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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3. 이번 생에 중학생은 처음이라!

아이와 어른의 중간계에 있는 아들과 어른과 꼰대 사이에 있는 나의 생활


난 어버이고 넌 자식이야. 어버이날 뭐 없니?


사회인이 된 이후여서부터인가, 매번 부모님께 드리기만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꼬박꼬박 무언가를 받아온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아이의 학년이 조금씩 올라가며 내미는 카드에는 점점 할 말을 찾지 못해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 적혀있었으나 무언가 받는 기쁨과 뿌듯함이 느껴졌고, 아이가 점점 자라고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까지 연결되진 못했던 것 같다.(아이의 성정과 카드 내용의 성장이 같지않다. 카드 내용은 어느 순간 정체된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니, 어버이날도 없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 등가교환의 법칙이 존재했었나? 작년으로 어린이날을 졸업한 아들이 자동으로 어버이날도 졸업했는지, 올해 중학생이 되고 나서 어버이날에 감감 무소식이다.

어버이날 아침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퇴근하면서 깜짝 편지라도 기대했던 나. 퇴근 후 너무 섭섭해하는 아빠를 위해 큰 맘먹고 "초코송이"과자를 사다주었다는데 어..엄마는? 선물까진 필요없고, 편지를 받고싶다고 한 달 전부터 노래를 불렀건만.. 정말 없는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주변에서 부모가 된 사람들의 SNS에 아이들이 써준 편지와 선물 인증샷으로 도배된다. SNS를 보다보니 무언가 억울하다.(SNS가 문제다.....) 아들을 불러 어버이날 선물로 나와 전시회를 가다오! 라고 던졌고 아들은 고맙게도 그러마 해주었다. 응?! 아니 이게 웬일이지? 뭔가 거절부터 할줄 알았는데, 너무 쉬운데?

반항심이 콸콸 넘치는 아들치곤 너무나 빠른 결정.. 야호! 남들 다가는 호킨스 전시회에 나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너도 엄마가 키워준것에 감사함이 있었구나! 키운 보람과 감동을 거듭하며 일요일이 되길 기다렸다.


몰라 그냥 짜증나!

어스름이 내려앉는 토요일 저녁, 갑작스런 요청. "자전거 타도 되요? 잠실까지 타고 다녀오고 싶어요" 어두워지는시간, 걱정이 된 나는 허락하지 않았고 내 말이 다 끝나기 전에 툭 끊는 전화.."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야?"

다시 건 통화 반대편으로.."몰라! 그냥 짜증나!"


화로 충만한 아들은 급기야 다음날 우드 블라인드를 올리다가 끈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야 이거 집주인꺼야 ㅠㅠ..우드 블라인드 비싼거 아니니?"


사실 아이에게 블라인드 올리고 내리는 집안일을 준 사람은 나였다. 분주한 아침, 출근 준비할 때 너에게 아침을 차려주는 동안 블라인드를 올려놓으렴은 대외적 명분이었고, 사실 내가 올리고 내리기가 귀찮아서였다.. 아들과 언성을 높인 뒤 곰곰히 생각하며 길을 걸으니 결국 내 성격 닮았고, 내가 준 일을 하다가 망가트렸다. 누구를 탓하랴?


몰라 그냥 짜증나!


육아, 초등학교 시절 아이는 말을 잘 듣는 편이었고, 나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중학생이되니 시즌2도 이런 시즌2가없다. 작가는 나인것 같은데 시즌1과 연결성은 사라지고 폭력이 난무한다.


부처님 오신날 호킨스를 뵈려했던 나의 계획은 결국 틀어졌고, 내가 보살이 될 뻔은 했다. 어쩐지 부처님이 주중에 안오시고 일요일에 오셔서 올해 자비가 부족하시네..했는데, 올해 시작된 사춘기 아들과의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같다.

 

존경하는 사람은?

하지만 사춘기 아들과의 감정싸움은 항상 내가 지는 싸움.. 오늘도 나는 떡밥을 건네며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물론 열번 중 다섯번은 다시 싸움으로 번질지라도..


화해한 다음날 다음주에 존경하는 사람 사진을 가져가야한다며 프린트를 부탁을 해서 누군지 물었다.


"아니 존경하는 사람이 없어? 뭔가 멋있어서 닮고 싶은 사람도 없어?"


"응"


"엄마 사진 가져가 그럼"


또 싸움이 날 뻔 했다..

.......


나는 쿨한 엄마, 멋진 엄마, 존경받는 어른이 되고싶은데,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 아이랑 싸우는 나는 아이보다 못한 어른이 되버린다. 학습법은 많은데 정작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이야기하거나 사춘기 아들에게 어른처럼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례가 없다. 아마 불가능이어서?


언제나 그렇듯 정답이 없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 대화의 손짓을 건넨다..

"아드을~~"


2019.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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