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구석 도쿄 읽기
보통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곳이 있다. 료고쿠다. 처음에 이곳에 갈 계획이라고 했을 때 도쿄에 사는 친구조차도 거기에 대체 왜 가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그정도로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곳은 일본 스모 계에서는 꽤나 중요한 곳이다. 왜냐하면 료고쿠는 바로 스모 경기가 열리는 국기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모는 모래판 위에서 두 선수가 힘과 기술을 겨루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전통 씨름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 씨름은 주로 당기는 힘을 많이 사용하는 데에 반하여 일본의 스모는 상대를 밀어내는 힘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씨름의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일본에서는 스모가 꽤나 인기가 좋다. 스모선수들을 역사라고 부르며 존중하고 우리나라의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라도 탄생하는 날이면 그 선수의 식단이나 운동방법까지 방송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일본인들은 스모에 관심이 많다. 때문에 스모 경기가 있는 날이면 료고쿠는 인산인해가 되고 먼발치에서나마 유명한 스모선수들을 보려고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료고쿠에 방문한 이 날도 운이 좋게 스모경기가 있는 날이었는데 내딴에는 표가 있다면 들어가서 관람할 계획이었으나 막상 국기관에 방문해보니 그날 경기표는 새벽에 진작에 매진되어버렸단다. 일본인들의 스모에 대한 사랑을 너무 과소평가했나보다. 아쉽게도 결국 이 날은 국기관 근처 식당에서 스모선수들의 식단으로 알려진 창코나베를 먹으며 티비로나마 스모경기를 보는 것으로 스모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도시나 그 도시를 상징하는 구조물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그 구조물은 타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서울에는 남산타워가 있고 도쿄에는 도쿄타워가 있다. 물론 그 원조격은 파리의 에펠탑이겠지만 말이다. 특히 도쿄타워는 티비 송신탑인 실용적인 기능도 있지만 그 강렬한 붉은 색이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같다. 도시 중 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서울과는 달리 도쿄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우뚝 솟은 도쿄타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도쿄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는 찬사는 새로 만들어진 스카이트리가 가져가버렸지만 그래도 도쿄타워는 아직까지 도쿄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친구 녀석도 스카이트리는 크기만 할 뿐 예쁘지 않아 정감이 가지 않다고 했다. 역시나 예나 지금이나 도쿄의 상징은 도쿄타워인 것 같다고. 도쿄에 있는 사찰과 어우러진 도쿄타워의 모습은 전통과 어우러진 현대 도시, 도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찬 도쿄에서 일본의 전통을 만나고 싶다면 아사쿠사에 가야한다. 한 어부 형제가 바닷가에서 발견한 관세음보살 상에서 시작된 절 센소지는 아사쿠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센소지를 향하다 만난 풍경들은 참으로 정겹고 북적북적했다. 특히나 새해를 맞이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이었기 때문에 센소지 주변에는 한해의 길흉화복을 알아보기 위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 사람들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말이다. 센소지는 불교사찰임이나 불경을 외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사람들 보다 자신과 가족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아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불교도 기복신앙과 결합한 모습을 가지고 있나 보다. 센소지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이른바 '오미쿠지'라고 불리는 점이다. 우선 수많은 막대들이 담긴 통을 정성스럽게 흔들다가 그 통 안에서 빠져나온 나무 막대에 적힌 숫자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번호가 적인 함에서 자신의 길흉화복이 적힌 종이를 꺼내면 되는 것이다. 순전히 운에 자신의 길흉화복이 담긴 셈이다. 외국인인 나로서는 어떤 점괘가 나와도 일본어로만 적혀있다면 알아볼 방도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영어로도 점괘가 적혀있었다. 결과는 '길.' 결혼과 일이 모두 말에 오른 것처럼 순탄하게 풀릴 것이란다. '대길'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만족스러운 점괘였다. 그렇다면 만약 흉한 점괘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기분좋게 온 여행에 흉한 점괘를 받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 나도 점을 보기 전에 매우 고민했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흉한 점괘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흉한 점괘가 담긴 종이를 센소지에 묶어두고 자신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사쿠사를 떠나면 되는 것이다. 좋은 점괘가 나오면 기분이 좋은 것이고 나쁜 점괘가 나와도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좋은 점괘가 나왔기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아사쿠사를 떠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