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by 몽니)
이 이야기는 배드엔딩으로 끝납니다.
뭐, 스포일러 안하더라도 지금 내 생활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올해 37살, 아니 만 36살. 원래 30대 넘어가면 만 나이로 얘기하는 거예요. 직장 번듯하고, 아파트 분양권도 당첨되고, 외모는… 그냥 넘어가죠. 단지 이젠 자리를 잡고 싶은데, 같이 살 사람이 아직 없네요.
비도 오는데 왠지 기분도 꿀꿀하고 그래서요. 여튼 고마워요. 함께 해줘서. 오늘 술은 제가 다 쏩니다. 에이, 반 안내도 돼요. 내가 먹고 싶어서 부른거니 당연히 제가 다 사야죠. 덤으로 알바비 포함이라고 생각해요. 뭔 알바냐고요? 내 얘기 들어주는거. 오늘은 아무나 붙잡고 주절주절 떠들고 싶거든요.
음… 뭐… 어찌보면 내 잘못인데… 그냥 안 건드리고 가만 있었으면 됐을거, 괜히 이리저리 건드렸다가 알 필요 없는 것들만 알고 괜히 기분만 다운됐네요. 근데 아시잖아요? 상처에 딱지 생긴거 안 건드려야 되는건 알지만, 괜히 뜯어보고 싶어지잖아요. 뭐 그런거라 생각하면 돼요. 여튼 그래서 괜히 우울하고 답답해져서, 아무나 붙잡고 그냥 한탄하고 싶었어요. 아, 그렇다고 진짜 ‘아무나’라고 생각하고 부른거 아니예요.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이해심도 많으셔서 부른거니까요. 그리고 왠지, 뭐라도 도움되는 말 해줄 거 같아서 불렀어요. 덤으로 술도 잘 드시니까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좀 길어질 꺼예요. 근데 내용은 별 거 없어요. 그냥 내 연애얘기… 아니, 솔직히 연애라고 하기도 뭣한, 뭐라해야할까? 음… 그냥 호구잡힌 얘기? 막상 얘기할라니 많이 부끄러운데… 그냥 연애얘기라고 안할께요. 그냥 바보처럼 살아온 얘기 좀 할께요. 듣다보면 많이 답답할 꺼예요. 그래서 맥주랑 사이다도 시켜놓은거고요. 목 멕히면 드세요. 농담이예요. 아,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 하나 빼 먹었다.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제 지명, 인물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