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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Aug 28. 2020

코로나 시대의 서비스 디자인 (2)

싱가포르 도서관의 무인 반납기


작년 싱가포르 여행 사진을 돌아보다가 그때 찍어둔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이때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한참 전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시사하고 있는 점이 있는 듯하여, '코로나 시대의 서비스 디자인'으로 올려 본다.


요즘처럼 비대면이 활성화되기 전이었는데, 도서 반납을 비대면으로 하고 있는 광경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무인반납기가 있었지만 여기는 무슨 조립 공장 같기도 하고 예전에 크리스피 도넛 매장 생각도 나는 독특한 구조.


         

책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인식하여, (어떻게 넣어도 인식이 되는 걸 보면 바코드가 아니라 RFID 인식일 테다) 반납이 체크되고, 이렇게 반납된 책은 레일을 타고 이동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어도 한 권씩 입장하도록 설계된 레일 구조를 통해 차례차례.


도서관 직원 앞으로 이동하는 걸 보며 음, 이제 저기서 분류하는가? 생각하는 찰나,



반납 시 인식된 메타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분류된다.



와우.


IT강국! 우리나라에도 이런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눈여겨본 점은, 이런 반납과 분류에 이르는 일련의 체계가 Backstage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저것도 back stage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을 반납하는 사람이 으레 궁금해할 '이 책을 여기 넣으면 어디로 가지?'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경험에 있다.



이 bookdrop서비스 자체를 잘 된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 아니라, 저걸 보며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는 여정까지가 서비스 디자인인 것.



이런 사소한 - 벽 대신 창을 설치하는- 배려가, 작지만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하고, 더 많은 도서관 이용으로 이어짐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는 아직 처음이라 몰랐을 때지만) 도서관에 반납을 하는 행위를 '내 책이 칙칙폭폭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런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내가 반납할래!"를 만들 테고 "이번에는 뭐 빌리지?" 하며 자연스레 대출률까지 높아지겠지.


으른도 즐거워하고 있다.



서비스의 질과 경험을 평가하는 가치에 이제는 '안전(safety)'이라는 것도 포함될 시대.


비대면으로 인해 전체 경험이 깎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비대면이라서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나 얹어준다면 잘 된 서비스 디자인, 경험 디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june7hyu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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