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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an 19. 2017

[TAI] #9. MAD (1): Crochet +

2016.12.29(CHAPTER.3): Art Inspiration 9

Museum of Art & Design은 웨스트 센트럴파크인 콜럼버스 서클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입장료가 다소 저렴한 편은 아니므로 매주 목요일 저녁(6시부터 9시까지) 원하는 금액의 기부를 내면 입장 가능한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12월 말 현재 플라스틱과 세라믹 공예에 관한 다양한 전시들을 하고 있었다.


#. 9 Museum of Art & Design (1): Crochet & Weaving



Crochet Coral Reef: TOXIC SEAS            

By Margaret and Christine Wertheim and the Institute For Figuring

September 15, 2016 to January 22, 2017


LA에 위치한 Institute For Figuring 기관의 Margaret과 Christine Wertheim 자매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온  "크로셰 산호초" 프로젝트의 10주년 기념을 축하하는 전시이다.


크로셰의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재료인 털실 이외에도 플라스틱 폐품을 혼합하여 웅장한 규모의 산호말 풍경을 제작했다. 해양 생물학과 융합수학이 이론적 바탕이 되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여성주의적인 공예 작품이다.


10여 년간 크로셰의 알고리듬적 코드를 사용하여 쌍곡선의 기하학적인 표현으로 산호, 해초와 다른 암초 유기체들을 구성하는 입체적인 물결(파동막) 모양과 톱날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두 자매와 협업 아티스트들이 이로써 진화하는 인공 생태학을 꾸며낸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로셰(Crochet: 훅을 이용하여 가닥 상태의 재료를 천으로 만드는 과정 또는 그 소재로, 주로 코바늘을 사용한 뜨개질 방법의 총칭)는 산호 모양으로 300여 명의 크로셰 전문가들에게 보내져 5-6명이 협업하여 한 작품을 완성한다. 털실을 얼기설기 레이스 모양으로 뜨개질하다 보면 곡선의 오가닉 패턴이 마치 산호를 연상시킨다.  


이 전시는 세 개의 주요 서식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텍스쳐와 컬러와 형상의 털실과 비즈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산호들의 다양성을 표현한 Pod Worlds 미니어처의 구성품과 거대한 산호 숲이 그 첫 번째이다. 산호 숲은 대여섯 개의 나무 기둥을 가지고 있었다. 외계 생명체 같으면서도 이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여 마치 다른 곳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하얀색의 크로셰는 식료품을 살 때의 비닐봉지였고, 검은색의 크로셰는 그 전생이 쓰레기봉투였고, 파란색은 뉴욕타임스를 담는 봉투였다. (언어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 같아 첨언하자면, 일회용 비닐봉지 vinyl封紙는 영어로 플라스틱 백.)


또 다른 산호초 한 그루의 검은 크로셰는 비디오카세트 테이프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래 사진)




플라스틱 아일랜드

두 번째, The Midden(위 사진)은 자매들이 태평양 거대 쓰레기 밀집구역(Great Pacific Garbage Patch) 같은 바닷속 플라스틱 폐품 문제에 관하여 4년 동안 깊고 개인적인 응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와이의 한 섬에서 직접 추출한, 마치 조약돌과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들을 깔고, 매우 화려해서 위협적으로 보일 정도의 색상의 가짜 산호들이 위에서 춤추고 있다. 해양오염과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상기하게 하였다. 플라스틱 소용돌이(Plastic Vortex)라고 불리는 인류가 만든 쓰레기 더미 지역이 북태평양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97년 해양환경운동가 찰스 무어가 발견하였다. 이 구조물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바닷속 플라스틱이 독성 화학물질을 흡수하여 해양의 먹이 사슬을 오염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Bleached Reef. 오 인간들이란!


마지막으로는 죽어가는 산호들의 표식으로 보이는 Bleached Reef와 비교적 새로운 작품인 Toxic Reef가 있다. Toxic Reef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검은 드레스 폐품을 사용하였다.



심리치료와 환경오염 문제는, 심리치료와 사회정의의 관계와는 달리,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저소득층 인구와 개발도상국에게 간접적으로 혹은 결과적으로 끼치는 피해는 중산층이나 선진국이 체감하는 것보다 급격하고 좀 더 상당하다.



재활용품

나는 발견된 오브제, 폐품, 폐지 등을 미술치료 회기에서 쓰는 것을 즐긴다. 물론 내담자의 이슈에 따라 재료와 기법이 달라지겠지만. 현실적으로 미술치료가 이루어지는 현장이 비영리단체, 셸터, 복지관, 병원, 재활/양로원, 학교, 교도소 등의 기관이다 보니(심지어 영리 재단이나 문화센터에서 조차도 재료에 막대한 예산편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고급 전문 미술재료를 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내담자들도 주변의 친근한 크레용, 크레파스, 공작 용품, 사무용품 등 보다 일상적인 재료에 의하여 미술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재활용품을 사용하는 행위에는 쓸모를 다하거나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던 물건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서 커다란 치료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트라우마 이슈가 있거나, 재활센터에서 상태 회복을 위한 미술치료를 할 때 이 얼마나 적합한 은유인지.



