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가고시마 여행 4-3

어디서 봐도 예쁘다. 사쿠라지마

by 넙죽

가고시마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화산


가고시마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남짓을 가면 사쿠라지마에 닿을 수 있다. 사쿠라지마라는 이름은 우리 말로는 벚꽃섬이란 뜻이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기 때문일까. 내가 방문한 때는 봄이 아닌 겨울에 가까운 때라 벚꽃의 화려한 만개는 만날 수 없었지만 어렸을 적 책에서만 보았던 '활화산'을 내 눈으로 가까이 담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했기에 벚꽃정도로는 내 마음을 아쉽게 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사쿠라지마는 벚꽃 대신 연기의 꽃을 끊임 없이 뿜어내고 있었으므로. 작년에도 올해에도 계속 분화 소식을 알려오는 살아있는 이 화산을 나는 만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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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광경


활화산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끊임 없이 뿜어내는 연기만은 아니다. 연기와 함께 만들어지는 화산재는 섬 전체에 흩뿌려져 있었다. 또한 이따금 격노한 화산에게서 흘러나오는 용암은 섬의 대지를 덮었고 그 용암은 굳어 현무암이 되어 섬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현무암들의 풍광은 우리나라의 제주도 못지 않았다. 제주도와 다른 점은 이 곳의 화산은 한라산 처럼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라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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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내는 것은 화산재와 뜨거운 용암 만은 아니다. 그랬다면 화산은 인간의 입장에서 재앙으로만 기억될테니까. 화산의 열이 지하수를 달궈 뿜어내는 온천은 활발한 지열활동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화산과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온천이니 다른 곳에 위치한 온천보다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 체면 따위는 벗어 던지고 족욕 탕에 발을 담궜다. 사쿠라지마의 화산과 좋은 날씨를 벗 삼아 발을 담구니 여행의 피로 뿐만 아니라 일상의 고됨이 씻겨져 내려간다. 그렇게 나는 이날 눈 뿐만 아니라 피부로 화산과의 만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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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를 만나는 몇가지 방법


사쿠라지마는 메이지 유신과 함께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가고시마를 여행하면서 도시의 이곳 저곳에서도 사쿠라지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사람들은 사쿠라지마의 존재를 무시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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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사쿠라지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 볼 수 있는 '포토스팟'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사쿠라지마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사이를 왕래하는 페리 위에서 사쿠라지마를 만나는 방법이다. 그 순간 나와 사쿠라지마 사이에는 푸르른 바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사쿠라지마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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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시내의 전경과 사쿠라지마를 한 눈에 담고 싶다면 좋은 장소가 있다. 시로야마 전망대이다. 가고시마의 뒷산 격에 해당하는 시로야마는 시티뷰 버스로도 오를 수 있지만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 걸어서 20분 정도면 충분히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아침 산책 정도의 수고로움 정도면 충분히다. 시로야마 전망대에 오르면 가고시마의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그와 더불어 푸르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사쿠라지마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화산의 모습이었기에 내 쪽에서는 이 곳에서 보는 전망이 꽤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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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쿠라지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센간엔이다. 가고시마의 영주 가문이었던 시마즈 가문의 별장인 센간엔에서는 일본식 정원과 어우러진 사쿠라지마를 만날 수 있다. 정원을 걸을수록, 정원의 풍경이 바뀔수록 만나는 사쿠라지마의 모습도 함께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는 센간엔 별장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사쿠라지마의 모습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물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나는 가고시마 여행에서 사쿠라지마라는 숨겨진 보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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