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프랑스는 죽어서도 그들을 잊지 않는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판테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의 신전과도 같았던 웅장한 모습에 기가 눌렸다. 판테온 자체도 모든 신의 신전이란 뜻이니 그런 모습도 이해가 갔다. 로마시대 때 세워진 그 신전 안에서는 신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지만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등이 잠들어 있었다. 이 곳 파리에도 판테온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파리의 판테온 안에는 무엇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건축물은 필요에 따라 지어지기도 공동체의 가치관을 담기 위해서도 지어진다. 파리 판테온 안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을까. 판테온의 외형은 매우 화려했다. 로마의 판테온은 웅장하지만 투박하다면 파리의 판테온은 화려하고도 우아했다.
안에 들어서자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는 푸코의 진자가 매달려있었다. 푸코는 진자가 움직일 때마다 그 위치가 일직선상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지구의 자전을 증명해냈다. 진자가 움직일 동안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의 진자의 움직임도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판테온의 내부는 아름다운 조각들로 조각되어 있었지만 판테온의 정수는 지하묘지에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지하묘지가 나온다. 묘지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사람들의 묘가 나온다.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와 볼테르의 묘가 보인다. 방사능 연구로 유명한 퀴리 부부의 묘도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알렉상드르 뒤마이다. 삼총사라는 작품으로 제일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내의 통쾌한 복수극이라고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 준 의미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가였다. 주변인들의 음모로 나락에 떨어진 사내 가복수를 위한 의지로 많은 것들을 하는 것을 보며 비록 소설이지만 놀라움을 느끼며 보았다. 처음 이 책을 나에게 권한 것은 은퇴한 교원 출신의 학원 선생님이셨는데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다 읽으면 너에게 선물이 주어질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몇 년이 지나고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무기력하기만 하고 하루가 지루하기만 했던 나는 그 이후부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인간으로서의 발전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알렉상드르 뒤마 말고도 빅토르 위고도 이 곳에 묻혀 있었다. 판테온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본 묘는 장 폴 란의 무덤이었다. 나폴레옹 수하에서 동고동락하며 조국 프랑스를 싸우다 전사한 이 젊은 장군도 이 곳에 묻혀 있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조국 프랑스를 위해 기여한 사람들이라는 것. 프랑스인들은 판테온이라는, 이들의 노고에 합당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파리 판테온은 조국 프랑스를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을 신의 반열에 올려 추앙함으로써 그 예우를 다했다. 그것은 조국을 위해 많은 공로를 한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을 높이 사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한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조국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그럴 만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도 있다. 현재 이러한 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모병제 국가인 미국에서 미군의 규모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큰 요인은 국가를 위해서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군인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합당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교 학비를 지원해주거나 전역 후 부대 내에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등의 지원도 함께 이어진다. 오랜 기간 근무하면 연금이 주어지기도 하며 사회 전반에 이들 군인들에 대한 존경이 자리 잡고 있다. 영주권자가 입대한다면 시민권을 빨리 획득할 수 있게 지원해주기도 한다. 프랑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외인부대도 비록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프랑스를 위하여 헌신한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와 존경으로 보답하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모병제 채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에 대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만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은 단순히 군대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화로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진 지금. 단순한 애국심의 강요만으로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 이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