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습한 여름도 추억이 될 테니까 수필 (3)

by 윤준

습한 여름도 추억이 될 테니까 수필 (2)

매미가 일찍 일어나는 것인지 내가 늦게 일어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계는 7시라고 적혀있다. 잠결에 꽉 닫힌 창문을 뚫고 들리는 매미 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울고 있다.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매미 소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어쩌면 모두가 매미가 아닐 수도 있다. 매미로 둔갑한 또 다른 곤충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매미가 절대다수이긴 하겠지만.


불협화음이다. 매미. 매미. 매미. 맴맴맴 거리는 애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풀벌레 마냥 스르라미 거리는 애들이 많다. 개중에는 그저 찌지직 거리는 애들도 있다.


내 책상에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스펠로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5유로나 주고 산 책갈피가 서 있다. 다행이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비슷하여 읽고 이해할 수 있어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5유로는 멍청 비용이 될 뻔 했다. 번역하자면 대략 이렇다: 너가 장미든 튤립이든 마가리타든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꽃을 피는 거야.


사실 우는 게 매미든 개미든 거미든 우리에겐 그다지 상관없다. 귀에 울리는 것은 매마찬가지니깐. 그리고 우는 저들에게도 상관없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죽는 힘껏 울어 재끼는 것이 마치 꽃이 피는 것과 비슷한 것일 테니깐.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가장 시끄럽게 살아내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죽은 매미들이 한 가득이다. 차에 눌린 놈. 차에 치인 놈. 더위에 굴복한 놈. 사람의 손길 타다 죽은 놈. 햇살에 구워 튀겨진 놈. 태양에 삶아진 놈. 창문 틀에 틀어 박힌 놈. 죽었는데 또 밟혀 죽는 놈. 죽는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신기한 것은 죄다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분명 우는 소리는 저마다 다른데 죽은 놈들은 하나 같이 다 똑같다. 복붙한 마냥.


간혹 나무를 털어내면 얼마큼의 매미를 수확할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왜 날아가지 않고 죄다 밑으로 떨어질거라고 생각하는지 웃기다. 매미도 버젓이 날개 달린 곤충인데.


간혹 더 열심히 우는 놈이 있다. 짝짓기를 성공하겠다는 보다 굳은 의지를 보이는 놈인지 아니면 아직도 성공하지 못해서 정말 우는 놈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한바탕 소란스럽게 울다가 매미 소리가 한 번에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물론 완전한 고요함은 아니다. 개중에는 조용해지는 순간들만 골라서 우는 듯한 놈들도 있으니깐. 꼭 마지막 구령에는 번호를 세지 않는다고 얘기를 해줘도 매번 번호 부르는 놈들처럼.


입체감이 느껴지는 울음소리다. 일어나기 전부터 들려온다.


시끄럽다. 하지만 매미 소리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 없다. 나라마다 매미 소리가 다르고 우리나라 매미 소리는 특히나 더 한이 서린 듯 대차게 울어 재낀다. 악쓰며 울어댄다. 그래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지금이 정말 한 낮의 여름이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 여름이 느껴진다. 잠자리채로 매미 찾아 잡고 놀던. 땅에 떨어져있는 매미를 들고 누군가를 놀리던. 동네 구멍가게에서 죠스바를 먹을지 수박바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스크류바를 먹으며 매미소리를 듣던.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놀던. 개천에서 수박을 씻어 먹던. 마루에서 선풍기를 쐬며 매미들의 소리와 선풍기 소리의 앙상블을 듣던. 매미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매미소리에 잠에서 깨던. 시끄럽다며 매미들을 욕하다가도 그려러니 울든 말든 더운 여름을 흘려보내던.


매미 소리 가득한 여름 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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