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8
거두절미하고 미국 학생비자(F-1)를 신청했는데 두 번 거절당하고 마지막에 가까스로 발급받았다. X 년 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워크퍼밋 비자를 받을 때와 그때 미국 비자(10년짜리), 그리고 캐나다에서 학생비자 연장, 취업허가서(Off Campus Work Permit, Post Graduate Work Permit) 등을 신청할 때마다, 또 이번에 석사 입학 수속까지, 여태껏 유학원이나 대행사를 이용해 본 적 없이 혼자 준비해왔고 문제가 없었는데, 이미 재정 증명된 I-20(입학허가서류)가 있고 석사과정이라 안일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첫 번째 비자 신청을 한 뒤 거절받아서 당황스러웠다. 이런 적(비자거절) 처음이야.. 게다가 학교 입학을 했는데 비자를 내주지 않다니.
첫 번째 인터뷰는 중간 창구의 마른 영사였는데 다소 깐깐해 보였다. 영사운이 많이 작용한다고 들었는데, 그 전의 인터뷰이도 10분간 씨름하다 갔고 해서 조금 불안했다. 딱히 인터뷰 준비를 안 해가서 묻는 것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한데 나중에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니 나 같은 경우는 많이 힘든 케이스였다. 한국에 가족적 사회적 재정적 기반이 부족한 경우인데 학생비자 준비하는 분들은 일단 비이민 목적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면 된다. 재정보증인으로는 부친 서류를 준비했는데 직업상 이 부분도 사실 엄청나게 까다로운 경우였다. 아, 학생비자 온라인 신청서를 여자가 작성할 때와 남자가 작성할 때 기입해야 하는 란이 다른데, 여자의 경우 최종학력 란이 포함된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2014.08)
5월 초에 I-20를 받고 재정서류들을 준비한 후 6월 초에 하려다 한번 연기하고 9일 월요일에 첫 번째 인터뷰를 잡았다. 미국 비자 인터뷰는 한국에서 서울에 주재한 대사관만 가능하여 부산에서 매번 기차로 왕복했다. 6월은 대사관 환율로 비자 신청 수수료가 17만 2천 원 들었다. 7월은 16만 8천 원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거절 이후 사실 두 번째에도 쉬이 거절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어렴풋이 느꼈다. 학교 국제학생부서에 서포트 레터라든가 써서 보내줄 수 있겠냐고 상의해보았다. 거절 사유서(주황색 레터)를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주고, 레터는 서명하고 원본으로 요구해서 페덱스로 날아왔다.
두 번째로 신청을 했는데 서류를 보완하고 6월 27일 금요일에 예약을 했다. 3번까지 예약 변경이 가능하다고 함. 학교 레터에 적힌 조언대로 포트폴리오도 들고 가고, 취업을 보장하는 추천서 1부 및 졸업 후 계획을 뒷받침하는 서류들을 챙겨 갔다. 이번 인터뷰는 왼쪽 구석의 눈이 작은 영사였는데 대기하면서 왠지 첫인상이 부드러워 보였고 이 창구에서 잘 해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오산. 취업비자도 있고 이민할 거면 거기가 더 편한데 왜 미국에서 이민하겠냐고, 졸업하자마자 이민 의사 없으니까 한국에 가족 보러 오고 다시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반증하지 않냐고 어필했는데 안 먹힘 우와ㅜ 또다시 아버지가 타국에서 일하신다고? 졸업 후 1년 동안 무엇을 했나? 등을 물어보며 준비해 간 모든 서류를 훑어보는 동안 대략 20분 정도 흘렸다. 보충설명을 하려 하니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겠다고 저지했다. 최종적으로 '미국 밖(국외)에 기반이 없다'라고 해서 아니 심지어 캐나다에도 돌아갈 취업자리도 있다니까 사실 그것도 문제야.. 그러더라고. 영사가 인터뷰 마지막에 '너는 미국에 올 자격 요건이 안된다, 다른 나라를 알아보라'라고 해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라니..
일단 학교에 연락해서 입학 연기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휴학 후 재입학(Re-admission)과는 달리 등록 전 입학유예(Deferral)도 이 제도가 낯선 국내와는 달리 여러 개인적 사유로 자주 쓰인다고 하는데 학교마다 그리고 프로그램마다(학/석/박사과정) 가능 여부, 가능 기간(최소 한 학기 최대 1년 연기 등) 등이 다르니까 잘 알아봐야 한다. 디퍼럴을 신청하면, 연기 후 입학할 때 처음에 제시했던 장학금이나 조교 제안이 대부분 사라지고, 또한 입학이 완전히 확정되고 리뷰를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지원서/지원비만 안 낼 뿐이지 현재 입학서류들을 홀드 해놓고 리뷰/인터뷰 등을 보며 내년 지원자들과 다시 경합을 벌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입학 보장 불가).
