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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Aug 25. 2020

코로나 시대의 서비스 디자인 (1)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안녕하세요. 연결하는 젬마입니다.


모두, 안전하신가요? 라고 인사를 나눠야 하나 싶은 때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가을에 찾아온다고 했던 2차 유행이 앞당겨서 찾아온 것만 같은데요.


오늘은 이 코로나 시대에 빛을 발하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저는 성균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제가 수학할 당시에만 해도 이런 세계적인 팬데믹이 일어나기 한참 전이었으니, 공부하고 연구했던 것은 99% 대면를 서비스를 설계하는 작업이었는데요.


이런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서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분야도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듯 합니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이 공간을 통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 darkjett, 출처 Unsplash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가장 먼저 떠오른, 여러분이 가장 알기 쉽고 적절한 케이스가 바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단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디자인은 여러 산업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에서의 서비스 디자인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산업이 고도화함에 따라 의료 행위 역시도 단순한 보건행위가 아닌 의료 서비스로 간주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단 서비스>는 보건행위를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고 잘 디자인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원래 드라이브 스루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이 주차를 하지 않고 차에 탄 채 상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리킵니다.

이 드라이브 스루 진단 방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되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전 이 서비스를 설계했던 분이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한 걸 보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9xExrxGY_Y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드라이브 스루 진단 방식이 쓰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감염병 진단을 위해 도입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여튼 이번 코로나 사태 때는 한국이 가장 먼저 발빠르게 도입하여 세계에서 벤치마킹을 하게 된 자랑스런 모양새입니다.


본론에 앞서, 잠시 서비스 디자인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몇가지 개념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고자 해요.


#이해관계자 (stakeholder)

서비스 디자인은 미적인 디자인이라기 보다 '시스템 설계'에 가깝고, 이런 설계를 도출하는데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고 말씀 드렸었죠.

그리고 여기에서 지칭하는 '사람'은 조금 어려운 말로 '이해관계자'라는 범주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해관계자란, 영어로는 stakeholder라고 하고요.

어떤 특정 서비스의 A to Z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일단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As-is와 To-be

이건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라기보다는 서비스 개선 전/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As-is는 서비스가 디자인되기 전을 가리키고요.

To-be는 서비스 디자인 후에 개선된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용어가 있지만 일단은 이렇게 두 가지만 알아도 오늘 글이 이해가 되실 거예요. :)




먼저, <코로나 진단 검사 서비스>에 얽힌 '이해관계자'는 누구일까요?

1) 진단을 받으러 온 의심 환자

2) 검체를 체취해야 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

3) 병원 직원

4) 보건 당국

우선 이렇게 네 그룹 정도가 떠오르네요.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자면, 의심환자를 데려온 보호자들, 검체를 가져다가 진단 검사를 해야하는 연구원들, 여기에 진단키트 업체(관계자), 검체 폐기 업체(관계자)등도 있을 거예요.


자, 서비스 디자인의 방법론을 통해 위의 이해관계자들의 경험과 행위가 개선되는지 살펴 봅시다.


© impulsq, 출처 Unsplash


그럼 드라이브 스루 진단 방법이 도입되기 전(As-is)의 불편한 상황을 '코로나 임시 야외 진료 대기실'에서의 상황으로 놓고 생각해 볼게요.


- 대기 중인 의심 환자:

1)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 대기 공간이 추워서 몸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

2) 아무리 띄워 앉아있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이 중에 확진자가 있으면 어쩌지?

3)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호자도 걱정이야. 어디에서 대기 중인 거지?


- 의료인과 병원 직원

1) 방금 검사실에 들어왔던 사람이 확진자일 수 있으니 빨리 저 손잡이를 소독해야 하는데..

2) 다른 일반 환자는 어떤 동선으로 들어오게 해야 겹치지 않을까?

3) 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공간이 점점 부족한 느낌이야. 어쩌지?

4)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검사를 하면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날지 몰라.


- 보건 당국

1) 하루에 최대한 많은 사람의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해.

2) 저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검사를 하다가는 병원 내 집단 감염이 일어날지 몰라.


이렇게 다양한 불편한 상황을 pain point라고 합니다. 고통점이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고통, 불편이 있는 지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보는 것이 바로 서비스 디자인입니다.


- 대기 중인 의심 환자:

1)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 몸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

→ 환자들의 컨디션을 위해 대기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없을까?

2) 아무리 띄워 앉아있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이 중에 확진자가 있으면 어쩌지?

3)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호자도 걱정이야. 어디에서 대기 중인 거지?

→ 보호자가 환자 옆에 같이 있을 수는 없을까?


- 의료인과 병원 직원

1) 방금 검사실에 들어왔던 사람이 확진자일 수 있으니 빨리 저 손잡이를 소독해야 하는데..

2) 다른 일반 환자는 어떤 동선으로 들어오게 해야 겹치지 않을까?

→ 코로나 의심 환자들과 일반 환자들을 분리할 수 없을까?

3) 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공간이 점점 부족한 느낌이야. 어쩌지?

→ 물리적인 공간과 대기석은 한정되어 있는데, 해결할 수 있을까?

4)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검사를 하면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날지 몰라.

→ 검사도 외부에서 하면 어떨까? 혹시라도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날엔 어려움이 있을까?


- 보건 당국

1) 하루에 최대한 많은 사람의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해.

→ 지금의 3배 이상으로 검사 가능한 환자 수를 늘릴 수 없을까?

2) 저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검사를 하다가는 병원 내 집단 감염이 일어날지 몰라.


이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든 이해관계자의 경험이 나아질까?



이런 큰 물음표 하나가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라는 디자인을 도출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 서비스 디자인이 적용된 후(To-be)에 이런 다양한 어려움이 어떻게 개선이 되었는지도 살펴 볼까요?


- 의심 환자

1)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기에 불편함이 해소되었습니다.

2) 보호자가 옆에 함께 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3) 대기 시간이 많이 줄었고, 잠시 창을 내려 검체 채취만을 하면 되기에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이 없어져 불안함이 해소되었습니다.


- 의료인과 병원 직원

1) 병원 안팎의 공간에 대기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어 공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습니다.

2) 의심 환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기 때문에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불안함이 해소되었습니다.

3) 다른 일반 환자와 동선이 겹칠 일이 적어서 안심입니다.

4) 환자와 밀폐된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되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습니다.


- 보건 당국

1) 대기 시간을 제외하면 10분 안에 검사가 끝나므로 하루에 더 많은 검사가 가능해졌습니다.

2) 병원 내 집단 감염의 우려가 해소되었습니다.


© aweiland, 출처 Unsplash


오늘 살펴본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 서비스>는 이제 세계적인 검사 표준이 되어가는 듯 싶습니다.

이쯤되면 꽤 성공한 대중적인 서비스 디자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위에서 저는 서비스 디자인 도출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례를 예시로 든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 도출 과정은 생각보다 꽤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요.


드라이브 스루처럼 기존에 있던 다른 산업의 서비스를 힌트 삼아 의료 서비스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해결방법을 취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해관계자들, 그 중에서도 서비스 수혜자(고객)들에 대한 다면적 인터뷰와 조사가 아주 중요합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제 '뇌피셜'과 몇 개의 기사를 응용해서 그들의 pain point를 상정해 본 것일 뿐, 실제 서비스 디자인을 수행하게 되면 서비스 수혜자에 대한 이해와 조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도 밝혀 둡니다.




이렇듯 사람들의 행위를 설계해서 경험을 개선시키는 서비스 디자인,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실생활에 담긴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즐거우셨다면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킷!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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