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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한국이 싫어서

약자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사는 것이 힘들어진 한국사회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2015)

약자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사는 것이 힘들어진 한국사회.

계나는 부양을 책임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금융회사를 다니고, 썩 괜찮아보이는 남자친구도 있는, "스펙"으로만 따져보자면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의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언젠가 가족부양금이 될 것이 뻔한 쥐꼬리 월급에, 직장에서는 존재감 없는 여직원으로 일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긴 어렵고, 그나마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남친마저 나의 인생 철학과 계속 엇박자로 가고 있다.

"약자"인 주제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존중받으며", "인간답게" 살길 원한 계나는 결국 한국을 등지고 호주로 떠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또 다른 관계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 낯선 곳에서 살면 겪을 수밖에 없는 이방인의 서러움이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주인공 계나는 "그래도 한국보다는”이라는 마음으로 결국 호주를 "나의 삶을 이어나가는 곳"으로 규정한다.

11p 지극히 상식적인 이런 생각은 경쟁력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어려운 결정으로 호주로 떠나 힘들게 정착을 시작한 계나도 결국 동생의 남자친구의 스펙과 삶에 대한 태도를 보곤 한심해한다. 그건 한국에서 본인을 톰슨가젤로 간주하는 사자들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기준이다. 그렇기에 한국이 싫어서 떠난 계나가 호주에서 “하고 싶은 것을”하며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삶을 이어나갔을 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때 계나가 마주쳤을 "약자의 상황"에서 오는 감정소모와 기회와 노력에 따른 불평등이 주는 무력감보다는 호주의 삶에서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여주는 스트레스가 계나가 생각한 인간다운 삶을 이어가는데 있어 좀 더 견딜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웹툰 ‘아만자’의 김보통 작가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작년 이맘때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라고 했다. 전자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자꾸 다른 사람과 나의 삶을 비교해 나를 "약자"로 규정하는 한국식 정서라면, 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쏟는 관심보다는 나에게 삶의 기준을 두는 "서양식 사고방식"이 아닐까.

나를 나대로 받아주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늙어가는 것, 의존적인 나보다는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과 좀 더 잘 살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것. 이런 가치가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계나가 생각한 "기본적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가 만들어지겠지만, 책의 후기에서도 나오듯 지금 한국에서는 요원해보인다.

* 한줄요약

: 헬조선에서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 호주로 떠난 30대 초반 여성의 고군 분투 인생여정

* 읽고난 이후

: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들어서는 여성이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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