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발언 직후에 남편과 나는 다소 감정적인 시간을 각자 보냈다. ‘다소’라고 하기에 둘 다 눈물 콧물을 제법 쏟아내긴 했지만.
그리고 감정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동네 천을 따라 걸으며 이혼을 해야 하는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하나 둘 꺼내놨다. 여러 가지 단어와 여러 가지 목소리 톤, 여러 가지 표정들이 나와 그 사이를 왔다 갔으나 정리하자면.
남편의 입장
남편이 말한 결혼 생활의 어려운 점, 즉 이혼 사유는 아내와 있으면 나 자신이 나답지 않은 것 같다.
반대로 이혼 결정이 어려운, 결혼 사유는 아내와 함께 있으면 더 좋은 인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잠시 의심되긴 하지만)
였다.
나의 입장
나도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결혼 생활이 어려운 점은 남편의 사랑을 계속 확인해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말까 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혼 결정이 어려운 점은 남편과 있을 때 가장 나답고, 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내가 된다. 이는 내가 남편을 좋아하는 가장 크고 명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를 하고 보니 ‘남편의 어떤 어떤 점이 좋아서 그를 좋아한다’가 아니라 그 마저도 ‘나를 나답게 해줘서 좋아한다’라는 점, 온통 ‘나’만 있는, 이기적인 이유 같아 적잖이 미안했다. 게다가 남편의 이혼 사유(자신답고 싶다)를 들으니 더욱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혼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우리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했다. 결론이 어떻든지. 상대의 결혼 사유와 이혼 사유를 꺼내놓았고, 이제 각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우리 둘의 '셀프 조정기간'이 시작됐다.
당신의 결혼 사유와 이혼 사유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