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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Sep 04.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6

카노야 라이딩, '지역 경제 활성화, 문제는 도로다'

2019.3.24 (일)


'카노야 라이딩' 날의 아침이 밝았다. 밤새 자면서 뒤척이긴 했으나 그래도 잠을 오래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다. 

오늘 라이딩은 카노야 지역을 둘러보기 위함이라기 보단 카노야에 있는 한 식당을 가보기 위해 계획된 여정이었다. 내막은 이렇다. 예전에 도쿄 여행 때 '도심 조깅족들을 위한 건강식을 제공'하는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이라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곳의 본점이 카노야라는 곳에 있다고 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가고시마 여행 계획 중에 가고시마현에 카노야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설마 그 카노야인가 하고 찾아보니 그 카노야가 맞는 것이었다(참고로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은 카노야 국립 체대 학생들이 늦게까지 훈련한 후에 주변에 양질의 영양 섭취를 할만한 식당이 없어 학생들을 위해 대학과 지자체, 음식 체인이 합작해 만든 식당이 그 시작이다).

같은 가고시마 현내 지역이니 이번 여행 기회에 가보면 좋을 거 같았고, 마침 자전거도 갖고 가겠다, 식당 취지에 맞게 '애슬릿'처럼 식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식사도 하고, 간 김에 카노야 지역도 같이 둘러보고 오면 좋을 거 같아 오늘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출발 전에 오늘 이동 경로 및 일정에 대해 리뷰를 하였다. 가고시마에서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이 있는 카노야 국립 체육대학까지 자전거 이동 거리는 약 40km로, 페리로 사쿠라지마까지 이동 후 섬 아래쪽 224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카노야로 향하는 220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 예정이고,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에 도착해서는 점심 식사 후 국립 체육대학교를 둘러보고, 카노야 시 중심지 쪽으로 좀 더 들어가 항공기지 사료관과 철도 기념관을 본 후, d travel 책자에서 소개된 아라히암이라는 카페에 갔다가,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돌아올 때 사쿠라지마보다 카노야에서 좀 더 가까운 타루미즈라는 곳에서도 가고시마로 오는 페리가 있어 어디서 승선할지는 올 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였다.

대부분 평지이긴 하나 왕복 80km가 넘는 나름 장거리 일정이라, 출발 전에 자전거에 이상은 없는지, 빼먹은 장비들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 후 호텔 밖을 나섰다. 아침부터 빨리 준비해서 나온다고 했는데 벌써 10시가 되었다.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 점심 운영 시간은 오후 2시까지라는데 혹시 몰라 서두르기로 하였다.  


사쿠라지마 페리항에 도착하였다. 한번 타 본 경험이 있다고 여유 있게 차량들 무리를 따라 배 안으로 승선하였다. 오늘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날이 쌀쌀하긴 하나 그 어느 때보다 맑아 사쿠라지마, 가고시마, 긴코만 바다 어느 곳을 보아도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배에서 내린 후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지불한 후, 사쿠라지마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주말에 카노야 쪽으로 라이딩을 많이 한다는 Fun Ride 사장님 말씀에 일부러 카노야 라이딩을 일요일에 잡은 것도 없지 않은데 아직까지 라이더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224번 국도를 따라 달린 지 얼마 안돼 오른편에 사케비노쇼조(叫びの肖像)가 있는 아카미즈 전망광장(赤水展望広場)이 보여 잠시 들르기로 하였다. 사케비노쇼조는 가고시마 출신 가수인 나가부치 쓰요시가 사쿠라지마 채석장 철거지에서 콘서트를 한 후 기념으로 만든 용암 조각상'이라고 하는데, 절규 짖는 사람 얼굴과 기타 조각이 독특하였다.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아래에 있는 아카미즈 전망광장으로 이동하였다. 날이 맑아서 그런지 바다 넘어 보이는 가고시마 시와 그 뒤로 보이는 산맥 라인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뷰를 감상하면서 사진 찍는다고 생각보다 오래 있었다. 저 멀리 활화산에서 내뿜는 화산재 양도 그 어느 때보다 많아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화산재를 먹기 전에 어서 속도를 내서 이동하라고 나를 재촉하는 거 같았다. 


