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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Feb 15. 2021

ENFP 프리랜서가 마감을 대하는 방법

패닉몬스터가 안 오면 만든다

오늘은 프리랜서가 마감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저는 일의 형태에 따라 마감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다른데요.

여기에서 말하는 일의 형태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고객이 나에게 일을 주는 경우
2. 내가 고객을 만들어 내는 경우

1번의 경우는 고객과 함께 정한 마감 기한이 있기 마련입니다.

책 집필이나 교정교열은 물론이거니와 대학 강의나 기업 코칭도 모두 기한이 있습니다.

이렇게 마감 기한이 있는 경우는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한계 안에서 일할 때 오히려 자유로운 경우가 있잖아요.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한계가 벽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누군가가 결정을 하나라도 덜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2번의 경우인데요.

아무에게도 발주받지 않은 일을 스스로 준비하고, 고객을 모으는 일.

아무도 시킨 사람이 없기에 저를 감시할 사람도 닦달할 사람도 없습니다.

스스로와 약속한 마감 목표가 있긴 하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실행보다 미루는 게 더 쉽잖아요.

불편하고 어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의 뇌는 제가 속으로 '아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라고 살짝 사인만 줘도 '지금 이걸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100가지 정도 저에게 제시해 주죠. 한 10초 걸리려나요.

학업에 있어서든 일에 있어서든 시간과 에너지, 즉 생산성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프리랜서에게는 더욱 큰 과제로 느껴집니다.

어디 생산성뿐인가요. 프리랜서에게는 회복탄력성도 중요합니다. 만약 넘어지더라도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리랜서에게 멈추는 것 = 뒤쳐지는 것이거든요.


직장에 다닐 때는 내가 걸음을 잠깐 멈추어도 저를 태우고 있는 회사라는 거대한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그나마 자리 보전은 되지만, 작은 조각배로 독립한 후에는 내가 멈춘 만큼 뒤로 후퇴합니다.

다른 배들은 매 순간 앞으로 씽씽 나가고 있으니까요.




교육,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일.

이것이 2021년 2월 현재 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인데요.

이 일은 의뢰한 이도 없고 업무 가이드도 마감 기한도 없습니다.

why-how-what 모두 온전히 제 안에서 찾아낸, 그런 일입니다.


보통의 경우, 마감이 있으면 '패닉 몬스터'가 큰 힘이 되어 줍니다.

패닉 몬스터란, 팀 어반의 TED 영상에 나오는 ‘마감의 신’ 같은 존재를 말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마감임박 때 미루기쟁이 앞에 나타나죠
현자타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rj7oStGLkU&t=568s)



하지만 제 프로젝트처럼 마감이 느슨한 경우 패닉 몬스터가 나타날 일이 없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마감을 해낼까요?

어떻게 마감을 해내야 할까요? (운다)



앞으로도 여러 스킬들을 갖춰나가겠지만 현재 제게 가장 유효한 방법은 2가지 정도입니다.


1. 보상을 걸어둔다.

한참을 즐겁게 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놀아도 되나?'

저처럼 매사 '내가 밥값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하고 따져보는 타입이라면 이 방법을 써 보세요.

미리 보상을 걸어두는 겁니다.



그중 제가 가장 잘 쓰는 것이 '1박 이상의 여행을 예약하는 것'인데요.

해보고 싶은 일이 진척이 잘 되지 않거나 자꾸만 포기하고 싶을 때는 작업 기한을 얼추 잡아본 후 (마감으로 예상되는 날) 그다음 주쯤 숙박을 예약해 버리는 것입니다.



숙박비를 지불해 버렸으니 그날까지 놀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하기에, (주객전도일 수 있으나) 여행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마치 블록체인처럼 괴로운 일(마감)을 즐거운 보상(여행)과 앞뒤로 꽉 연결해 두는 것, 꽤 효과가 있습니다.



작년 1월, 제가 주춤거리며 퇴사를 실행하고 있지 못할 때도 그랬습니다.

스스로에게 퇴사 발표라는 마감을 주기 위해 다가오는 4월, 2주짜리 태국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퇴사를 말하기 전에 비행기 일정부터 정했습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퇴사 발표를 마감할 수 있었죠.

(이 일생일대의 보상 스케일은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듯 마감이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제 안의 예약 담당자는 언제라도 숙소 예약을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여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좋아하는 공연이나 에어팟 구입하기..! 같이 본인에게 맞는 보상을 설계해 보시면 좋겠네요.

이 보상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간 이루지 못했던, 약간 과하다 싶은 게 좋습니다.



2. 쪽을 팔아 둔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체면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양반 국민'인지라, ‘내가 앞으로 이런 일을 해두겠노라’고 주변에 말해두는 것도 꽤 효과가 좋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 불특정 다수에게 말해두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1~2주에 한 번은 서로의 상태를 업데이트하는 동지나 나를 신뢰해주는 선후배에게 말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주 디테일한 마음 상태까지 (사실 자신이 솟는 건 아닌데 해야 할 것 같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스탠포드 대학교의 BJ FOGG교수는 저서 <습관의 디테일>에서 사람에 의한 자극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나 혹시 까먹으면 이거 하라고 얘기해 줘."와 같은 장치(?)는 힘이 약하다는 말이죠  


따라서 이 방법은 본인의 기질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입밖에 낸 이야기는 부끄러워서라도 최선을 다해 지키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흔히(나무위키가 말하길) ENFP는 매듭짓는 것에 약하다고 합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벌이는 것도 부지기수라고 하고요.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싶습니다.

기분이 나쁜 걸 보면 맞는 말인 걸까요.


내가 미리 걸어둔 보상, 친구에게 미리 발설해 둔 완료 플랜.
ENFP프리랜서가 스스로 패닉 몬스터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그럼에도 주저될 때가 있다면?
아래의 말을 읊으면 됩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벽보다 완료!

독립해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시는 여러분은 어떻게 마감 관리를 하시나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2021년 첫 프로젝트,

커리어 저널링 0기 모집 중입니다! (2월 18일 목요일까지)
20분 한정이니 서둘러 주세요 :)
https://blog.naver.com/june7hyun/22223974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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