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2
미국 미술치료 석사과정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이 일단 미술이 전공이거나 심리학이 전공이거나-여야 했다. 그런 다음에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진학 준비기간이 훨씬 단축될 수 있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복수전공이 신문방송학과였기 때문에(중첩되는 과목이 있어) 심리학은 한두 과목만 더 이수하면 되었고 문제는 미술 실기 수업과 작품 포트폴리오 등이었다. – 이에 덧붙이면 기타 이와 관련한 경험들 몇백 시간이 있고 추천서가 있고 샘플 페이퍼를 제출해야 하고, 물론 영어점수와 SOP 등등(미술치료학 개론을 선수과목으로 들어야 하는 곳도 있음)이 있으나, 나라마다 학교마다 그리고 작년과 금년이 다르기 때문에(선수과목이 없어진 경우도 있음) 학교 홈페이지 및 담당자에게 문의하고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나는 매년 학교 프로그램 브로셔를 신청하고, 담당교수 컨택은 아니더라도 학과 담당자에게 심리학/미술과목 학점 인정을 확인해가면서 수업 등록을 하고 준비하였다. 예를 들어 심리학 과목은 미묘하게 과목명이 차이나는 경우 레벨로 따지는 경우도 있었고, – 보통 발달심리학, 성격심리학, 이상심리학은 필수이지만 실제로 발달심리 시니어 레벨(300)을 충족시켜야 하는 경우 주니어 레벨(200)을 선수과목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 (Developmental Psychology는 Topic in Life Span으로 표기된 과목으로 대체 가능) – 그리고 미술실기(studio) 수업은 painting, drawing, sculpture, clay modeling 등을 꼭 포함해야 하는데 ceramics 들어도 되느냐, design drawing 들어도 인정해주느냐 등을 확인했다. 북미에서는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닌 경우에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중복인정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확인해야 한다.
아,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 대학원에서 강의를 들었던 2014-2016년 동안 교수님들 중 한 분이 바로 내가 2010년에 컨택해서 학교 선수과목에 대해 문의드렸던 타대학원 소속 패컬티였다. 그 학교에도 2014년 지원했으며, 마침내 (다른 학교이지만) 그분을 직접 만나고 강의를 들어 제자가 되니 신기했다. 물론 졸업 전에, 우리가 서면으로 5년 전에 만났다고 말씀드렸다. 일반적으로 헤어짐, 마무리, 종결의 시기가 올때 사람들이 그 관계의 처음이 어땠는지 상기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 2016.08.02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콩코디아 대학교는 현재(2013-2014) AATA(American Art Therapy Association)에서 승인받은 유일한 캐나다 대학교 미술치료 대학원인데 보다 복잡했다. 미술치료학 개론은 기본이고 미술사학 수업 혹은 미술교육 수업, 그리고 미술 관련 인문학 수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내가 꽤 선호했던 도시이고 학비가 미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으나(2년 치 등록금이 미국 한 학기 등록금이었다. 비록 장학금은 없었지만), 면접 시 정신분석학적인 관점 위주라고 하여 원하는 학문적 방향이 아니었고 창의예술치료학과의 미술치료 옵션, 음악치료 옵션, 드라마 치료 옵션 등으로 그 규모가 꽤 작았다(교수진도). 미술치료학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박사학위를 제공하는 학교가 적으며 (Notre Dame de Namur University, Mount Mary University, Lesley University, etc.) 어차피 통섭 학문의 경향이 강한 신생 분야이므로 국내에서는 재활치료 심리학이라든가 아동발달심리학 혹은 미술교육학 등 다른 쪽으로 넓혀 계속 연구하고자 하는 미술치료 사분들이 많다. 미술치료 분과나 용어 자체도 표현예술치료, 창의적 임상미술치료 등 비디오 매체로 확장하거나 무브먼트 혹은 음악적 요소 등을 가미시켜 그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어(사진치료, 영화치료도 있다) 사실 날카롭게 분리하기란 다소 애매하다.
교수진을 보고 마운트메리대학교에도 지원했다(메리마운트 대학교는 아래에 따로 있다). 미술치료 연구법을 출간하신 교수님이 계신 이 학교는 중부 위스콘신 밀워키에 있는데, 여대 리버럴 아츠 컬리지였고 규모는 다소 작아 보였으나 매년 미술치료 컨퍼런스도 이곳에서 열리고, 학부, 석박사 과정을 다 제공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학석사과정에다 (정신분석 위주가 아니라) 미술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이 학교 미술치료 수업 중 신경과학이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학과장님의 연구방향은 실존주의와 영적인 접근에 관심이 많아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다소 저어되었다. 또한 학교의 규모가 작으면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학생복지 처우에 문제가 있어 (예를 들어 유학생이 적은 곳은 선례가 없어 행정절차도 원활하지 못하더라) 본인 스스로 놓치는 것이 있으면 아주 뭐 되는 거예요..