[사진 1 found-object installation] PVC bottle, 2014


[사진 2 found-object] grocery boxes from trader's joe


[사진 3 paper tree] 2014



[사진 4] 플라스틱/레진 공예..라고 까진 하기 그렇고, 동기인 페이트라 집에 놀러 갔다가 아티스트인 어머니의 권유로 최초로 시도해 본 슈링키딩스.




직물공예(textile)

텍스타일은 실로 천이나 옷감을 짜고 염색이나 수를 놓는 것을 포함하는 공예를 말한다. 섬유, 염색, 패션 분야와 연관이 있으며 수공예, 기계공정 둘 다 가능하다. 크로셰, 뜨개질 공예는 편물 knitting에 포함되는데, 나는 그보다 직조 weaving 쪽을 더 흥미로워하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할머니 룸메이트를 모시고 살았을 적에 그분으로부터 뜨개질을 배웠지만 목도리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다. 잘못되어서 풀고, 또다시 풀고, 일련의 반복되는 행동이 매우 귀찮았다. 창의력보다는 기술을 요하는 것 같았는지.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 특별활동을 수예반으로 들었던 것 같다. 당시 덤벙대고 털털한 성격의 내가 반짇고리부를 왜 선택했나 모르겠지만, 재봉틀로 지갑 만들고 단추 달고 퀼트 만들고 했던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중고등학교 기술/가정 시간에도 도움이 되었고.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문득 인형 만들기가 취미가 되었다. 아기양, 고양이, 테디베어 등 패턴을 봐가며 손바느질하고, 안에 솜도 넣고, 그런 동물 인형을 만들거나 십자수를 해서 사귀는 친구에게 선물하고는 했다. 하지만 아직 고급 자수까지는 손길을 뻗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것은 대학원 과정에서 필수였던 정신분석 심리치료 회기 때 필자가 최초로 시도해 본 베틀을 이용한(looming) 직물. 타피스트리.

어머니
밤에 흩날리는 벛꽃


베틀을 쓴 소감은, 매우 재미있었다. 양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신체적인 에너지도 소모하게 되면서(두 발로 번갈아가며 페달을 밟는다), 뜨개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익혀야 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오고 가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천 직물을 짜려거든 아주 기계적으로 실수 없이 해야 하겠지만, 위의 두 개는 공예품이라든가 예술품이라기보다 심리치료에서 부산물 혹은 표현매체 이므로 전문적인 완성도라는 기준과 잣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미술치료에 대해 기대할 때는 도상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생각한다. 아마 내가 저 타피스트리를 놓고, 검은 술을 아래로 늘어뜨려 놓은 것은 전체적으로 수직하강의 느낌이라 우울한 상태입니다만 술들을 모아 생명과 성장을 상징하는 나무형태로 땋은 것은 발전하고 싶어 하는 욕구의 표출입니다, 또한 첫 번째 작품은 채도가 낮은 색상을 선택하고 패턴은 규칙적이고 정갈하며 조심성 있게 보이는 반면 두 번째 작품은 보다 자유롭고 이것저것 자신감 있게 탐험해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군요-라고 말한다면 명쾌하여 좋아할 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 나는 타로카드를 읽어주는 집시 할머니가 아닙니다 아니에요ㅠㅠ 


[일러스트]


그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실에서 베틀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의 행동은 어떠했나 하는 질문이다. 바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상당히 흥분했기 때문에 내가 다음으로 선택한 것은 그것의 미니어처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 나무막대와 실과 고무줄 등으로. 기실 이런 행동 패턴이 그 당시 나의 상황과 반응성을 보여주는 조그마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혹은 잠깐의 그 일화로 당시의 나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뉴욕에 온 첫 해가 아니라면, 좀 더 친밀하고 편안해서 안전했던 환경이었다면, 아니면 5년 즈음 더 어렸다면, 아마 베틀이 보였던 첫날 시도했을 수도 있었겠지. 


그다음 회기 때에 드디어 연습 삼아 실제로 돌려본 것이 저 첫 타피스트리인데, 내가 끝내고 가져가고 싶다고 하자 치료사는 저 많은 검은 실들을 과감하게 모조리 싹둑 자르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듭을 어떻게 묶는지 가르쳐 주는 동안 나는 돌봄을 받는 따뜻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감동적이었다. 물론 사용법에 의거한 당연한 행위였지만 베틀을 사용하는 중(미술활동 중)에 자연스럽고 직접적인 도움과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인지, 내담자로서의 치료적 관계-치료사에 대한 전이현상은 이후에 신뢰감이 형성되어 보다 긍정적으로 발전한 것 같다. 이전까지는 톡테라피 위주였으므로 상대와 내가 마주 보고 상담하고 있었는데, 베틀의 위치도 치료사의 오른쪽에 있어서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졌던 것이다. 이렇게 사소하고 비언어적이지만 점진적으로 혹은 결과적으로는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너무 삼천포로 나간 것 같은데, (2)에는 다시 세라믹 전시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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