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는 고급 서양 요리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가격 또한 비싸다. 유럽의 다른 여행지 보다도 외식비가 유독 비싸게 느껴져 대부분의 식사를 샌드위치로 대신하였다.
여행 중 항상 가방에 챙기고 다녔던 치킨 샌드위치
그러나 미식의 본고장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그 천상의 맛을 느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잘만 찾아 보면 저렴한 가격에 코스요리를 즐겨볼 수도 있다. 프랑스의 레스토랑에 가면 메뉴판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전채요리인 앙트레, 육류나 해산물로 만드는 메인 요리, 마지막으로 달콤한 디저트.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이 세가지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제공하지만 꼭 세가지 모두를 주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앙트레와 메인, 메인과 디저트만 주문해도 되고 메인 요리 두가지만 주문해도 좋다. 그러나 서양 요리 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번 쯤은 제대로 된 코스 요리를 즐겨보기 바란다. 미식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식전빵
앙트레,토끼고기 테린
메인, 뷔프 부르기뇽
메인, 오리 다리 구이
메인, 럼프 스테이크
디저트, 소르베
프랑스의 요리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요리는 양파스프였다. 말 그대로 양파가 주재료인 이 스프는 양파를 볶다가 물을 넣고 오랜 시간 끓인 뒤 치즈를 얹어 바게트와 함께 먹는 요리이다. 조리법이 간단해서 나도 집에서 몇번 시도해보았지만 그 맛이 나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양파를 볶고 끓여야 되는 정성도 그렇지만 주방장들의 특별한 비법이 가미되어서이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단순한 재료와 요리법에서 요리 실력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냥 양파스프는 사먹는 것이 낫겠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양파스프를 먹은 날에는 추운 날도 잘 견딜 수 있었다.
앙트레, 양파스프
프랑스에서는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요리들도 먹을 수 있다. 나에게는 토끼고기가 그러했다. 한국에서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토끼고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앏게 저민 고기 요리인 테린이나 찜 요리의 형태로 맛보았다.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며 특별하게 누린내가 강하게 나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프랑스의 대표 요리인 에스카르고도 그렇다. 에스카르고란 달팽이 요리로 프랑스인들의 미식에 대한 유별난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음식이다. 흔히 아시아에서 특이하고 희귀한 식재료를 먹는 민족으로는 중국인들이 유명한데 유럽 쪽에서는 프랑스인들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보기도 힘든 달팽이를 먹는다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이기에 냉큼 시켰다. 사실 파리에서는 어지간한 레스토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
다. 어찌 보면 가장 대중적인 요리라고도 볼 수 있다. 바질이 곁들여진 달팽이의 속살을 발라내어 입 안에 넣고 씹으니 이 건 영락없는 골뱅이의 식감이. 물론 양념이나 조리 방법이 달라 그 맛은 조금 다르지만 크게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파리를 여행한다면 한번쯤 먹어볼 가치가 있다. 맛도 꽤나 있다.
메인, 토끼고기 찜
앙트레,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
마지막으로 프랑스라면 와인이 유명하지만 빡빡한 일정 탓에 바에서 여유롭게 마실 기회는 없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지기에 바빴으니까. 그래도 여행 중에 와인을 마시긴 했다. 식사 중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기도 했으니까. 와인을 많이 마시지 못한 대신 프랑스의 사과주인 사이더를 맛볼 수 있었다.유럽의 추운 지방에는 와인의 원료인 포도의 재배가 쉽지 않아 사과로 술을 담갔는데 그 것이 사이더이다. 스페인에서는 시드르, 독일에서는 아펠 바인이다. 스페인의 시드르는 시큼한 맛이었는데 프랑스의 사이더는 달콤한 맛이었다. 다음의 기회가 된다면 독일의 아펠 바인도 맛보고 싶었다. 보통 와인과 요리와의 궁합을 결혼에 비유해 마리아주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와인보다는 사이더와 함께 음식을 먹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사과주인 사이더
화이트 와인
비스트로에서 캐쥬얼하게 미식을 즐기자
파리 시내를 다니면 비스트로라고 써있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서양식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레스토랑이라고 하지만 파리에서는 왠일인지 비스트로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비스트로는 러시아 말로 빨리라는 뜻이라는데 나폴레옹 전쟁 이후 파리에 주둔한 러시아 군인들이 빨리 술과 음식을 달라고 한 데에서 유래했다는 일종의 설이 있다. 실제로 이 곳에서는 일반 레스토랑 보다 조금 더 캐쥬얼하게 음식들 맛볼 수 있다. 기분 상으로는 음식도 조금 더 빨리 나오는 것 같고. 여기서 캐쥬얼이란 음식을 먹는 데에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가격이 가볍다는 뜻도 된다. 사실 끼니 때마다 좋고 비싼 음식을 먹기는 어렵고 옷차림도 여행하기에 편한 옷으로 입다 보니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길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지겹고 그래도 프랑스 요리가 먹고 싶은 그대! 비스트로에 가보는 것은 어떠한가!
빵식의 나라
프랑스의 빵이 유명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내가 프랑스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비교적 최근에프랑스를 다녀왔던 한 직장 선배는 내게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빵을 먹어야 해!" 어디를 가도, 어느 가게에 가도 빵이 참 맛있다는 것이다. 빵이야 원래 맛있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파리라고 해서 특별날 것이 있겠느냐하는 것이 내 속마음이었지만 이러한 속마음을 감추고 그저 씨익 한번 웃는 것으로 그 선배의 말에 대답했었다. 그런데 프랑스를 여행하는 도중 카페에 방문했을 때 이 선배의 말이 우연히 떠올랐다. 커피 한잔 마실 요량이었지만 그래도 그 맛있다던 프랑스의 빵을 한번 먹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몇가지 빵을 주문했다. 우선 커피 한모금으로 입안을 촉촉히 적신 후 빵 하나를 들어 크게 베어물었다. 고소한 버터 향과 함께 부드러운 빵의 촉감이 입 안에 파도처럼 몰려왔다. 한국에서 먹는 빵과 풍미가 미묘하게 다를 뿐이었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빵 전체의 맛 자체를 바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프랑스는 미식 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천국이다. 길거리를 가다가도 디저트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내가 접했던 프랑스 디저트는 에클레르나 마카롱 정도였지만 현지에 와보니 이름을 외울 엄두 조차 안날 정도로 많고 다양한 디저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평소 여행에 다닐 때에는 돈을 아끼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디저트 류를 잘 사먹지 않는 편이지만 파리에서만큼은 숙소로 돌아올 때 숙소 근처에 있는 파티세리에서 디저트 한,두가지를 사와서 맛보곤 했다. 그 중에서도 사진을 찍을 정도로 좋아했던 것이 라임 타르트였다. 상큼한 과일의 맛을 타르트의 온전히 담은, 황금의 손을 가진 파티셰에게 감사를 표하며 입안 가득 상큼함을 간직한 채 파리에서의 여행을 마쳤다.