갓길도 넓은 데다 도로포장 상태도 좋고, 등 뒤에서 순풍이 부는지 자전거도 앞으로 쑥쑥 잘 나갔다. 게다가 오른편에 보이는 반짝이는 바다며 그 너머 보이는 오스미 반도 해안도 아름다워 말 그대로 자전거 탈 맛이 났다. 


10km 정도 달리니 카노야로 내려가는 220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삼거리 쪽에 오니 화산재가 이 쪽 방향을 향해 부는지 입 안에 모래가 씹힐 정도로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책에서 보니 가고시마 사람들은 일기 예보 볼 때 눈, 비 예보나 온도 보단 화산 폭발 여부나 바람 방향 정보에 더 민감하다고 하던데, 설마 Fun Ride 사장님 말과 다르게 오늘 이 쪽에 라이더들이 없는 이유가 오늘 바람 방향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220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 얼마 안 있어 가이가타(海潟) 항구 이정표가 보이길래 시골 항구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여 안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질서 정연하게 정박된 선박과 깔끔하게 정리된 주변 시설 장비들을 보고 역시 '관리의 일본'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옆 쪽으로 좀 더 이동해보니, 낚시를 즐기고 있는 현지인들도 보였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뷰가 장관이었는데, 아직 활동 중인 사쿠라지마 미나미다케가 좀 더 가깝고 직접적으로 보여서인지 더 살아있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낚시꾼들에게 이 곳은 멋진 뷰도 감상하면서 고기도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스팟이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가고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호타루'라는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배를 정박하는 곳이 바로 이 항구였다)


항구를 스윽 둘러보고 반대편 출구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어디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공원에서 마을 행사가 한창이었다. 동네 어르신들 모셔놓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 같았는데, 현지인들의 행사 모습은 처음이라 신기해서 주변에서 열심히 구경을 하였다. 전반적으로 흥은 있었으나 우리처럼 씨끌벅적하다기 보단 조곤조곤한 분위기였고, 바베큐는 생선뿐만 아니라 닭고기류도 굽고 있었는데 고기를 구울 때 밑이 뚫리지 않은 통판을 사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전거 져지 입은 젊은 친구가 이런 시골 어촌에 있는 게 신기하셨는지 어떤 할아버지께서 어디서 왔냐 물어보시길래, 한국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당연히 내가 일본인일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매우 놀라시는 눈치였다.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는 고기를 먹고 가라고 하셨는데, 축제를 어떻게 즐기시나 같이 어울려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예정보다 늦기도 하였고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 점심 영업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거 같아 아쉬웠지만 인사를 건네고 항구를 빠져나왔다. 어느 나라건 시골에서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이 있는 거 같았다.    


도로를 쭉 따라 5km 정도 내려가니 아라사키(荒崎) 전망소가 나왔다.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지금 아니면 언제 와보겠냐며 나도 쓱 들어가 보았다. 여기서 보는 사쿠라지마 뷰도 멋있지만, 긴코만 바다와 함께 넘어 보이는 해안선과 그 뒤에 우뚝 서있는 '사쓰마의 후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가이몬다게 전경이 장관이었다. 


뷰가 멋있다고 계속 섰다간 정말 늦을 거 같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속도감 있게 이동하기로 하였다. 일본에서는 도로가에 큰 주차 공간을 확보한 편의점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닌 지나가는 운전자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소 기능도 겸비해, 우리보다는 좀 더 광범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타루미즈(垂水) 시청이 보여 잠시 보급도 하고 남은 거리도 확인할 겸 쉬어가기로 하였다. 현재 시각은 12시 30분.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까지는 약 16km 정도 남았는데, 남은 거리 상 늦을 거 같진 않았지만 거의 다 가서 오르막 길이 길게 있어 아직 안심하긴 이른 거 같아 다시 서둘러 출발하기로 하였다. 


