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데 왜 안쓰지?

당신의 경쟁자는 '기능'이 아니라 '습관'이다

by Gemma Han

이 글은 실제 코칭 세션을 조금 각색한 시리즈 중 첫 번째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반복하는 전형적 실수들과 그 해법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지난 주, 한 웹소설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가와 코칭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기존 플랫폼보다 수수료가 낮고, 작가 친화적인 정산 시스템을 갖췄어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질문했습니다.


"그 기능 때문에 독자들이 지금 보던 작품을 중단하고, 쌓아둔 서재를 버리고, 당신의 플랫폼으로 올까요?"

침묵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기능과 싸우는 게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가장 자주 범하는 착각 중 하나는 경쟁을 '기능 대결'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수료가 5% 더 낮아요"

"우리는 UI/UX가 더 직관적이에요"

"우리는 AI 추천 알고리즘이 더 정교해요"


모두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객은 단순히 '기능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닙니다.

웹소설 독자는 플랫폼을 바꾸면서 이런 것들을 잃습니다:

구독하던 30명의 작가 목록

3년간 쌓아온 400권의 서재

매일 밤 10시에 업데이트 확인하던 습관

댓글창에서 만난 단골 독자들과의 관계


작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년간 모은 5,000명의 팔로워

누적 조회수 100만이라는 증명

매주 화요일마다 기다리는 독자들과의 약속

플랫폼 편집자와 쌓아온 신뢰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의 플랫폼으로 '이사'하게 만들 수 있나요?


2025-11-21 16 13 54.png https://unsplash.com @Amanz


전환 비용은 엑셀에 없는 숫자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에는 보통 이런 비교표가 있습니다.

경쟁사 A: 수수료 30%, 정산 주기 60일

경쟁사 B: 수수료 25%, 정산 주기 45일

우리: 수수료 20%, 정산 주기 30일


숫자로만 보면 우리가 이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사결정은 이렇게 일어납니다.


어느 날 작가가 생각합니다. "수수료가 10% 낮은 새 플랫폼이 생겼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들:

"근데 내 독자들이 따라올까?"

"새 플랫폼에서 처음부터 팔로워를 다시 모아야 하나?"

"여기서 3년 쌓은 데이터는 어떻게 하지?"

"혹시 이 플랫폼이 망하면?"

결국 그냥 기존 플랫폼에 남습니다. 10% 수수료 차이보다 확실함이 더 값어치 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입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엑셀 시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싸워야 할 진짜 적

코칭 중에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표님 혹시 금리가 0.1% 높다는 말에 은행 앱을 바꾼 적 있으세요? "

창업가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그게 고객 심리예요. 당신의 웹소설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플랫폼의 '기능'이 아닙니다.

고객의 '습관'이고, '귀찮음'이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넷플릭스가 무서운 이유는 콘텐츠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매일 저녁 소파에 앉으면 '자동으로' 넷플릭스를 켜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이 강한 이유는 기능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내 모든 인맥이 거기 있고, 3년치 대화 기록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로 불편이 늘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시장의 후발주자들은 선발을 절대 못 이길까요?

아닙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전략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세션 말미에 저는 창업가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기존 플랫폼 이용자를 '빼앗으려' 하지 마세요. 대신 아직 플랫폼이 없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웹소설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신인 작가

기존 플랫폼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포기한 사람들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된 장르나 커뮤니티

이들에게는 '전환 비용'이 없습니다. 잃을 것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세요. 이들이 당신의 플랫폼에서 팔로워를 모으고, 관계를 쌓고, 습관을 만들게 하세요.


그때쯤이면 당신의 플랫폼이 새로운 '록인'이 일어날 지 모를 일입니다.



다음 이야기 >

많은 창업가가 '성장'과 '검증'을 혼동합니다. 천만 원짜리 마케팅 예산을 쓰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단 하나는 무엇일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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