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여름도 추억이 될테니까 (5)
눈이 저절로 떠지는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암막 커튼 사이를 뚫고 나오는 여름의 더위가 느껴지곤 하는데 가끔은 너무 일찍 눈이 떠져 버린 여름 아침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꿈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직은 낮게 공명하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햇살이 배 위에 살짝 걸쳐진 이불 한 자락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름이 나를 곱게 감싸 안고 있는데 새벽에서 막 깨어난 아침이기에 숨이 막히는 격한 포옹은 아니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따스함을 느끼며 두 다리를 펴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데 움직이는 발가락들이 오늘따라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그런 아침. 왠지 모르게 내 피부가 더 윤이 날 것만 같이 촉촉하고 기지개를 펴는데 사지가 유연하게 펴지는 느낌에 꽤 괜찮은 숙면을 취했음을 아는. 오늘 하루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영원해도 꽤나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여름 아침.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두 번째 잠을 짧게나마 청해볼까 하다가도, 다시금 쏟아지는 눈꺼풀을 느끼면서도, 지금 이 노란 순간 만큼은 온전히 느끼고 싶은 그런 아침.
오로지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계절의 아침에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아침을 여름은 선사해준다.
눈 떠보니 아직은 여름이라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