지난 3번 국도 라이딩할 때는 도로포장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사쿠라지마 라이딩 후에 그 걱정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면 이번 라이딩을 통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골 지역임에도 도로포장 상태며 도로 위 이물질 관리가 너무나 잘 돼있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은 지방 어디를 가도 도로포장이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었다. 처음에는 경험이었지만 이런 경험이 2-3번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확신이 되어 자전거 여행하면 도로포장 및 관리상태가 좋지 않은 국내보단 일본이 먼저 떠오르고 일본으로 오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관광산업을 꼽고 그로 인해 각 지자체 별로 관광자원 육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도로 인프라 같은 좀 더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면 어떨까 싶었다. 차던 자전거던 달릴 맛이 나야 그 도로를 타고, 그 도로를 타야 결국 그 지역의 관광지로 향하지 않겠는가.


긴 언덕길이 보이는 걸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온 거 같았다. 오기 전에 구글 맵에서 경사도를 확인했을 때는 경사도가 꽤나 높아 다 가서 고생 좀 하겠구나 했는데, 언덕길이 길긴 했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해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오면서 일본 도로 상태를 그렇게 극찬했는데, 도로를 설계할 때 저점부터 넘어야 하는 고점까지 경사를 최대한 완만하게 하였는지 시공 전공이 아닌 내가 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의 도로 닦는 기술마저도 뭔가 앞서 있는 거 같았다. (아무쪼록 결론은 일본 도로는 자전거 타기 좋게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타루미즈 시청을 출발한 지 1시간 후에 마침내 카노야 애슬릿 레스토랑에 도착하였다. 도쿄에서 갔던 그곳의 본점을, 그것도 40km나 되는 거리를 진짜 '애슬릿'처럼 자전거를 타고 오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국립 체대가 있는 곳이라 주변이 꽤 번화할 줄 알았는데, 왜 늦게까지 운동을 마친 학생들이 갈만한 식당이 없다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갈 만큼 주변은 한적하고 휑하였다. 

체대생들을 위한 식당이라 그런지 가게 앞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거기에 자전거를 걸어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학생들 보단 주민이나 관광객 손님 위주였다. 주문하는 방식은 도쿄에서 했던 거 동일하게 원하는 밥 종류와 반찬 3가지를 선택하면 됐는데, 단백질류 중심으로 메뉴를 선택해보았다. 오는 길에 중간중간 보급을 했다지만 운동 직후라 그런지 밥이며 반찬이며 모두 꿀맛이었고, 다 먹은 후에는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3시간이나 걸렸지만 먹는 데는 10분이 채 안 걸려 가게를 나올 때 아쉽긴 했으나, 막연히 해보고 싶었던 계획을 실제로 옮기게 되어 뭔가 뿌듯하였고, 식사를 하면서 편의성을 겸비한 건강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서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익하였다.  


식당을 빠져나와 주변에 위치한 카노야 국립 체육대학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카노야 국립 체육대학은 일본 유일의 4년제 국립체대인데, 캠퍼스 시설 뿐만 아니라 혹시 훈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구경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쉽게도 훈련하는 학생들은 볼 수 없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 학기는 4월에 시작하여 캠퍼스에 학생이 없었던 것임), 각종 스포츠 경기 시설을 보유한 캠퍼스는 선수촌을 방불케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였고, 주변이 천혜의 자연이라 운동에 전념하기에도 최고의 환경이었다. 

우리나라 국립체대도 굳이 수도권이 아니라 훈련하기 좋은 환경을 지닌 지역에 넓고 좋은 시설의 캠퍼스를 만든다면 선수들은 운동에 좀 더 전념할 수 있고,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도 같이 활성화 될 수 있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카노야 국립체대를 나와 카노야 항공기지 사료관이 있는 시가지 중심쪽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6km 정도 이동한 끝에 항공기지사료관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길을 따라 안 쪽으로 쭉 들어가는데 오른편에 일본 해상자위대 항공기지가 보여, 출발 전부터 왜 이런 곳에 항공 관련 박물관이 있나 의아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사료관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항공기만 둘러보고 나왔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군국주의 냄새가 풍기는 묘한 분위기였다. 


다시 동쪽으로 머리를 돌려 카노야 철도기념관이 위치한 시내쪽으로 이동하였다. 카노야 중심가는 유령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옛날 것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인구가 급감했는지 아니면 상권이 이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립체육대학이 있고 자위대 공군기지가 있는 지역의 중심가라고 하기엔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카노야 철도기념관에 도착하였다. 기존에 운행하던 노선인 오스미센 (시부시-카노야-타루미즈-고쿠부 지역 운행)이 1987년에 폐쇄되면서 역사를 기념관으로 탈바꿈하였다고 하는데, 내부에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노선이 폐쇄되었다는 것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인데, 줄어드는 사람들과 함께 카노야 지역도 같이 쇠퇴하면서 지금의 낙후된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우리 지방도 미래에는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몹시 걱정이 들면서도 씁쓸하였다.  


