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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Feb 11.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4

'사쿠라지마 유노히라 전망대 업힐'에서 불굴의 의지를  다지다

2019.3.22 (금)


오늘은 '가고시마의 상징' 사쿠라지마(桜島) 라이딩이 있는 날. 다행히 아침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맑고 온도도 선선해 보였다. 사쿠라지마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유노히라 전망대(湯之平展望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약 46km 정도 되는 코스인데, 아주 긴 코스가 아니라 오전에 갔다 오면 오후 시간이 애매하게 뜰 거 같아서 차라리 점심식사 후 출발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 오전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탈리스 커피로 향하였다. 다양한 카페를 체험하고 싶었으나, 개인 카페들은 대부분 점심시간이 다 돼서 오픈해서 오전에 차 한잔 하면서 뭔가를 하려면 체인점 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닝 세트 (샌드위치+커피)'를 주문하였다. 여대생으로 짐작되는 젊은 여직원이 처음에는 일본어로 주문을 받다가 딱 봐도 일본어가 서투른 외국인 같으니, 메뉴를 확인한 후에는 전체 문장까지는 아니어도 Take out? Here?라고 단어 단어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본 여행 중 내가 영어로 묻기 전에 일본인이 먼저 나한테 영어로 말을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것도 도쿄가 아닌 가고시마라서 의외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도 그렇고 일본인들의 어색한 영어발음 때문인지 막연히 일본인 하면 영어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나의 편견과는 달리 젊은 층 경우 영어를 중시 여기고 구사 수준도 어느 정도 되는구나, 내수 중심의 사고 방식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들도 글로벌화라는 시대의 흐름이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카페에서는 사쿠라지마 라이딩 시 둘러 볼 장소들을 한번 더 리뷰하고, 독서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되니 오늘도 역시나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스파게티+커피)만 하고 나가는 여성들이 많이 보였는데, 일본에서는 카페가 대화를 나누기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홀로족들의 다이닝을 위한 공간으로도 크게 활용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식사를 하고 나가는 여성들을 보니 나도 배가 고파져 점심 식사를 하러 '사츠마지(さつま路)'라는 향토요리 전문점으로 향하였다. '사츠마아게(어묵)', '흑돼지뼈 조림', '키비나고'와 같은 가고시마 지역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사츠마상'이라는 런치메뉴를 주문하였다. 사츠마아게와 흑돼지뼈 조림은 처음 먹어본 것들이었는데, 사츠마아게는 짭조름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흑돼지뼈 조림은 특유의 부드러운 고기 식감과 달짝지근한 양념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어느 식당을 가던,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음식이 담기는 그릇과 플레이팅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츠마지 식당 음식도 평범한 그릇에 담겼더라면 그저 그런 음식으로 보였을 수도 있지만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그릇에 정성껏 담겨져 나오니 같은 음식이라도 더 맛있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음식도 맛에 있어서는 세계 어떤 음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보는데, 우리나라 음식점에서도 음식의 맛을 더 살릴 수 있는 그릇과 플레이팅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하고,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식을 좀 더 맛있게 즐기고 한식에 대한 인식도 향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와 환복 및 자전거 점검을 한 후 사쿠라지마 페리항으로 이동하였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는데, 첫 라이딩이다 보니 빼먹은 것들이 없는지 확인하다 보니 계획보다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날이 살짝 흐려지긴 했으나, 오히려 라이딩하기에는 좋은 선선한 날씨였다. 

사쿠라지마 페리항에 도착하였다. 페리는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 사이를 24시간 내내 15분 간격으로 운항하는데, 차량 선적이 가능하고 자전거는 따로 패킹해서 들고 탈 필요 없이 차량과 같은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어 자전거 선적 시에는 차량이 승선하는 길을 따라 페리 안으로 들어가면 되었다. 처음에는 이 길이 맞나 불안했는데, 도로에서 나를 보며 배 안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직원을 보고 안도하며 별 어려움 없이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라커로 묶어놓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 배와 바다는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마법을 지니고 있는지, 예전에 동해에서 사카이미나토로 자전거 여행 갈 때 탔던 페리와 기타큐슈 자전거 여행 때 탔던 모지코-시모노세키 페리에서의 기억들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고, 페리가 이동하면서 눈 앞에 점점 크게 다가오는 사쿠라지마, 반대로 점점 멀어지는 가고시마 해안, 옆으로 펼쳐져 있는 긴코만 바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약 15분간의 운항 후 사쿠라지마항에 도착하였다. 뱃머리 출구를 빠져나와 도로를 따라 쭉 올라가니 요금을 내는 톨게이트가 나왔는데, 자전거로 자동차와 한데 섞여 자동차 행색을 하면서 가려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재밌었다. 페리로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를 오가는 차량 수가 꽤 많았는데,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 나아가 오스미 반도 쪽 지역과의 이동 및 교류가 활발함을 알 수 있었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로손(Lawson) 편의점에서 물과 에너지젤을 구매한 후, 사쿠라지마에서의 페달링을 힘차게 시작하였다. 어제 3번 국도와는 달리 사쿠라지마 해안도로는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라이딩하기가 좋았다. 사쿠라지마 너머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와 가고시마 뷰며,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며 화산재를 뿜어 내고 있는 웅장한 사쿠라지마 활화산은 나로 하여금 페달링을 힘껏 하게끔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유노히라 전망대 업힐 코스를 제외하고는 해안도로 대부분이 평지일 거라 생각해 여유로운 라이딩이 될 줄 알았으나, 중간중간 경사도가 꽤 높은 오르막길이 여럿 있어 헉헉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게다가 오늘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지 섬을 반 바퀴 쯤 돌았을 때는 화산재 돌가루가 입 안에 씹힐 정도로 공기 질이 좋지 않았다. 사쿠라지마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라는 생각이 들 때 쯤, 항구에서 18km 정도 달린 후에, 쿠로카미 도리이(黒神埋没鳥居)에 도착하였다. 


