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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Aug 27. 2020

내 오후가 매진되었다

코로나야 고호맙다


얼마 전, 내 오후를 팝니다 라는 글을 올렸고, (평일) 약 8일의 오후를 파는 데 성공했다.


참으로 뿌듯하고도 감사한 경험이었다.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게 어색했고, 또 그렇게 부르고 있지 않았는데 - 뒤돌아 보니 프리랜서로 살았다.

https://brunch.co.kr/@june7hyun/5


그런데 어제 부로 내 오후가 매진되었다.

다 팔려버렸다는 말이다.

그것도 무기한으로!!


이렇게 내 오후를 몽땅 가져간, 고객은....!?


© benjaminosullivan, 출처 Unsplash


코로나 수도권 확산으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번주 들어 주변 어린이집 한 곳과 유치원 한 곳, 고등학교 한 곳마저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드라이빙하고 있지만, (특히 요새는 벌리고 있는 일이 조금 더 늘어나서 더욱 바빠졌지만) 나는 엄연히 재택근무 중인 엄마.

'재택근무일 경우 영유아를 가정보육하라'는 서울시가 내린 공문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스멀스멀 집단 생활을 하는 아이에 대한 불안감도 올라오고 있던 차였다.


그제 아이와 함께 9시 뉴스를 보는데,

고3을 빼고 유, 초, 중, 고등학생 모두 등교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엄마, 저게 무슨 말이야?"

"코로나가 심해져서 언니 오빠들이 학교 안간대."

"그런데 왜 우리는 어린이집 가?"

"....."


그래, 일단 엄마랑 집에 있어 보자.

오전에만 외할머니에게 부탁해 보자. 엄마가 대신 오전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할테니!


이런 결론이 난 것.


내 오후를 몽땅 공짜로 사간 고객은 다름 아닌 여섯 살 내 딸.


© notethanun, 출처 Unsplash                                


오후를 아이와 함께 지내기로 한 첫날이었던 어제 오전. 아이는 엄마에게 맡기고 달리고 달렸다.

4시간 동안 거의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던 것도 같다. 꼭 해야 할 3가지 일을 다 했으니.

(그리곤 오후에 아이는 혼자 놀리고 쇼파에서 뻗어있었지만)


요즘 읽고 있는 책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거든 때때로 우연히 찾아오는 '전환기'를 영리하게 이용하라고.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어떠한 강력한 계기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가장 괴로운 것은 사실 '처음 5일'이다. 
이런 전환기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자신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오후 시간이 꽁꽁 묶인 상황을 나의 전환기로 삼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인간은 제한과 한계가 있을 때 오히려 퍼포먼스가 더 높아진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우선은 나만의 모닝 리추얼을 몇 개 삭제하기로 했다. 물론 기간 한정, 아이가 다시 등원할때까지.


1. 커피 내리기

2. 유튜브 노동요 찾기


→ 커피는 아침을 먹을 때 마시는 걸로 땡!

(일 시작하면서 네스프레소 디카페인을 한잔 또 마신다. 원두를 고르는데 시간이 든다)


→ 유튜브 노동요는 아예 랜덤 재즈로 정해버렸다.

(그날 노동요를 찾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꽤 버린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후의 시간 늘리기.

한시간이라도 더 책을 읽다 자는 걸로.




내 인생 모토가 '성장'인 것이 이럴 때는 참 다행이다.

잠시 좌절했다가도 이런 모든 것이 성장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니까.

(인생 모토가 '돈'이었다면 조금 더 편하게 살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긴 한다...)


물론, 아이와의 오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궁리도 해야겠지.

엄마 된 지 60개월이 되었음에도 아이와 노는 게 서툰 나...

이 역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서로에게 맞춰갈 수 있는 전환기가 되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해 본다.




**** 오후는 팔렸지만 오전 is available ****

**** 비즈니스 문의는 gemma.han.kr@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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