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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Sep 01. 2020

책추천_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나도 그러기로 했다


종종 책을 읽다 보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다. 


물론 내가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분야의 책 위주로 무의식이 선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더라도 나의 가장 큰 고민을 담은 구절에서 눈이 멈추기 마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 yavor, 출처 Unsplash


나는 습관을 다룬 책을 꽤 좋아한다. 

습관을 다룬 책은 결국 인간의 행동 심리, 인지 심리와 연결되기도 해서 전공(서비스 디자인)과의 관련성이 깊고, 

개인적으로 작년 12월부터 습관의 형성-루틴 만들기-에 폭발적인 관심이 생겨서이기도 하다.


습관에 대한 책은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습관의 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해빗 등의 정말 '습관'에 대해 다룬 책들도 있고,

미라클 모닝, 5am 클럽, 아티스트 웨이와 같이 아침의 힘을 강조하는 글도 결국은 건강한 아침 습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추가하자면,  바로 미니멀리즘에 대해 다룬 책들이다.

미니멀리즘은 아주 혹하는 개념이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쌓여있는 것을 최소한의 것들로만 갖추고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은 나에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고 +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처분하는 편이라서(지금은 멀쩡한 원목 TV받침장-그리고 TV도-을 버리고 싶어서 드릉드릉한다)

이런 나에게 미니멀리즘은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찾지 못해 헤매던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곤도 마리에의 책에는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되기도 했었고, 무심코 틀었던 NHK에서 그녀의 정리 모습을 한참 볼 기회가 있었기에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미니멀리즘에 대해 다룬 책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혼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물건이 많고 생각이 많았던 사람들의 갱생 이야기 정도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내 사랑) Yes24북클럽에서 에리카 라인의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를 발견했다.

무심코 등록해서 읽다 보니 비슷한 견해들에 대해 지지를 얻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도 하고 꽤 괜찮았다.


그러던 중에 생각이 난 한 사람. 사사키 후미오.



https://suumo.jp/journal/2016/03/29/108353/


몇 년 전, KBS에서인가 미니멀리즘을 다룬 다큐에서 본 기억이었다.

저 휑한 공간에 놓인 책상과 의자가 유일한 세간. (다큐에서 봤을 때는 책상도 없었는데 이사를 갔다고 한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해온 그는 원래부터 이렇게 미니멀리스트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쌓아놓고 살다가 어떤 계기로 이렇게 정리했다고 하는데...


그의 책을 생각난김에 Yes24북클럽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를 유명하게 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서비스 중이 아니었고 조금 더 실용적으로 보이는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가 눈에 띄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053884


서두에 밝힌, 나를 찾아온 것 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간 습관에 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어 왔지만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가서 읽은 습관 책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을 챕터 별로 나열해 두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1. 나쁜 습관을 버리기


요즘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나쁜 습관으로 가는 길 (신호)을 차단하고 그 신호가 보일 때 원래 하는 행동의 정반대의 행동을 하자'이다.


내 안에 시뻘겋고 커다란 큰 버튼을 만들어 놓고, (그 버튼에는 반대라고 쓰여있다) 어떤 신호가 보이면 그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저널을 쓰기 전에 커피를 마실까 차를 마실까 고민이 들 때 (이런 고민은 시간 낭비로 이어지는 신호이다. 이런 고민하다가 꼭 쿠팡에 들어가더라) 반대 버튼을 누르고 그냥 찻물을 끓이러 부엌으로 가는 식이다.


평소의 나라면 잠도 오고 하니 조금 더 그 고민에 빠져 있었겠지만, 아침부터 의지력을 소진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그런데 이 책에 아주 비슷한 내용이 나와있다.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를 가졌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습관을 버리려면 습관을 만드는 요령과 정반대의 일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습관을 만드는 단계 중 하나는 '일단 진입장벽을 낮춘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습관을 없앨 때는 반대로 진입장벽을 높이면 된다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2. 1+1로 일하기


또 하나 내가 실행 중인 것이 1+1이다.

팀 페리스의 책이었던가, 10개를 떠올리기 힘들면 20개를 떠올리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고통의 역치를 의식적으로 두 배로 높이면 이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말도 되지만, 그것보다 나는 '기세'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첫 시작이 어렵지, 비슷한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어떤 한 작업에 대한 물꼬를 틔워두면, (특히 글쓰기의 경우) 창작하는 뇌의 기능이 꽤나 활성화되어서 다른 분야의 글도 술술 써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래서 처음 실행한 것이 이것이다.

전자책을 하나 인트로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할 때 (이걸 써야지 마음만 3개월째 먹고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 새 파일을 하나 더 열었다. 

비교적 창작의 고통이 덜 드는 것으로 하나 같이 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얼마 전에 대학 강의에 들어갈 교수 설계와 워크북 작업을 의뢰받아서 작업 중인데, 이 기세를 몰아서 그 워크북에 쓴 내용을 가지고 (나에게 카피라잇이 있다) 살을 붙여서 출판사에 보내보거나 팟캐스트를 시작해 볼 계획이다.


이에 대한 내용 역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차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할 때 가장 큰 힘이 필요하고 한 번만 회전하면 지속하는 데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철은 움직일 때만 모터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관성으로 움직인다. 로켓이 발사 직후 몇 분 동안 사용하는 연료는 그 후 80만 km를 가는 데 쓰는 양보다 많다.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출근 전 2시간 반을 집필에 할당했다. 그래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47편의 소설과 16편의 저작을 남겼다. 상당히 다작한 작가로 볼 수 있다. 다작의 비결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작품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는 600쪽짜리 대작을 완성했다. 일반적인 작가라면 탈고 후에 밖에 나가 실컷 놀거나 오랫동안 휴가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600쪽의 마지막 페이지를 썼을 때, 정해진 2시간 반까지 15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방금 전에 탈고한 원고에 '완결'이라고 쓴 뒤, 그것을 옆에 두고 곧바로 새로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밖에도 습관을 만드는 것이 지금 형편이 조금 더 나은 내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라는 말이나,


습관에 따른 성장의 기쁨은 '형편이 좋지 않은 회사의 보너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보상 자체에 목마르면 안 된다는 작가의 너스레를 읽으면서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참 잘 쓰인 이 책, 부럽고도 부러워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1. 출판 편집자 출신이라 그런지 아주 쉽게 쓰였다.

2. 출판 편집자 출신이라 그런지 적절한 비유와 예시가 많이 쓰였다.

3. 출판 편집자 출신이라 그런지 비문이 없다.


아니, 이런 재능이 있으니 편집자를 했겠지.

중언부언하지 않고 그야말로 한 문장 한 문장을 공들여 쓴 느낌이 나는 책이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에만 치우치지도, 인용 문헌만을 재편집하는 태만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 힘이 되어준 참 좋은 책이다.

© FeeLoona, 출처 Pixabay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북클럽에서 ebook으로 읽고 이걸 다시 종이책으로 사서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책이 처음이었고, 

번역이 매끄러운 편이었지만 원서로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쓰면 계속 찬사만 이어질 것 같으니 여기에서 줄여야지.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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