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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Sep 17. 2016

[단상] 모성애의 강요와 아버지의 역할

2016.01.08 (CHAPTER. 3.)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의 존재는 자손의 번영 과정에 있어 생물학적으로 상당히 적은 부분을 할애한다. 암컷이 모체로서 기여하는 부분에 비해 정자를 제공하고 수정체가 된 이후에 많은 종의 수컷들이 떠나가도 자손의 존속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도 마찬가지지만 정신분석심리학에서도 자녀양육에 있어 어머니의 중요성은 한없이 부각하는 반면 아버지의 역할론에 관해서는 부재해 왔는데(혹은 프로이드는 이성자녀의 성적 접근으로만), 사실 아버지의 양육자로서의 사회적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어머니는 유아가 나와 타자와의 분리를 자각하게 되는 첫대상이며 아버지는 나와 사회의 경계를 알려주게 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소임은 삼각관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어머니의 품에서 아이를 추방하고 분리하여 외부 세계를 정복하러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부재하거나 이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아이가 드러내는 징후들은 정신적 과잉활동의 징후들과 유사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사회적 규약)하며, 박탈과 부재, 가계 등을 가르치는 것이고 입문과 분리의 개념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할 경우 자녀는 타아 구분없이 정서적 집착 상태를 보이게 된다. 어머니의 존재는 유아에게 절대자이자 나자신인데 Rapprochement 단계에서 분리개성화가 일어난다. 아버지가 불완전할수록(너무 불완전해도 안된다) 어머니와 아이는 세상의 현실과 단단히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모성애의 강요와 양육 역할의 불균형, 그리고 남녀 뇌기능의 차이 - 이런 것이 남녀불평등을 논할때 예의 근거랍시고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크기에 따른 차이이다. 그런데 언어수학공간지각, 좌뇌우뇌, 멀티태스킹 등 이런 것들이 성별차에 의해 치우친다는 이론을 반문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2013년 10월에 발표된 유타대 제프 앤더슨 7-29세 피험자 1011명의 좌우뇌 특성조사 결과에서는 개인의 좌우뇌 네트워크에서 결합량이나 사용량 편중 및 나이나 성차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신체적으로 여성보다 직접 맞닿아 있지 않다고해서 남성은 양육에 있어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성은 여성만으로서 가지고 태어난 본능(선천성)이 아니라 문화에 의해 가임기까지 학습되는 결과이다. 


주변인들 및 산모 본인이 이것만 좀더 알아도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의 원인 중 하나는 줄어들 수 있다. 부모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내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이 무의식적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기실 나 자신이라는 정체성에서 (일반적으로는, 성인기에) 자손 번영을 위한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는 역동을 받아들이게 되면 남녀막론하고 크나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여성의 경우는 신체적, 생리적, 진화론적으로 더 큰 희생을 감수하므로 (이는 사회문화적인 제한성으로 다가오게 된다) 개인과 상황에 따라서 아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때도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시기에 가정안팎에서 구조적인 지원과 정서적으로 충분한 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노, 죄책감 및 우울감이 산전후 우울증으로 쉽게 발전된다. 가족 안에서 부모의 정신건강 관리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관계성장을 위해서 각 구성원들이 이를 유념해야 아동학대, 방치, 가정폭력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중국출신의 동료 치료사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아버지가 가사일을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해왔다고 한다. 같은 동북아권에 유교사상, 남아선호사상의 본적지인데 여권이 이다지도 차이나는 (직장 환경에서의 성별차이에 따른 임금, 승진, 그리고 여성의 경력단절 등) 이유가 뭘까 하다가 중국 산아제한(One child policy) 정책 지점 이후로 여아가 과거와 달리 비교적 좀더 귀하게 여겨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경제론적으로는 일처일부제에서 한 가구당 자녀 1인만이 가능하므로 남성의 생물학적 정자 생산능력이 사회법률상 제한되어 여성의 생물학적 생산능력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게 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 상대적인 여권이 신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좀더 깊은 토의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마침 전에 대한민국 국내대학교/대학원에는 수유실도 거의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교육서비스를 받는 상황에서 간과되는 많은 욕구들이 충족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저출산율때문에 문제라면서 지금의 유아들과 아동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도 한창 부족하여 새벽부터 대학도 아닌 유치원을 지원하기 위한 번호표를 뽑기 위해 줄을 서고, 학교에 (남녀공히) 출산휴가가 없으며 직장의 출산휴가는 명맥만 이어지는 등, 워킹맘 복지정책 및 사회인식이 세태에 맞게 현저히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 무자녀를 계획하거나 비혼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구조적인 배려없음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식이 더욱 심리적 고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양육을 담당했던 한쪽 성별이 사회에 나가 교육 및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이 치솟으면서 더이상 한쪽으로 치우치는 역할 분담은 자신을 비롯한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중장년층 기혼남성의 소외감과 공허감, 청년기를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바깥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열심히 일했는데 가정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고 자녀와 서먹하고 낯선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자녀가 자라는 그 시간동안 나누어야 할 중요한 대화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다. 가부장적이 아닌 가정적인 아버지 혹은 아버지의 역할을 맡게 되는 배우자가 건강한 양육자로서 보다 적합한 수행을 할 수 있게 정부와 기업의 지원 및 사회인식이 변화되면, 상대배우자에게도 자녀에게도 본인에게도 건강한 가정을 지속하게됨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David Buss. (1999). Evolutionary psychology : The new science of the mind.
Christel Petitcollin. (2010). Je pense trop: Comment canaliser ce mental envahissant.
J. Nielsen., B. Zielinski., M. Ferguson., J. Lainhart., & J. Anderson. (2013). An Evaluation of the Left-Brain vs. Right-Brain Hypothesis with 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Magnetic Resonance Im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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