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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 느슨함과 친밀함 사이

슈퍼밴드 멤버를 찾습니다!

느슨함과 친밀함 사이. 무모한 도전의 시작.


최근 jtbc에서 진행하는 슈퍼밴드를 즐겨보고 있다. 기존의 오디션이 1등 1명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면, 슈퍼밴드는 보컬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멤버들이 맞는 서로를 찾고 결합하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협업과 조화를 통한 밴드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주부터 본선에 진출한 사람들이 서로 밴드를 결성해 팀 대결을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팀이 결성되고, 눈과 귀가 호강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생각보다 별로인 팀도 있지만, 의외로 잘해서 한번 더 듣고 싶어 지는 공연도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마지막 남은 Top 5 들이 1등을 겨루는 과정보다는, 그 전 단계, 삼삼오오 동료가 되어 협업하여 노래를 부르며 팀 대결을 펼치는 부분을 더 즐겼던 것 같다. 혼자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에는 의외성과 놀라움, 감동이 있었다.

슈퍼밴드 참여자들의 주된 참여 이유는 "음악을 함께 할 동료를 만나고 싶어서"이다. 참여자들 중에 이미 유튜브를 통해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던데,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그들이지만 정작 중요한 음악을 나눌 동료를 찾지는 못했나 보다. 아니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뭔가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느꼈을지도. 사람 사이의 연결은 점점 많아지고 쉬워지는데, 정작 원하는 무언가를 함께 할 사람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느슨한 연결에 집중하다 보니, 친밀한 연결은 서로가 원치 않는다 생각하고 배려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가까워지길 거부한다. 느슨한 연결이 대세인 시대, 나도 여기저기서 그런 관계를 즐기고 있고 이 관계는 쿨해서 구질구질함도 피곤함도 없고 감정 소모도 덜해 꽤 편하다럴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친했던 친구,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족 외에, 내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걸어온 동료들과 아주 가끔은 느슨하지 않은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육아도, 시댁도, 남편도, 집안 일도, 회사 일도 아닌, 정말 다들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들에 대해. 진짜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고민에 대해. 그리고 그걸 위해 어떻게 준비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썰을 풀다 보면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해. 계속 어딘가로 에너지를 빼앗기고만 살고 있는데 빼앗긴 기를 채우는 자신만의 전공 방식을 공유하면서.

슈스케가 시기와 질투와 욕망이 뒤범벅된 악마의 편집으로 만들어진 각자도생과 독자생존쇼었다면, 슈퍼밴드는 (아직까지는) 화합과 응원과 칭찬 속에서 경쟁이 펼쳐지는 인간적? 편집으로 만들어지는 합동 쇼랄까. 일부 과한 친밀함은 부담과 피곤함을 조금 가져오겠지만, 느슨한 관계에서 얻을 수 없는 든든함과 에너지로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 음악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면서 낄낄대는 슈퍼밴드 멤버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돈벌이, 육아, 가족, 일, 이런저런 사람에게 지쳐있는 우리 서로와 소통하며 응원하고 응원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어느 정도의 느슨함과 어느 정도의 친밀함이 뒤범벅되어야 좋을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시작해보면 슈퍼밴드의 와우 무대까진 아니더라도, 평생 잊지 못할 실수 투성의 아마추어 밴드 첫 무대 하나를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서! Let's get it!

201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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