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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Feb 25. 2021

나의 제품과 서비스는 누구에게 OO되는가


안녕하세요. 연결하는 젬마입니다.

오늘은 내가 만들고 파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올해 초, <커리어저널링>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며 저를 놓지 않았던 질문 하나가 '과연 이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돈을 벌어 주든지'

'시간을 절약해 주든지'


요즘같이 정보와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위의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자격 미달이라고 하죠. 세상에 소음을 더할 뿐이라고요.

저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가진 문제를 즉각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기세 좋은 눈높이와 제가 제일 궁금해하고 만들고 싶던 콘텐츠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좋은 질문'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좋은 질문에 몇 번이고 구원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내가 평생 가지고 있던 프레임의 뒤통수를 치는(!) 질문을 만났을 때의 그 놀라움.

이를 통해 나의 생각이 전복되는 쾌감은 그 어떤 배움보다도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이라는 주제의 제 콘텐츠는 타인의 돈을 벌어 주거나 시간을 절약해 줄만큼 뾰족하지도 스마트하지도 않아 보였죠.


돈과 시간.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을 벌어주는 기똥찬 솔루션이 포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절약해 주기는 커녕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나 되는 예상 세션 분량은 '내가 사람들 시간을 빼앗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죠.


© Free-Photos, 출처 Pixabay


그러던 어느 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하버드 인생학 특강>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의 원제는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이며 2012년에 출간되었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개정판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가 매년 연말마다 이 책을 통해 지난 1년을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호기심에 구입하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 책에 제대로 치인(?) 저는 돈과 시간 이외의 가치에도 눈을 돌려볼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용기를 내어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어떤 대형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크리스텐슨 교수가 속한 팀이 투입되면서 얻게 된 인사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는데요.


간단히 옮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innaka13, 출처 Unsplash


밀크 셰이크 매출을 높이기 위해 회사에서는 고객 리서치를 통한 품질 개선 (맛과 토핑)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 크리스텐슨 팀의 한 명이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바로 ‘사람들이 밀크 셰이크를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맛이나 가격, 양과 같이 밀크 셰이크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답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크리스텐슨 팀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밀크 셰이크를 ‘고용’하는 것인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밀크 셰이크의 대부분의 매출은 아침 시간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자동차로 통근을 하며 출근 시간이 길었다.


‘평소 밀크 셰이크를 고용하지 않는 날에는 무엇을 고용하느냐’는 질문에는 바나나, 도넛, 사탕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도넛은 끈적여서 자동차 핸들이 더러워지기에 꺼려지고 밀크 셰이크는 아침 대용으로 나쁘지 않은 데다 빨대로 조금씩 먹을 수 있고 차가 더러워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패스트푸드의 밀크 셰이크라고 하면 단순히 아이스크림과 같은 기호품이라고 생각했던 경영진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은 ‘긴 출근시간을 함께해 줄 아침 식사’로 밀크셰이크를 고용한 것이었다.


우리가 고용할 수 있는 아침 식사의 선택지는 다양합니다.



즉, 우리가 제품을 사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내게는 끝내야 할 일이 있으며 이것이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것을 '해야 할 일 Job to be done'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고방식에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는 사실 우리가 일하기 위해 제품을 '고용 hire'하는 것과 같다는 통찰이 깔려 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하버드 인생학 특강>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이 ‘돈’과 ‘시간’의 유용성을 위해, 즉 가성비만을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나의 가벼운 가설에는 큰 허점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제 질문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고요.


사회 현상이나 트렌드 같은 거대한 매크로 macro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시각을 조금 돌려 ‘어디엔가 내 콘텐츠의 가치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와 같이 micro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돈도 시간도 벌어주지는 못하지만 ‘나를 생각해 보는 하루 30분’의 판은 깔아줄 수 있을 테고, 그것으로 내 콘텐츠의 가치는 충분하다.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공하는 질문을 가지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각자의 성장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도 제게는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정답은 없는 질문을 듣고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정답에 가까운 것을 써 내게 될 테니까요.



지금 저와 함께 하는 십여 분의 <커리어저널링0기> 여러분의 피드백과 인증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구절이 있습니다.


뜨거운 물은 당근은 부드럽게, 계란은 단단하게 만든다.



제가 드리는 질문과 항목에 어떤 분은 의지가 더욱 단단해지고 어떤 분은 스스로에게 보다 따뜻하게 대하겠다며 마음을 엽니다.


각자의 언어,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정답에 가까운 것을 적고 계시는 분들이 ‘즐겁다’고 말씀해 주실 때,

제가 그분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거나 시간을 절약해 주지 못함에도 ‘고맙다’라고 말씀해 주실 때,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제 서비스가 ‘나를 생각하는 30분의 시간’으로 고용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를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해 줄 ‘뜨거운 물 한 그릇’으로 고용된 것도 같네요.




여러분의 서비스와 제품은 누구에게 고용되고자 하나요?

그리고 예상 못한 소비자의 욕구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나요?��‍♀️


버릇처럼 질문을 던지며,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생산자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 jmuniz,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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