 맘처럼 되지 않아 속상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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