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7 (CHAPTER. 3.)
첫 강의 이후 부족한 점이 많아서 기록하고자 한다.
1. 미술치료사와 전문미술가의 차이
어떤 분께서 미술치료사로서 미술 전공이 아니어서 느꼈던 한계점이 있느냐고 질문을 하였다.
나는 전공은 아니었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일한 경력은 있다고 하였고, 미술치료 석사과정의 필수요건으로 미술실기 18학점이상(6과목 1학기 이상) 및 미술 포트폴리오 15-20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운데이션과목 (기본 미술실력)이 충족되어야 하며 다른 미술 전공자들과 같은 수준으로 석사입학시 경쟁하므로 미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한계를 느낀 부분은 없었다고 대답을 했다.
물론 이것은 추측일테지만 지나고 나니 사실 그 질문은 자신의 입장을 투영해서 말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실제 의도는 혹시 '나도 미술전공이 아니어서 그런데 내가 미술치료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뜻이 내포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그분을 낙담시켰던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때 이 말을 더 하려다 못했는데,
물론 미술전공 출신의 미술치료사가 가지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사실 미술전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미술치료사가 되기에 더 유리한 점이 있기도 하며 동기들 중에도 순수미술이 아닌 만화과, 컴퓨터그래픽학과, 철학과, 사진과,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특수교육학과 등 다양한 배경이 많다. 사진과나 컴퓨터그래픽학과는 같은 미술의 영역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미술기법인 드로잉이나 회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대생들도 많다. 그렇다면 순수미술전공 출신의 미술치료사가 가지는 단점은 무엇일까? 바로 미술치료사Art Therapist와 전문미술가Professional Artist의 차이점은 전자는 심리치료를 목표로서 예술활동 자체를 표현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며, 후자는 자기철학과 자기세계를 시각적으로 소통함에 있어 기술적 완벽을 기하는 전문성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미술가 출신의 치료사의 역전이 현상에 있어, 끊임없이 내담자의 미술작품을 본인의 전문적인 완성도라는 기준 혹은 잣대를 두고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된다. 초보인 동료 미술치료사들 중 미술전공인 경우, 수퍼비전때 솔직히 토로하는 것 중에 본인이 내담자의 작품을 미술실력으로 평가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문미술가일수록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므로 통제가 불가능한 역전이인 것이다.
어느새 나는 주변의 예술가들로부터 너는 좋은 아티스트야 라는 말을 들었다.
첨언하자면, 한국에서 당신은 아티스트입니까? 라고 물을 때 대학교에서 4년동안 전공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전시나 공연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아티스트입니다라고 하는 대답을 인정해 줄까. 나는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리고 사실 예술가이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만들어내는 모든 작품이 예술적이어서 예술가가 되는 것인지,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가 만든 작품들이 예술작품이 되는 것일지, 무엇이 먼저인지 영영 알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철학 전공의 동료 J는 스스로를 당당하게 아티스트라고 일컬었고 그의 공고한 정체성에 내눈에는 그의 주변에 멋진 아우라가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내가 공부했던 뉴욕에서는 길을 걷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면.
2. Empathy & Sympathy
이 집단의 또 다른 한 분께서 이야기를 하셨다. 그분 자신이 보기에 일상생활이 매우 힘든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교육에 오시는 분이 계셔서 놀랍고 대단하며 자신이라면 그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심신이 힘든 사람들에 관해서 (사실 누구나 그러하고 '정상인'의 특권같은 건 없다) 동정과 연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 저렇게 살아지나. 나라면 저렇게 못살 것 같다.' 왜 나는 이 발언에 대해 불편했을까?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자.
각자의 생활 기준(컴퓨터 정보처리과정 식으로 말하자면 셋업설정, 디폴트)이 다른 것이다. 이미 본인의 기존 배경을 투사하여 주관에 의거한 불완전한 동일시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여기 선천적인 장애인이 있다고 하자. 태어날 때부터 시/청각장애인, 혹은 팔이 한쪽이 불편한 사람. 바라본 적/들어본 이 없으니, 두 팔이 있어본 적 없으니 불편함의 기준이 다르다. 물론, 1) 고소득층이 상상하는 저소득층의, 2) 이성애자가 생각하는 성소수자들을, 혹은 3)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고재난재해 생존자들을 향한, '얼마나 힘들까'에서 동정과 연민까지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 반하는 집단을) 혐오하는 것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심신이 힘든 사람들을 항상 대면하는 입장에서, 섣부른 동정과 연민, 이 측은함을 느끼는 감정은 내담자를 진심으로 존중하는데에 어려움을 준다. 동정과 연민이란 본인이 상위층에 놓여질때 수직선상으로 거리를 두고 아래를 쳐다보는 감정이며 공감은 수평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이다. 이 유투브 클립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링크. https://youtu.be/Y9VW7wGO4vY
3. 그룹리더로서.
사실 전부에게 최선을 다하기란 불가능하다. 자녀가 둘만 있어도 공평하게 관심을 기울이기란 어려울진데 말이다. 좀더 귀기울이고 좀더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몇몇 그룹 멤버분들에게 미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