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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Aug 24. 2020

8개월 간의 독서 기록

그때의 공기, 그때의 불안 모두를 품고 있는-



1월부터 8월까지 독서의 기록.

완독 기준이고, 읽고 무용했던 책은 기록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책은 몇 권에 지나지 않고, 개인적으로 노션에 읽은 책을 정리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정리된 책이 아직 많지는 않다.


9월부터 읽은 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인상 깊은 구절,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 된 것, 내 삶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까지.

태그를 사용해서 나중에 필요할 때 한 데 모아볼 수 있게하는 것도 꼭 추가해야 할 것이다.


올해 12월에 3개월 간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기를!



책 읽는 시간을 낸다는 것


막연히 퇴사하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랬다. (4월의 책을 보라)

하지만 돌아 보니 의외로 퇴사 전에 읽은 권 수가 더 많은 달도 있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의 삶, 불안의 터널을 지나다 보니 책 읽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스며든 적이 있었다.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 생산을 해내야 하는 강박에 책을 일부러 멀리한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책을 멀리한 시간동안 굉장히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책 읽는 시간]에 대해 어느정도 루틴을 잡은 지금.

종이책도 읽고, 아이 재울 때와 같은 짜투리 시간에는 전자책도 읽는다.

(가장 사용성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yes24북클럽을 몇달 째 구독 중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책 읽는 시간을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생산적으로 읽기>에 대해 의식하며 읽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 읽을 여유를 가진다는 것


프리랜서에게 책 읽는 시간을 낸다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솔직히 하루에 두 권도 가능하다.

하지만 책 읽을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 불안한 상태에서 책을 잡는 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1. 집중이 안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는 게 낫다.

눈은 텍스트를 읽고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아...글 써야 하는데...돈 벌어야 하는데..' 하고 있다.

정말 고급스러운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2. 자꾸 책 속에서 불안에 대한 답을 구한다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 라는 책에 보면,

오로지 답을 구하기 위한 독서는 바닷물을 들이키는 것과 같아서 당장은 갈증이 해소되지만 이후에 더 큰 갈증이 찾아온다, 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책에서 구할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저는 책을 잘못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책에 의존하고, 그래서 책에게 상처 받고, 다시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서는 것을 반복했었습니다.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 신태순


책 속에서 답을 구하는 것은 활자 매체가 등장하고부터 인류의 오랜 행동 양식일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깨에 불안이 올라타서 담이 올 지경일 때 책을 읽는 건 조금 위험한 것 같다.

나 역시 불안에 사로잡혀 책만 팠다가 사고가 난폭해 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마음을 정리하고, 혹은 주변을 정리하고 (물리적인 청소를 말한다) 걷고 명상하고 잠을 푹 자고 나서,

마음 속이 조금은 맑아졌을 때, 책과 마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가 가능할 때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독 vs 정독


이것도 뭔가 스스로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처럼 여겨지는데,

올해가 시작할 때는 다독이 목표였다. 그리고 워낙 안에 채워진 것이 없었으니 다독을 해도 마른 논에 물 들어가듯이 나의 뇌도 쫙쫙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있다면

1. 지식이 연결되는 경험 (내 닉, 연결하는 젬마가 사실 이 경험에서 나온 것)

2. 내 삶에 적용되는 경험

두 가지일 것이다.



위의 경험 중 1번에 집중했던 8개월이었다.

많이 읽어야만 서로 연결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창발한다.

정말이지 즐거운 지적 유희가 아닌가 싶다.


이제 독서의 계절 가을이 오면, 2번의 경험에 집중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많이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게 된다.

해서, 이미 읽은 책 중 몇권을 다시 읽어볼 예정이고 새로운 책을 읽더라도 속독보다는 정독해 보고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았던 행동이지만) 밑줄도 긋고.. 댓글도 달고 대화하듯이 읽어볼 예정이다.


그때의 타임 라인


이렇다 할 독서록은 작성하지 못했어도, 저렇게 책 목록만 월 별로 적어놓은 게 힘이 된다.

책 제목만 봐도 그때 내가 하던 고민들, 그리고 어디서 어떤 자세로 읽었던 책인지 그때의 느낌은 어땠는지가 되살아나기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타임라인이 책을 통해 꾹꾹 찍혀있다. (물론 내가 쓰는 글 목록도 그 역할을 한다)


특히 불안했을 때 읽었던 책들의 제목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책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완독했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만 적어놓은 것임에도 내용이 흐릿하다. (이런 책 위주로 다시 읽을 예정이다)


2020년, 모두에게 불안하고 힘든 한 해가 지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금 거대한 불안 안에 모두가 잠겨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껴지는 중이다)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2020년이 불안함만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겠지만.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도전했고 부딪혔던 한해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증거는 내가 읽은 책들로도 충분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연결하는젬마

#독서의기록

#다독

#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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