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여름도 추억이 될테니까 (6)
밖은 아직 여름인데 입추는 훌쩍 지났고 처서도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늘에는 적란운이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아직 햇살이 노랗게 세상을 장식하고 있으며 나뭇잎들은 저마다의 초록색을 뽐내고 있고 매미들은 아직도 밤낮으로 울어댄다. 그런데 가을이란다. 여름 끝자락이 서운한지 괜스레 성질을 부린다. 햇살은 강하고 태양은 아직도 뜨끈하고 움직이면 땀방울이 절로 맺힌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름은 문전박대 신세다. 아침에 일어나 굳게 닫힌 창문을 매미소리가 뚫고 들린다. 암막 커튼 사이로 아침이 보인다. 밝고 덥고 강렬한 태양의 빛이 아직도 여름은 한 창이라는 것을 몸소 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여름 끝자락이 왔음을 안다. 여름이 우리랑 더 놀고 싶어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이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날씨와는 달리 문득 일주일 전 같은 시간 때에 비해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음을 느낄때 아직은 습하지만 그래도 선선함이 살짝 느껴지는 바람이 스칠때 벌써 여름 끝자락임을 체감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제 그만 놓아주고 싶은 여름이었지만 여름 끝자락에선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리는 여름이기에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이른 저녁 어두워진 하늘이지만 그래도 아직 햇빛이 그을러져 있다. 가로등은 살포시 켜지는데, 한 두 사람이 걷던 거리는 어느덧 한 두사람이 뛰고 두 세 사람이 걷고 있다. 습도가 낮아졌는데 아직 공기는 여름을 머금고 있고 여름 끝자락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은 마치 꿈만 같은 느낌이다. 몽글몽글.
아침 햇살이 더디게 일어난다. 새벽이 길어지고 아침마다 덮고 있던 더위는 말없이 옷장에 들어간 듯 하다.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이지만 그렇게 여름 끝자락은 온다.
여름 끝자락에서는 여름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그동안의 땀방울들이 맺혀 추억으로 봉우리 진다.
여름 끝자락은 그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