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습한 여름도 추억이 될 테니까 수필 (2)

by 윤준
아 오늘도 참 좋은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 “아 좋은 아침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져온다.


단순히 내가 일어났음을 자각하고 아침이 밝았음을 인지하고 긍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아침”이라는 표현 안에는 무의식 중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여름이라 찌뿌둥한 아침일 수도 있음에도 시작을 “좋다”라고 표현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찌뿌둥한 아침이 아닌 “좋은” 아침이 되는 것이다. 매미 소리가 간밤에 나를 깨워 또다시 들려오는 매미들의 울음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매미 소리들까지도 언젠가는 그리울 소리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존재한다. 아침을 어떻게 여는지 중요하다는 기사와 연구들이 있다. 그중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휴대폰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켜는 행위. 단순히 눈과 뇌를 마비시키는 행위가 아니다. 내 옆의 사람과 사물에 무관심을 보이는 것이며 나 자신에게 무관심을 보이는 것이기에 지양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취를 하거나 혼자 있는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좋은 아침” 혹은 “굿모닝”이라는 인사가 얼마나 사소하지만 서로의 기분을 좋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수년 간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굿모닝” 혹은 아침 포옹을 해주시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아침 인사가 부끄러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 또한 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언어적 인사일 경우도 있었고 포옹이나 볼키스일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면 부모님이 반가워하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우선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작지만 일종의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는 느낌에 나의 기분 또한 암암리에 좋아진다. 무엇보다도 아침 인사는 사람 사는 느낌을 준다. 작은 애정 표현이 나의 사람다움을 증폭시켜 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혼자라도 똑같다. 인사의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아무리 덥더라도 커튼을 열고 세상을 향해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 거울을 보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부스스한 모습의 당신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것은 나를 타자화 시켜 나 스스로를 바라봐 주고 아침부터 힘을 주는 행위다. 주변 사물에게 인사하는 것도 미친 행위가 아니다. 그냥 그것들을 인지해주는 것이다.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아침”이라는 표현을 해줌으로써 그들 또한 그들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으며 내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매미 소리가 귀에서 맴돌고 있다. 더위가 나를 사로잡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 날씨다. 책상은 그 전날의 일들이 널브러져 있고 컴퓨터를 여는 순간 어제 차마 끝내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 언젠가는 열어볼 휴대폰 안에는 밀린 답장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연락들이 기다리고 있고 밖으로 나가면 세상이 나를 엄습하곤 한다. 불안하고 어렵다. 세상이 시끄럽다. 내 안이 어지럽다. 귀찮고 답답하다. 숨이 막혀오고 머리가 어지럽다. 휘청거리는 느낌이 날씨 때문인지 강박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둘 다 일 경우가 크다.


일어나서 “좋은 아침”이라는 표현 안에는 내가 아침의 고요를 나의 것으로 하겠다는 다짐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완벽한 고요는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아침이 새롭게 밝았으며 나는 존재하고 있고 그 사실만큼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일깨우고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한다. “좋은 아침”이 꼭 좋은 하루로 무조건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침 뒤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일 불안감과 벅참 등등의 감정들이 따른다. 하지만 “좋은 아침”으로 시작하면 최소한 뒤의 감정들로 하루를 시작할 일은 없다. 이러한 감정들은 서서히 하지만 작지는 않게 몰려오고는 하지만 아침부터 감정들의 쓰나미에 휩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아침”으로 세상을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내가 “좋은 아침”으로 아침을 열면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나의 “좋은 아침”을 나눌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세상이 “아 더워”라며 찌푸린 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이구나”라며 미세한 웃음을 지으며 시작할 수 있진 않을까.


“아 오늘도 참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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