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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Mar 15. 2022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26)

흔들흔들 (by 아스트로비츠)

잠시 뒤, 바보가 도착했어요. 바보 마누라는 같이 못왔죠. 원래는 마누라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하게 일이 생겨서 바보 혼자만 오게 되었죠. 어차피 오늘은 나랑 걔를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바보 마누라도 오히려 자기가 빠지는게 나을수도 있다고 바보한테 얘기했대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어쨌든 서로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면서 L랜드로 이동했죠.

연휴라서 그런지 L랜드에 사람 되게 많더라구요. 어마어마한 인파에 기구 다 탈수는 있을까 걱정했죠. 역시나 기구 하나당 짦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은 기다려야 되더라구요. 그래도 간만에 놀이공원 와서 그런지,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이래저래 수다떨면서 기다리니 그렇게 지겹지는 않더라구요. 원래 목숨 거는 놀이기구를 참 좋아해서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타면서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는 느낌이더라구요. 걔도 나처럼 목숨거는 놀이 되게 즐겼거든요. 말로는 무섭다고 타겠나 얘기하더니 자이로드롭만 3번을 타더라구요. 단지 아쉬운건 단둘이 아니라 3명이라는 것과, 아침에 도시락 건 정도? 참고로 바보가 내 도시락 먹어보더니 이거 어떻게 만들었냐고 감탄하더라구요.


실은 바보도 우리 둘만 있을 시간 줄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평소에 내가 진도 안나가는거 엄청 답답해했었거든요. 이번에도 이렇게 세명이서 놀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빠질 수 있으면 빠질려고 했었어요. 단지 초반에 인기있는 놀이기구 타야 된다고 셋이서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는게 문제였을 뿐이죠. 어느정도 탈만한거 다 타고 나자 바보가 자기 타고 싶은거 있다고 먼저 말 꺼내더라구요. 보트를 타고 동굴 탐험하는 놀이기구였는데, 동굴 속도 적당히 어둡고, 한번 타면 10분정도 걸리더라구요. 보트에는 앞에 2명, 뒤에 2명 탈 수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긴데, 바보가 나랑 걔 둘이만 보트에 태우고 보낼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나름 날 위해서 바보가 신경써준 거죠. 이 얘기를 왜 하냐면요... 계획대로 안됐다는 거죠.

한 30분을 기다려서 우리 차례가 되었어요. 그런데 나랑 바보 둘이서 앞에 타라고 등을 떠밀더라구요. 바보가 크게 당황했죠. 아니 그래도 니가 앞에 않는게... 에이, 오랜만에 친구 둘이 만났는데 둘이 같이 타면 좋죠. 이러면서 먼저 뒷자리에 타더라구요. 그것도 안쪽으로 이동도 안하더라구요. 마치 내 옆에 타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트를 타야되는 시간이 길지 않은 지라, 결국 바보랑 나랑 어쩔 줄 몰라하다가 앞자리에 타게 되었죠.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어두운 동굴을 지나가며... 걔는 화려한 장식들과 인형들에 한번씩 감탄하고, 바보는 한번씩 걔 말에 맞장구를 쳤지만 좀 쩔쩔매는 기색이 있었고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도대체 얘 왜 만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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