서부에는 로얄라대학(Loyola Marrymount University는 LA에 있고 Master of Arts in Marital and Family Therapy with specialized training in Clinical Art Therapy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과 노트르담 대학교가 있는데 노트르담에 지원했다. 캘리포니아 벨몬트에 있어 기후적으로는 최적의 위치였다. (미중부 미동부 캐동부 다 춥기로 유명) 그런데 다른 곳들에 비해 지원 마감이 늦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다른 학교들 합격 발표가 나서 이곳은 인터뷰도 그냥 보지 않았다. 입시 전형료는 일찍 지원하면 할인을 하거나 면제해 주는 학교들이 간혹 있다. 이곳과 롱아일랜드대학도 면제였다. (*나중에-8월 말- 노트르담과도 면접을 보았고 합격소식을 받았는데 역시 시기상의 문제로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경력을 중시하여 석사 진학 시 이미 관련 임상경험이 2년여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쪽도 캐나다나 한국에서와 같이 정신분석적/정신역동적 관점에서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미술치료를 연구하는데, 심리학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고루한 학파이고 현재의 다양하고 발전적인 접근으로 스스로부터 설득당하고 싶었다. 물론 문학과 예술을 양적인 방법론으로 논하기에도 결과적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과학적인 패러다임을 맹신하는 것도 아니나, 보다 진보적이고 관용적인 학문 태도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나는 미술 관련 전공이 아니라서 매체의 사용에 관해서도 더 능숙해지고 싶어 (종합대도 지원했으나) 미술대학원으로 최종 선택을 하였다. 미대의 미술치료학과인 경우에는 전시 기회도 자주 주어지기 때문이다.
신생 학문인만큼 그 정체성의 확립에 대해서도 생각이 필요했다. 미술가와 미술치료사와 미술교육자, 이들의 다름은 무엇일까?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오는 도중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했는데, 우연찮게 거리축제 중 샌프란시스코 미술학교(SFAI)에서 나온 홍보 부스가 있었다 (물론 그전에 학교 본관도 둘러보았다). 넌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거니 아트 테라피스트가 되고 싶은 거니? 하고 학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때부터 그 두 가지의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술전공이었다면 여기에서 미술교육자까지 생각해봐야 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부산을 연상시켜서 마음에 드는 도시였는데 아쉽게도 SFAI의 미술치료학 석사과정이 미국미술치료협회의 인가가 아직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중에는 그게 아니면 또 어때?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준비과정 동안 정말 별의별 진로를 다 생각해봤기 때문이었다.
사정상 지원한 학교에 직접 가보지 않고 모두 스카이프나 전화 인터뷰로 끝냈기 때문에 그만큼 붙을 확률도 낮아져 우려도 있었지만, 위치한 도시, 프로그램/커리큘럼의 차이 등 학교마다 장단점이 가지각색이어서 이곳 아니면 안 돼, 여기로 꼭 붙어야 돼! 했던 곳은 없었다. 시카고 미대(SAIC)와 뉴욕의 시각예술학교(SVA)는 인터뷰 후 그룹 디스커션을 혹은 팔로업 에세이를 서면으로 보았다. 뉴욕대(NYU) 워크숍도 직접 참여하지 않고 네 가지의 홈 과제와 인터뷰 설문을 서면으로 보냈다. 과제를 하면서 무척 즐길 수 있었다. 스캔해야 되어 PC방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했지만. 롱아일랜드대학교와의 인터뷰 경험이 다른 학교들과 달리 특이했고 행정 절차 때문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콩코디아도 네 명의 면접관이 각자의 사무실에서 컨퍼런스 콜을 돌려서 서로 잘 들리지도 않고 애로사항이 많은 전화 인터뷰였다. 시간이 되면 인터뷰 후기도 써볼 예정.
레슬리 대학교는 2015년 7월, 콩코디아 대학교 대학원은 2015년 8월에 몬트리올로 여행을 갔을 때 마침내 방문해 볼 수 있었다. 프랫은 사실 지금 1여 년 동안 거주하는 집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하여 가장 가까이 있는데도 드디어 지난달에 캠퍼스를 돌아보았다. 다음에 미국에 있는 여러 대학교들에 관해 짧게 방문기를 써보겠다.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