쿠로카미 도리이는 1914년 화산 대폭발 때 나온 화산재에 묻힌 도리이라고 하는데, 도리이 규모는 작았지만 도리이가 묻혀 있는 모습을 보니 당시 폭발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보여 주기 위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했다고 하는데, 대자연 앞에서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딛고 이겨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쿠로카미 도리이를 둘러본 후 4km 정도 더 가니, 기리시마에서 오는 길과 타루미즈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 쪽은 화산 대폭발 당시 용암이 흘러내렸던 곳이라 그런지 섬 북쪽과는 주변 모습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사쿠라지마에서의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막 시작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도로 왼편에는 오스미 반도가 바다 건너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 카노야(鹿屋) 지역으로 라이딩 시 지나갈 곳이라 카노야 라이딩에 대한 기대감도 같이 커져갔다. 


사쿠라지마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 지 얼마 안돼, 아리무라 용암전망대(有村溶岩展望所)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로 향하였는데, 길 옆으로 늘어선 용암 바위들의 크기가 엄청났다. 아까 쿠로카미 도리이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화산 폭발 시 이런 돌들이 공중에 날아다닌다고 상상해보니, 폭발 시 공포와 무서움이 어떤 것일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연신 화산재를 내뿜고 있는 활화산 기타다케의 위용을 감상하였다. 활화산을 바라보며 나야 얼마 안 있다가 갈 방문객이지만 언제 어떻게 분출할지 모르는 활화산을 옆에 끼고 사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어떨까 생각해 본 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자전거에 탑승한 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동 중에 도로 곳곳에 화산 폭발에 대비한 대피소와 호우 시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이 범람하지 않고 바로 바로 흘러들어 갈 수 있게 만들어놓은 엄청난 크기의 수로들을 볼 수 있었는데,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사전에 철저하게 구축해놓은 이들의 인프라가 인상적이었다. 


유노히라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섬을 거의 한 바퀴 다 돌 때쯤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쭉 올라가야 하는데, 이정표를 놓쳤는지 계속 가도 그 길이 나오지 않고, 좀만 더 가면 나오겠지 했는데, 이게 왠 걸 저 멀리 사쿠라지마항이 보이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멈춰 서서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이미 입구를 지나쳐 온 것. 해가 슬슬 지려고 하는 오후 5시 반쯤이었는데, 사쿠라지마를 만만하게 봤는지 몸도 피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전망대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너무 늦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그냥 전망대 업힐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는 게 나을 지 순간 고민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첫 라이딩인데 시작부터 힘들고 시간이 지체된다고 해서 계획을 중도에 변경한다면 이러한 마음 가짐이 다음 라이딩에서도 영향을 미칠 거 같아, 유노히라 전망대는 오늘 승부를 보는 것이 맞겠다 싶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돌아와서 보니 이렇게 큰 이정표를 아까는 왜 못 봤는지 모르겠다. 입구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6km 정도 되는 지속적인 업힐. 출발 전에 보급 차 에너지젤을 하나 먹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한 번 가보자라며 나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쳐보았다. 

계속되는 업힐이라 몸은 힘들었지만, 숲 내음을 맡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는 기분이 상쾌하였고,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 저 멀리 갈대숲 뒤로 보이는 가고시마 시내 뷰도 아름다웠다. 또한, 내 앞에서 화산재를 뿜으며 웅장하게 우뚝 서 있는 활화산은 나에게 앞으로 남은 여정을 잘 헤쳐나가라는 의지와 용기를 심어주기 충분하였다. 

올라가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이 한 대도 없어 썰렁하긴 했지만, 전망대까지 가는 길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마치 내가 독점하여 나 혼자만 그 특권을 누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전망대에 안 올라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며 남은 힘을 있는 힘껏 짜내면서 저 멀리 보이는 유노히라 전망대를 향해 페달링을 하였다. 


약 50분 정도의 업힐 끝에 마침내 유노히라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오후 6시가 넘어 전망대 건물은 문을 닫았지만, 전망대 주변에서 바라보이는 가고시마 전경을 감상하고, 전망대 앞에 있는 비석 앞에 자전거를 놓고 '승리'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고시마에서의 본격적인 첫 라이딩을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에서, 그리고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사쿠라지마 라이딩의 상징인 유노히라 전망대까지 무사히 오게 되서 가고시마 라이딩 전체 여정의 첫 단추가 잘 꿰어진 거 같은 느낌이었고, 앞으로 있을 어떤 라이딩도 두려움 없이 잘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을 수 있었다. 