철도 기념관을 빠져나와, 시내 중심지에서 좀 더 동쪽으로 이동해, d travel 가이드북에 소개된 '아리헤암(Araheam)' 카페에 가보았다. 아라헤암은 정원사에 의해 설립된 플랜트샵으로, 식물 뿐만 아니라 가고시마 지역 공예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샵과 'POT'이라는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었다. 메인이 플랜트샵인만큼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구경할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 관련 용품도 둘러 볼 수 있어 좋긴 했는데, 카노야에 온 김에 방문하는거면 몰라도 굳이 여기를 오기 위해 가고시마에서 먼 걸음을 할 정도로 눈에 띄거나 인상적인 것은 없어 다소 아쉽긴 하였다. 가고시마로 복귀하기 전에 시원하게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자리를 일어섰다. 


출발하려고 했을 때 시각은 오후 4시 45분. 여기서 사쿠라지마 페리항까지는 약 48km, 타루미즈 페리항까지는 약 26km. 올 때와 달리 날도 살짝 쌀쌀하고 될 수 있으면 야간 라이딩은 피하고 싶어, 여기서 좀 더 가까운 타루미즈에서 페리를 타기로 하였다. 배가 30분 간격으로 출항하는데, 2시간안에 도착해 6시반 혹은 늦어도 7시 배를 타는 것을 목표로 달리기로 하였다. 


맑은 날에 노을이 내려 앉은 카노야 지역의 산과 들, 그리고 바다 뷰는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출발할 때 체력이 고갈됐는지 힘들긴 했지만, 아름다운 뷰에 매혹되어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카노야 국립체대 앞을 지나 서쪽 해안도로(220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약 1시간 40분 정도 달린 끝에 6시 20분 경에 타루미즈 페리항에 도착하였다. 해는 어느 덧 뉘엿뉘엿 저물어 산 자락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타루미즈에서 승선 방식은 사쿠라지마와 동일하였다. 차량 대기 주차장에 승선하지 않고 대기 중인 차량들이 많이 서있길래 뭐지하고 보니, 차량이 꽉 차 이번 배에는 타지 못하고 다음 배를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이었다. 나도 다음 배를 기다려야하나 하고 서 있는데 직원께서 자전거는 그냥 지금 타라고 해서 배 문이 닫히기 직전에 운 좋게 탑승할 수 있었다.


해가 더 떨어지니 아까보다 더 춥고 바람도 더 세게 불어댔고, 사쿠리지마 화산재도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남쪽 방향으로 큰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호기를 부리지 않고 타루미즈에서 페리를 탄 것은 잘한 선택이었던 거 같았다. 아마 이 시간에 계속 달리고 있었더라면 체력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화산재 때문에 꽤나 고생했었을 것이다. 

아직 텐몬칸 숙소에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노야 라이딩이 무사히 끝났다고 생각하니 붙잡고 있었던 긴장이 쓱 풀리기 시작하였다. 비록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갖었던 장거리 라이딩이라 힘들긴 했지만, 날씨, 도로환경, 자연 경관, 음식 모두 라이딩 하기에 모든 것들이 최고였어서 재밌고 알찬 라이딩이었다.


50여분 정도의 운항 끝에 가고시마항에 도착하였다. 어느 새 깜깜한 밤이 되었고 배 안에서 체온이 더 떨어졌는지 하선할 때는 엄청 추워 몸을 오들오들 떨 정도였다. 호텔까지는 5km, 얼른 방에 가서 뜨꺼운 물에 샤워하고 푹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페리항에서 20여분 더 달려 마침내 텐몬칸에 있는 호텔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가고시마 외곽 지역 라이딩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거 같아 다행이었고, 오늘 라이딩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라이딩도 알차게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져 보았다.  


오늘은 고생한만큼 일찍 푹쉬고 또 내일의 하루를 힘차게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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