핀란드에서 유학하는 베트남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왔는데, 자신도 처음에 미국으로 학생비자를 신청했지만 같은 사유로 거절이 되어서 캐나다로 온 것이라고 했다. 영국이나 호주 등 어쨌든 다른 나라로 지원하려면 이미 7월인데 다시 준비할 시간도 없고 일 년을 더 보내야 했다. 디퍼를 하고 캐나다로 돌아가서 취업한 뒤에 1년 후에 미국으로 들어가면 사실 더 좋을 것 같기도 한데, 그때도 역시 거절의 우려가 남아있고, 아니 비자를 못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질 것 같아서 쉬이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학교 한 군데는 아무런 제한 없이 디퍼럴이 가능하다고 했고, 다른 한 군데는 조교쉽이 날아가는 것이었는데, 이 제도를 알게 된 후에는 캐나다나 한국에서 일하며 일 년을 더 보내고 싶긴 했다. 모아둔 돈은 학비로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하고 또다시 원거리 연애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고학생으로 몇 년 개고생을 하려 하다니 크아.. 마음만 가지고 선뜻 도전하기에는 결혼 취업 자녀양육 부모 부양 이런 상황 다 따져보려니 점점 어려워지고 스스로의 체력과 열정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문제인 것은 이렇게 나아간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맞을까 행복해질까 그러한 회의감이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늦깎이 인생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겠지만. 두 번이나 거절당한 건 그냥 이쯤에서 포기하라는 계시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두 번째까지 거절당하고 비자대행이나 이민법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문의하려고 했으나 대부분 서울에 밀집해있고 상담료만 5-10만 원, 같이 준비하면 이미 2번의 거절이 있는 상태이니 대략 200 이상 들 듯. 어차피 이 시점에서 나의 상황은 짧은 기간 안에 딱히 크게 바뀔 수가 없고 내가 하던 대로 조금의 서류 보완과 인터뷰 준비만을 좀 더 시킨다고 해서, 마지막 시도까지 사유서 준비하고 혼자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세 번째 비자 면접 때에 가장 왼쪽 창구의 몸집이 큰 영사가 너 여러 번 신청했었구나? 하며 캐나다에서 왜 바로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 와서 1년 있었니 라고 질문했으며 포트폴리오 한두 개를 사이즈까지 세심히 보고 전체적으로 대충 2-3분 걸려서 비자가 발급되었어하고 끝. 새로 준비해 간 다른 서류들 하나도 보지 않았고, 세세하게 준비했던 예상 답안에 관한 질문들은 거의 받지 않았다. DS-160 작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래 봤자 자신의 내역 레주메처럼 쓰는 것일 뿐.. 그렇지만 인터넷 정보를 너무 맹신하지도 말고,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거절 사례도 많으니 너무 쉽게 생각하진 말고(박사과정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첫 번째에 대사관 홈페이지를 꼼꼼히 읽고 좀 더 인터뷰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수월했을 듯. 세 번쯤 받아보니까 영사관들이 무엇을 보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잠재적 이민 의도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반증할 반드시 돌아올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학위 프로그램을 번복하는 경우(학사 학위 두 개였음), 같은 전공으로 올라가지 않는 경우(심리학에서 미술대학원으로), 근무했던 분야와 다른 전공으로 가는 경우(언론사에서 미술치료로), 그리고 학교의 위치, 규모 등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뉴욕과 LA 쪽 등의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작은 사립학교의 경우 어학연수로 또한 미혼으로 학생비자받으려면 거절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해서, 학교를 바꿔서(I-20를 변경) 재신청해야 되나 까지 생각했다. 이렇게 비자 발급이 까다롭게 된 이유는 학생비자로 와서 불법취업 및 불법 체류하는 전례가 많기 때문일 것. 그래도 운이라는 것도 작용한다는 것도 인정.
하여튼 총기 소지와 의료제도 때문에 미국 이민은 생각도 안 해봤는데 정말 짜증 났다. ㅜㅜ 세번째 인터뷰날 아침, 대사관까지 와주어서 간밤에 좋은 꿈을 꾸었다고 자신의 꿈을 팔아준 애인의 그 절실한 마음과 수고로움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