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도쿄여행 6-2

일본 근대화의 흔적들

by 넙죽

수도 도쿄로 모든 것들이 몰려온다, 도쿄역


도쿄에는 일본 근대화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근대화의 산물들은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철도가 근대화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근대화는 산업화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산업화는 많은 노동력과 원료가 필요한데 이 두가지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철도이다. 철도는 아직 산업화되지 않은 지역의 청년들과 자원을 산업화된 도시로 빠르게, 더 많이 실어나를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특히나 수도 도쿄에 자리한 도쿄역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농촌에서 상경한 청년들은 이 도쿄역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마도 쉽게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막 직장에 첫 취업한 신입사원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조심히 짐작해본다. 도쿄역을 내 눈에 담았을 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처음 대학에 합격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역에 발을 디딘 20살 무렵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기차가 아닌 지하철이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던 그시절. 아마 그때의 나에게는 서울의 공기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도쿄역을 보니 어딘가 서울역의 옛 역사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일본의 전통 건물 양식이 아닌 서양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도쿄역은 특히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과 많이 닮아있다. 일본의 쇄국정책시기에도 일본과 꾸준히 교역해왔던 국가가 네덜란드였으니 일본사람들에게 다른 나라들 보다 네덜란드가 익숙해서였을까. 자신들의 전통 양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일본의 정책이 도쿄역 청사에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만 같다.

도쿄역역.jpg 많은 사람들과 물자가 오가는 도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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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재들의 공간, 도쿄대학교


도쿄를 이번 여행지로 삼았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도쿄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친구의 존재였다. 군생활 중 선후임 병사로 만났던 사이에서 친구로 관계가 변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지만 그 어려운 것을 나와 내 친구가 해냈다. 군생활이 끝난 후, 나는 한국에서 직장을 잡았고 그 친구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메신저로는 서로 시간이 나는 대로 연락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기는 어려웠다.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었겠지만 서로의 삶에 바쁘다보니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최근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제 결혼을 하게 되면 정말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바로 도쿄로 날아왔다. 도쿄에서 5년만에 만난 그 친구는 조금 야윈 모습이었고 나는 5년 전보다 훨씬 통통해진 모습이었다. 서로의 변한 모습에도 우리는 금방 적응했고 오랜 세월 묵혀두었던 담소를 나누었다. 친구의 집에 짐을 풀고 처음 친구와 함께 방문한 곳이 바로 도쿄대였다. 여행의 마지막 날도 도쿄대에서 친구를 만났으니까 사실상 이번 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도쿄대였던 셈이다.

강당.jpg 도쿄대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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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도쿄대를 거닐면서 도쿄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내에서도 도쿄대는 수재들이 공부하는 대학교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대우도 매우 좋다고. 특히 졸업만 하면 취업 등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 친구는 도쿄대의 두가지 상징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하나는 도쿄대 강당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쿄대의 정문과 같은 이미지인 아카몬이다. 나는 이 둘 중 붉은 문이라는 뜻인 아카몬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사실 이곳 도쿄대는 원래 막부시기 한 다이묘의 사유지였는데 그 흔적들은 거의 사라지고 거의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 바로 아카몬이란다. 도쿄대 자체가 원래 막부에서 서양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시설로 지어졌는데 추후 동경 제국대학으로 바뀌고 태평양전쟁 이후 지금의 도쿄대학교가 된 것이란다. 사실 근대화 과정에서 대학의 설립이라는 것이 꽤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대 교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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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몬.jpg 도쿄대의 상징, 아카몬

근대화라는 것이 단순히 산업시설의 완비 등 물질문명의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이나 철학 등 정신적인 부분의 변화도 수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이론들과 사상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 특히나 대학은 연구기관이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의 엘리트들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다. 도쿄대에서 길러진 수많은 관료들이 일본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이곳 도쿄대에서 나는 친구와 오랜만에 함께 걸었고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으로 향했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만나자는 기약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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