해가 떨어져 주변이 어두컴컴해졌고 바람이 세게 불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더 늦기 전에 다시 출발할 채비를 하고 올라왔던 길 반대쪽 길을 따라 내려가 사쿠라지마 페리항으로 향하였다. 내려올 때 가고시마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쿠라지마에서 가고시마로 돌아갈 때는 페리에 승선하기 전에 톨게이트에서 미리 요금을 내고 타는 것 외에는 사쿠라지마로 올 때와 동일하였다. 자동차 출입구로 탑승하여 자전거를 대놓고 상부 객실에서 페리항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도착해서는 다시 자동차들과 함께 출구를 빠져나왔다. 

가고시마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배도 고프고 체온도 아까보다 더 떨어져서 그런지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이럴 땐 역시 라멘이다 싶어 방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후 식사로 라멘 한 그릇을 하기로 하였다.  


샤워를 하면서 어디 라멘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엊그제 방문했던 디앤디파트먼트에서 가고시마 라멘 명물로 소개한 텐몬칸에 있는 노리(のり一)라는 라멘집이 생각나서 그리로 가보기로 하였다. 저녁 장사는 8시부터인데, 유명 라멘집이니 늦게 가면 오래 기다릴까 봐 최대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8시 반쯤 도착하였는데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가게를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었고 가게 내부도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매스컴에 소개된 맛집이라고 하면 맛을 떠나 일단 벌떼처럼 몰려들고 봤을텐데 그렇지 않아, 이들의 외식문화는 우리와 다른가, 어느 음식점을 가던 다 맛있기에 맛집이라는 개념이 없으려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게 안을 둘러보며 키오스크에서 라멘과 병맥주를 결제한 후 직원분께 티켓을 건넸다. 

1948년에 개점한 노포답게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내부 분위기에서 이 곳의 오래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일하시는 세 분 모두 일흔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었는데, 초창기부터 같이 손발을 맞춰 오셨는지 주문 후 조리부터 서빙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가게의 역사만큼이나 일하는 사람들 역시 그 세월을 함께 같이 하고 있는 거 같아 보기 좋았다. 

책에 소개된 곳이라 맛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이 곳이 왜 소개되었을까 먹는 내내 고민을 하게 된 내 입맛에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맛이었다. 닭 육수를 사용해서 국물은 깔끔했으나 너무 심심해 맛을 느끼기가 어려웠고 라멘과 숙주를 같이 먹었을 때 식감이 좋지 않았는데, 가고시마 라멘집으로서의 오래된 역사, 예전 맛에 대한 고수와 같은 이 곳만의 상징성에 큰 의의를 두고 소개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일본도 불금이라 그런지 번화가 텐몬칸 거리에는 술집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몸이 노곤했는지 라멘 먹을 때 같이 먹었던 맥주에 취기가 살짝 올라오긴 했지만, 첫 라이딩도 잘 마무리했겠다 나도 오늘은 뭔가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들 무리와 함께 불금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가는 길에 한 잔 더 하고 들어가기로 하였다. 


화려한 외관보다는 허름하더라도 현지 로컬들이 자주 찾는 단골집 느낌 나는 술집이 없을까 주변을 배회하다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해적선(海賊船)'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바 테이블 석으로 안내를 받고 뭘 주문할까 하다가 오늘의 추천 메뉴로 주문을 하였고, 소주의 고장 가고시마에서 아직 소주 맛을 못 봤던 지라 소주도 같이 주문하였다. 

관광객이 올 만한 술집은 아니라 외국인이 능숙치 않은 일본어로 메뉴 주문을 해서 먹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사장님(마스타)께서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물어보시면서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서울에서 왔고 한 달 동안 가고시마 여행하면서 자전거를 탈거라고 하니, 내 옆에 있는 아저씨가 자기도 한국에서 왔다고 농담을 하시고, 옆에 계신 아저씨는 자전거 타러 여기까지 오고 대단하다며 장단을 맞춰주셨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술을 마시면서 주변을 관찰해봤는데, 요리하는 아버지부터 계산하는 어머니, 그리고 서빙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 (혹은 딸)까지 전 가족 구성원이 다같이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다큐에서만 보던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같이 가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 가업 승계 문화가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호텔 바로 앞에 가성비 좋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로컬 술집을 발견한 거 같아, 술은 먹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종종 오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넨 후 가게를 빠져나와 호텔로 복귀하였다. 


오늘 있었던 내 가슴 속 열정에 불을 지핀 사쿠라지마 일주 라이딩, 그리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일본인들의 '맛집' 방문 행태와 '세대 간 가업 승계' 모습들을 쭉 떠올려보니, 모두 귀하고 값진 경험들이었다. 

오늘은 기분 좋게 푹 쉬고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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